AI 에이전트가 웹사이트를 직접 탐색하고, 계정에 로그인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데이터를 조회하는 시대가 오면 제품 디자인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UX가 사람의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었다면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제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는지를 설계하는 AX, Agent Experience가 새로운 디자인 영역으로 등장할 수 있다. 아직 AX Designer라는 직무가 널리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주체가 인간에서 에이전트까지 확장되면서 기존 UX와는 다른 문제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사람에게 좋은 UI가 AI 에이전트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웹사이트는 사람이 화면을 보고 버튼을 누르고 메뉴를 탐색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AI 에이전트가 같은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때다. 에이전트는 사람처럼 화면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텍스트와 토큰을 중심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멀티모달 모델을 사용하더라도 실시간 시각적 탐색에서는 여전히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에게 LinkedIn에서 나에게 맞는 채용공고를 찾아달라고 하면 단순 검색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실제 계정에 로그인하고, 개인화된 채용공고를 탐색하고, 여러 페이지를 넘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게 만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브라우저를 직접 조작하는 과정은 느리고 토큰도 많이 소비한다.

 

 

 

 

사람에게는 평범한 웹 사용 경험이 에이전트에게는 상당히 비싼 작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차이가 AX(Agent Experience)의 출발점이다. 사람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에이전트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이해하고 행동하는지를 기준으로 인터페이스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에이전트를 막을 것인가, 새로운 고객으로 볼 것인가

 

AX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은 AI 에이전트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환영할 수 있지만, 다른 기업은 적극적으로 막으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오랫동안 찾던 특정 상품이 eBay에 등록되면 바로 구매하도록 에이전트에게 지시하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자동화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를 정상적인 구매 행위로 볼 수도 있고 데이터를 긁어가는 봇으로 볼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이 무엇으로 돈을 버느냐다. 거래가 많이 일어날수록 이익을 얻는 기업이라면 에이전트가 상품을 찾고 구매하는 과정을 쉽게 만들 유인이 있다. 반대로 광고 노출이나 체류시간, 충동구매에 많이 의존하는 서비스라면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사이트를 사용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AX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에이전트의 사용이 기업의 수익 구조와 일치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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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패턴은 AI 에이전트 시대에 어떻게 달라질까

 

기존 UX에는 사용자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다크 패턴이 존재한다. 가입은 쉽게 만들지만 해지는 어렵게 만들거나, 중요한 조건을 복잡한 표현 속에 숨겨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AI 에이전트는 이런 구조에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사람이 읽기 어려워하는 복잡한 약관이나 법률적 문장을 빠르게 분석하고, 사용자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흐름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용자의 주의력과 판단 한계를 이용했던 일부 디자인은 에이전트에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반대 방향도 가능하다. 사람을 속이는 다크 패턴 대신 AI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프롬프트 인젝션이나 에이전트용 조작 패턴이 등장할 수 있다. 인간을 위한 UX에서 공격과 방어가 반복됐듯 AX에서도 비슷한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

 

 

 

AX는 모바일 웹이 등장했을 때와 비슷할 수 있다

 

AX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비교는 스마트폰이다. 초기 웹사이트는 데스크톱 브라우저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아이폰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기업들은 뒤늦게 “모바일에서는 이 웹사이트를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초기 모바일 사이트는 매우 단순했고 버튼과 필수 기능만 있었으며 복잡한 시각 요소는 대부분 제거됐다. 이후 스마트폰의 성능과 웹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스크톱과 모바일을 따로 만드는 방식에서 반응형 디자인과 모바일 퍼스트 방식으로 통합됐다.

 

 

 

 

AI 에이전트도 비슷한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처음에는 사람용 웹사이트와 별도로 에이전트가 읽기 쉬운 Markdown, 명확한 의미 구조, 단순한 기능 호출 방식이 제공될 수 있다. 이후 프레임워크와 표준이 발전하면 인간용 경험과 에이전트용 경험이 다시 하나의 제품 구조 안에서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 흥미롭게도 초기 모바일 디자인의 원칙은 에이전트에게도 잘 맞는다. 단순하고, 명확하고,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의미 구조가 분명한 인터페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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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과 권한은 AX의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공개된 웹페이지를 읽는 것과 로그인된 계정을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현재 에이전트는 대부분 사용자의 권한을 그대로 위임받는 형태로 동작한다. 사람이 로그인할 수 있다면 에이전트에게도 같은 로그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API Token을 통해 동일한 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권한을 세분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LinkedIn에서 자신의 채용공고를 검색하는 권한만 에이전트에게 주고 싶을 수 있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에이전트가 사실상 사용자와 동일한 계정 권한을 가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API가 있다면 브라우저 화면을 캡처해 버튼 위치를 추측하는 것보다 에이전트가 훨씬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MCP 역시 이런 간극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시도다. 하지만 MCP가 유일한 정답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잘 문서화된 REST API 역시 충분히 좋은 AX를 제공할 수 있다. 핵심은 기술 이름보다 에이전트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기능을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있다.

 

 

 

모든 서비스가 좋은 AX를 원하지는 않는다

 

AX를 이야기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은 기업과 사용자의 이해관계가 항상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채용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구직자는 에이전트가 자신에게 맞는 채용공고를 찾고 자동으로 지원까지 해주기를 원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지원자가 너무 많다. 문제는 지원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지원자 중 적합한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 절차를 극단적으로 자동화하면 기업에는 오히려 부담이 늘어난다. AI가 반복적인 지원 절차를 대신할 수 있게 되면서 한 사람이 지원할 수 있는 채용공고 수가 크게 늘고,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서를 처리하는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서비스가 에이전트를 위해 경험을 최적화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안 된다. AX 역시 UX처럼 누구의 목표를 위해 설계되는 경험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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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 디자이너의 직무는?

 

그렇다면 AX Designer라는 직무가 실제로 등장할까. 아직은 이를 수 있지만 준비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초기 아이폰이 등장했다고 곧바로 수많은 모바일 전문 디자이너가 생긴 것은 아니었던 것처럼, 에이전트가 충분히 보편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직무 이름보다 중요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기존 Product Designer에게도 AI를 자신의 업무에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고, 예전처럼 화면을 설계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직접 인터랙션을 구현하고 실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까지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다른 역할이 있다. 하나는 AI와 함께 디자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를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다. 전자는 AI를 활용해 기존 디자인 업무를 더 빠르게 수행하는 것이고, 후자는 AI 에이전트 자체를 새로운 사용자로 보고 그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첫 번째를 요구하고 있지만, AX는 두 번째 영역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AX 디자이너 명칭 보다 중요한 것

 

AI는 디자인과 개발의 경계도 흐리고 있다. Product Designer가 Figma에서 화면을 만든 뒤 개발자에게 넘기는 방식보다, AI를 이용해 자신이 설계한 인터페이스를 바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하는 것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Product Designer, Front-end Engineer, Product Manager 사이에 있던 경계도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을 Product Builder라고 부르며 디자인과 구현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직무명이 정착할지는 알 수 없지만, 특정 업무 영역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고 실제 결과물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해지는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AX Designer 역시 독립적인 직업으로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 Product Designer나 Developer Experience 팀의 역할에 AX가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 명칭은 앞으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어 가겠지만 중요한 점은 에이전트를 하나의 실제 사용자로 고려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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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는 웹사이트를 넘어 데이터베이스까지 확장된다

 

에이전트 경험은 웹사이트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데이터베이스를 설계하는 방식에도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베이스를 볼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스키마다. 테이블 이름, 컬럼 이름, 데이터 타입, 주석을 보고 데이터의 의미를 추론한다. 사람이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암묵적으로 이해해온 축약어나 내부 규칙은 에이전트에게 충분한 정보가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날짜를 의미하는 컬럼을 ‘sold_dt’라고 쓰는 것보다 ‘sold_date’나 정확한 의미의 ‘sold_timestamp’라고 쓰는 편이 에이전트가 이해하기 쉽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빠르게 입력하기 위해 최대한 짧은 이름을 선호했다면 AI 시대에는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Semantic Naming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이해하기 쉽도록 데이터 구조를 명확하게 만들면 새로운 개발자나 분석가도 데이터의 의미를 더 쉽게 파악한다. 좋은 AX가 좋은 UX나 DX와 충돌하기보다 오히려 함께 좋아질 수 있는 사례다.

 

 

 

데이터에서 AX가 먼저 중요해질 수도 있다

 

데이터 영역에서는 AX가 웹사이트보다 더 빠르게 중요해질 가능성도 있다.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SQL을 생성하고 직접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는 방식은 이미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성능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모델 자체가 더 좋아지거나, 에이전트를 감싸는 시스템이 좋아지거나, 데이터 구조 자체를 에이전트가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모델 기업이나 플랫폼의 발전에 의존하지만 마지막 하나는 지금 당장 조직이 바꿀 수 있다.

 

 

 

 

테이블과 컬럼 이름을 명확하게 만들고 의미를 설명하는 메타데이터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은 개선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X는 단순한 UI 디자인 분야가 아니라 웹, API, 인증, 데이터 구조까지 아우르는 시스템 디자인의 문제로 확장된다.

 

 

 

AX는 하나의 직업을 넘는 새로운 설계 관점이다

 

AX Designer라는 직업이 실제로 채용시장에 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Prompt Engineer처럼 잠시 독립적인 직무로 등장했다가 다른 직군의 기본 역량으로 흡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직무명이 어떻게 정착하든 더 중요한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제품을 사용하는 주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용하기 좋은 제품만 설계하면 충분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사람이 자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제품을 사용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모바일 시대에 “우리 웹사이트는 스마트폰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러워졌던 것처럼, 에이전트 시대에는 “우리 제품을 AI 에이전트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품 설계의 기본이 될 수 있다. AX Designer라는 직업이 실제로 생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질문을 먼저 하기 시작하는 사람이 누가 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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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유훈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