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 좋은 사골은 열 번을 우려내도 진국이 나온다
여기어때가 CM송 고집해 온 이유, 그리고 그 반복이 남긴 것과 남기지 못한 것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그 노래가 흘러나온다. “여행할 때 여기어때~” 모델이 바뀌고 장소가 바뀌어도 멜로디만큼은 한결같다. 매번 그 광고를 볼 때마다 ‘새로 만들 여력이 없나?’, ‘그냥 하던 대로 하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여기어때 담당자에게서 들은 답은 전혀 딴판이었다. 6년 동안 철저히 계산해 지켜온 전략이라는 것. 여기어때에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BXP 1팀·3팀 강석우 리드가 밝힌 발표 제목은 《여행 플랫폼을 넘어 여행 브랜드가 되는 법》이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브랜드 자산’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광고 한 편이 지나가면 대부분 잊히지만, 몇 가지 잔상은 사람들 머릿속에 남아 다음 광고의 출발점이 된다. 그렇게 축적된 잔상이 바로 브랜드 자산이다. 매번 새로 쥐어짜 내는 창작물이라기보다,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쌓아 올린 잔상에 가깝다.

플랫폼 브랜드가 가질 수 없는 세 가지
강석우 리드는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부터 이야기를 풀어갔다. 발표 슬라이드에는 그들이 가진 세 가지 결핍이 명확히 적혀 있었다.
-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다: 라면은 ‘맛’이 있고 텀블러는 ‘보온력’이 있지만, 여행 앱에는 눈에 보이는 실물이 없다.
- 뚜렷한 차별점이 없다: 여기어때, 트립닷컴, 아고다는 UI나 혜택이 비슷비슷하고 서로 벤치마킹하기도 쉽다. 오늘 여기어때가 최저가여도 내일은 다른 곳이 더 쌀 수 있다.
- 독점 콘텐츠가 없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려고 특정 플랫폼을 찾지만, 여행 앱은 그렇지 않다. 여기서 예약할 수 있는 항공권과 호텔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예약할 수 있다.

여기에 구조적인 모순이 하나 더 얹어진다. 여행은 아주 신중한 소비다. 귀한 휴가를 쓰고 국내 여행만 가도 100만 원은 족히 들기에, 손해 보지 않으려 꼼꼼히 비교하고 고민한다. 반면 다른 앱으로 갈아타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혜택이 조금만 아쉽거나 예약 절차가 불편하면 망설임 없이 다른 앱을 켜버린다. 그래서 사용자들에게 들려오는 반응도 “여기어때가 제일 좋아”보다는 “편하고 혜택이 괜찮아”가 대부분이다. 여기어때의 목표가 그토록 소박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올릴 때 적어도 손가락 안에 드는 선택지가 되는 것,
그리고 떠나려는 그 순간 우리 앱에 머물게 만드는 것.
좋은 사골은 열 번을 우려내도 진국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6년 동안이나 같은 노래를 고집해 왔을까. 브랜딩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결국 ‘반복을 통한 각인’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강석우 리드는 이 대목에서 사골 비유를 들었다. 하급 사골은 두어 번만 우려도 맛이 안 나고 국물도 뿌옇게 올라오지 않지만, 질 좋은 사골은 열 번을 우려내도 깊은 맛이 난다. 브랜드 자산 역시 그 자체의 ‘품질’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여기어때 송의 누적 성과는 화려하다. 누적 조회수 약 3억 회, ‘좋아요’ 약 17만 6천 개, 누적 시청 시간은 무려 207만 시간에 달한다. “광고비를 쏟아부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니냐”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돈을 아무리 써도 소비자가 도중에 스킵하지 않고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없다면, 3억 회라는 수치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숫자라고 단언했다.

업계에서는 “이제 그만 우려먹을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이 노래가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는 것. 여름날 거리에서 이 멜로디가 흘러나올 때 “아, 이제 진짜 휴가철이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면, 이미 그 전략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신호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타성에 젖어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새 캠페인을 기획할 때는 의도적으로 ‘여기어때 송이 없는 상태’를 전제로 대행사 미팅을 시작한다. 편한 방식에 안주해 습관처럼 되풀이하는 순간, 자산이 아닌 독이 되기 때문이다. 매번 백지상태에서 검증하는 요소는 다음의 세 가지다.
- 시대적 맥락: 코로나나 전쟁 같은 유동적인 시국에 신나는 노래를 틀어도 정서적 거부감이 없는가?
- 브랜드의 감각: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낡아 보이지는 않는가? 20대에게 외면받아 ‘올드한 브랜드’로 낙인찍히진 않을까?
- 차별성: 이 노래로 여전히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가?
감에만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인 수치로 검증하는 절차도 거친다. 1년에 두 차례 브랜드 조사를 진행해 노래에 대한 피로도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익숙함이 자칫 지루함이나 싫증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지킬 것과 바꿀 것의 명확한 경계
발표 슬라이드에는 지킬 것과 바꿀 것을 구분한 두 가지 목록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 브랜드 자산 (변함없이 지키는 것): 여기어때 송 / “여행할 때 여기어때” /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
- 일회성 요소 (매년 새롭게 바꾸는 것): 모델 / 여행지 / 콘셉트와 장르
이 전략의 핵심은 ‘문구의 소유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 6년 전 선점한 “여행할 때”라는 표현은 이제 다른 경쟁사들이 감히 탐낼 수 없는 언어적 자산이 되었다. 최근에도 “여행하면” 같은 문구를 쓴 광고를 볼 수 있지만, “여행할 때”를 들으면 뒤이어 자동으로 “여기어때”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바꾸는 요소들은 시장의 흐름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였다. 해외여행 서비스를 새로 출시할 때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외국인 모델을 내세웠다.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할 때는 인기를 끌던 여행 예능 출연자들을 기용했는데, 실제 예능에 협찬을 넣지 않았음에도 “협찬한 광고 같다”는 반응이 조사 결과로 확인되기도 했다. 겨울철 맛집 검색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먹방으로 유명한 유튜버들을 대거 모았다.
흔히 볼 수 있는 빅모델 전략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명확한 기획 의도가 숨어 있다. 바로 ‘이 노래를 절대 부를 것 같지 않은 사람’이나 ‘광고에서 한 번도 노래를 불러본 적 없는 사람’에게 노래를 맡기는 것이다. “저 사람이 이 노래를 부른다고?” 하는 뜻밖의 반전과 놀라움을 노린 전략이다.
올해 캠페인 역시 두 가지 커다란 시장 변화를 반영했다. 하나는 이제 브랜드보다 ‘콘텐츠’ 그 자체가 사람들을 움직인다는 점, 다른 하나는 고물가와 불안정한 정세로 해외여행 여건이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여행에 다시 집중하는 콘셉트로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다. 흥미로운 점은 올해가 역사상 ‘여기어때 송’이 가장 적게 쓰인 해라는 사실이다. 광고가 시작되고 무려 10초가 지나서야 멜로디가 나지막이 흘러나온다.
간판을 내리고 자체 채널을 열기까지 2년 반의 기록
여기어때는 브랜드를 철저히 숨긴 유튜브 채널을 새로 만들었다. 명확한 계산 끝에 나온 결단이었다. 그동안은 외부 유명 유튜브 채널에 비용을 집행하며 협업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6년간 이 방식을 국내 여행 브랜드 중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자부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 주요 채널의 제작 단가가 매년 20%씩 치솟는 동안, 기대 조회수는 50만에서 100만 회 수준에 머물렀다. 비용은 가파르게 오르는데 성과는 제자리걸음이니, 마케팅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문제의식을 느낀 2023년 말을 시작으로, 2024년 9월 전담 조직을 구축했고, 2025년 5~6월 사이에 마침내 채널을 가동했다. 정식 개설까지 무려 2년 반이 걸린 셈이다. 발표 도중 나온 그의 위트 있는 회고가 인상적이었다. “채널 운영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미리 알았다면 감히 엄두도 못 냈을 텐데, 몰랐기에 용감하게 뛰어들었다”는 회상이다.
첫 고비는 기존 공식 채널을 활용할지, 아예 새 판을 짤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이 끝없는 토론에만 3개월이 소요됐다. 하루는 ‘새 채널 구축’으로 기울었다가, 그다음 날은 ‘기존 채널의 효율성’으로 넘어가기를 반복했다. 최종 결론은 ‘새 채널 개설’이었다.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어때라는 브랜드가 전면에 서면 상업적 의도가 뻔히 보여 시청자가 이탈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어차피 새로 시작할 거라면 브랜드 간판부터 내려놓기로 했다.
경영진을 설득하는 데만 또다시 1년이 걸렸다. “남의 채널만 쓰면 효율이 떨어지고, 우리 채널만 파면 성장이 더디니, 첫 1년은 투트랙으로 돌리다가 자리를 잡으면 외부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매달 보고 자리에서 조금씩 설득의 범위를 넓혀가며 꼬박 1년을 공들였다.

채널명 탄생 과정은 기획의 영역이라기보다 다분히 감각적이었다. 캐리어를 끌거나 호텔 문을 열 때 나는 소리 ‘드르륵’에서 출발해 ‘뜨뜨뜨’를 거쳤고, 브랜드명 끝자이자 핵심 카피인 “여행할 때”의 ‘때’가 맞물려 마침내 『때때때』가 완성됐다. 결정은 팀원 전체 투표로 이루어졌다. 담당자들은 브랜드를 더 확실히 숨기고 싶어 했고, 자연스럽게 목욕탕 이미지가 오버랩되면서 팀 전체가 그 콘셉트에 매료됐다. 지금도 채널 대문에는 때를 미는 이모지와 목욕탕 타일이 자리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브랜드를 알아차리지 못하길 바라며 즐겁게 판을 깔았다.
콘텐츠의 방향성 역시 채널명에 담긴 의미에서 유래했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는 저마다의 ‘때’가 있고, 여행이든 놀 때든 일할 때든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맥락이다. 기획안 속 여러 주제 중 “나 빼고 다 연애할 때”라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왔고, 이는 히트 콘텐츠인 《72시간 소개팅》으로 이어졌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채널 개설 1년 만에 구독자 20만 명 돌파, 누적 조회수 7,100만 회를 기록했다.
따라 하기 전에 확인할 세 가지
- 지켜낼 브랜드 자산이 이미 존재하는가: 6년 전 선점한 “여행할 때”라는 강력한 언어적 자산이 있기에 이를 지키는 전략이 성립한다. 자산이 부족한 브랜드에게 일관성이란 지켜야 할 유산이 아니라 이제부터 만들어가야 할 목표다. 그 기틀을 다지는 데만 이들이 투자한 6년만큼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 반복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있는가: 익숙함이 자칫 피로감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연 2회 정기 조사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발표를 듣기 전까지 이 반복을 전략이 아닌 관성으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존재했다. 물론 그것조차 브랜드가 머릿속에 각인되었다는 반증일 수 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과 ‘브랜드에 호감을 느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강석우 리드 역시 “우리만 흥에 겨워 이 노래를 고집하는 건 아닌지 항상 내부적으로 되묻는다”고 털어놓았다.
- 조직의 실행력과 체력이 뒷받침되는가: 『때때때』팀에는 전담 PD나 작가가 없다. 브랜드 기획자들이 콘셉트 기획부터 외주 제작사 소통, 전체 일정 관리까지 직접 발로 뛴다. 제작사를 단순히 대행사로 두지 않고, 현장에 함께 내려가 땀 흘리며 수평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다. 준비에 2년 반, 설득에 1년을 버텨낼 수 있는 조직적 체력과 신뢰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접근법이다.

구독자 수에 매몰되지 않는 법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인사이트는 발표 마지막에 나왔다. 강석우 리드는 채널 구독자 수가 50만, 100만이 되는 것보다 콘텐츠 자체의 파급력과 인지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특정 출연자나 기획 포맷이 시청자들에게 각인되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비용 구조의 혁신 때문이다. 타인의 인기 유튜브 채널에 자사 홍보용 댓글 하나를 남기려 해도 수십만 원이 들고, 그 댓글을 상단에 고정하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직접 소유한 자사 콘텐츠라면 이런 부대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초상권 문제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기획전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기간 제한에서도 자유롭다.
무엇보다 시청자가 콘텐츠에 몰입하고 직접 참여하는 과정에서 여행을 떠올리게 된다. “어디 좀 가주세요”, “다음 편 빨리 만들어주세요” 같은 시청자들의 요청은 그들의 일상 속에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브랜드는 이 요청을 자연스럽게 자사 기획전으로 연계해 실질적인 전환을 끌어낸다.
실제로 6년 전에 제작해 둔 콘텐츠 하나가 최근 한 가수의 신곡 출시를 계기로 역주행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단발성 광고가 아닌 ‘소장 가치 있는 콘텐츠’로 접근했기에, 차곡차곡 쌓인 자산들이 시간이 흘러도 끊임없이 선순환하며 재조명받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 발표의 핵심은 명확하다.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는 플랫폼 브랜드이기에, 실체 대신 ‘반복을 통한 강력한 기억의 잔상’을 쌓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선택의 최종 성패는 앞으로 조금 더 두고봐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지킬 자산을 정해두고, 그 외의 것들은 매년 기민하게 바꿔나가는 ‘명확한 선택과 집중의 목록’을 가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사례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


![[세상은 넓고 회사는 많다] 오래 봤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것은 다르다](https://mobiinsidecontent.s3.ap-northeast-2.amazonaws.com/kr/wp-content/uploads/2026/09/30095603/%ED%99%94%EB%A9%B4-%EC%BA%A1%EC%B2%98-2026-09-30-094504-218x150.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