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이 최상위 영상 모델을 광고주에게 공짜로 여는 이유


무대에 오른 틱톡 코리아 조휘재 매니저는 화두를 던졌다. 이제 기업들의 진짜 고민은 “어느 플랫폼에 광고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AI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것인가”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에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단연 광고 소재 제작 영역이었다. 틱톡은 제품 이미지와 설명만 넣으면 영상 광고를 완성해 주는 통합 도구 ‘심포니’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최첨단 영상 AI 모델이 탑재되어 있으며, 틱톡 광고주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자체 구축 시 최소 6억 원 이상 드는 기술이다. 현장 시연에서는 초콜릿 이미지 한 장과 짧은 지시문 네 줄만으로 씹는 소리가 입체적으로 강조된 완성도 높은 영상이 즉석에서 구현됐다.


극적인 우연도 겹쳤다. 해당 AI 모델의 최신 버전인 ‘시댄스 2.5’가 발표 당일인 8월 3일 오전 공식 공개된 것이다. 생성 영상 길이가 15초에서 30초로 늘어나고, 참고 리소스도 9개에서 50개로 대폭 확장되었다. 시연된 기술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 단계 더 진화한 셈이다.

 

 

Max Summit 2026,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틱톡은 왜 6억 원짜리 AI를 공짜로 풀었나


AI 영상 생성 기술을 다루는 스타트업들은 보통 사용량에 비례해 비용을 받는다. 가령 주목받는 스타트업 힉스필드(Higgsfield)는 5분 만에 편당 3달러 수준으로 제작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업계에서는 파격가로 통했다. 그런데 틱톡은 한술 더 떠 이를 ‘무상’으로 풀겠다고 선언했다. 최정상급 AI 영상 생성 모델이 광고 계정에 기본 옵션으로 탑재되는 셈이다.


이 파격적인 결정의 이유는 명확하다. 힉스필드 같은 솔루션 기업은 AI 도구 판매가 수익원이지만, 틱톡은 그 도구로 만든 콘텐츠가 노출될 ‘광고 지면’을 팔아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간 광고주들에게 영상 제작은 가장 큰 병목 구간이었고, 이는 곧 광고 예산의 한계로 이어졌다. 제작 장벽을 허물어 광고 집행량을 늘리는 것이 곧 플랫폼 매출 확대로 직결된다.

 

 

최고급 제작 도구 무료화는 호의가 아닌, 고도로 계산된 유통 전략이다.

 

 


따라서 이 서비스에는 확실한 목적성이 존재한다. 제작 도구 ‘심포니’로 만든 영상은 틱톡의 규격과 문법에 맞춰 출력된다. 또한 광고 관리자 화면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성과가 좋은 소재는 노출을 늘리고 부진한 소재는 AI가 알아서 개선한다. 영상 제작부터 집행, 최적화까지 한 화면에서 완결되는 압도적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역설적으로 브랜드의 영상 자산이 틱톡의 생태계와 알고리즘 문법에 종속됨을 의미한다.

 

 

Max Summit 2026,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다들 같은 도구를 쓰면 광고가 서로 닮아간다


시장 전망을 보면 이런 흐름은 틱톡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디지털광고협회(IAB)에 따르면 광고주의 86%가 영상 광고 제작에 이미 AI를 쓰거나 도입을 앞두고 있으며, 전체 영상 광고의 40%가 AI로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틱톡 측 역시 전 세계 60만 개 이상의 브랜드가 이미 제작 도구인 ‘심포니’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모두가 같은 생성 도구와 기본 설정을 사용하면서 결과물이 천편일률적으로 닮아가고 있다. 피드를 내리다 상단 로고를 가리면 어느 브랜드 광고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이유다. 과거에는 영상 제작의 까다로운 기술적 장벽 자체가 강력한 진입장벽이자 차별화 포인트였다. 하지만 그 장벽이 무너진 지금, 끝내 승패를 가르는 건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획 역량뿐이다.


틱톡 역시 소모적인 제작은 AI에 맡기고 마케터는 핵심 인사이트와 메시지 도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극히 타당한 접근이다. 그러나 플랫폼이 추천하는 트렌드와 성공 공식에만 의존한다면, 이는 확장된 선택지를 얻은 것이 아니라 정형화된 틀에 갇힌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제품 정보만 넣으면 틱톡 내 인기 트렌드를 바탕으로 영상 방향을 제시해 주는데, 이 알고리즘이 정교해질수록 역설적으로 모든 브랜드의 광고는 하나의 양식으로 수렴하게 된다.


법적·제도적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심포니 약관에는 AI 생성 콘텐츠임을 명시해야 한다는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 등의 가이드라인 준수 조항이 담겨 있다. 국내 규제 도입 역시 시간문제다. 아무리 AI 도구가 무료라 한들, 그 결과물에 따른 법적 책임과 브랜드 이미지 리스크는 오롯이 광고주의 몫으로 남는다.

 

 

Max Summit 2026,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깔때기가 무너졌다면서 왜 다시 세 단계를 그리나


발표의 전체적인 골격은 ‘워치(Watch), 러브(Love), 원트(Want)’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짜여 있었다. 조휘재 매니저는 기존 마케팅 퍼널이 무너졌다는 파격적인 선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퍼널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호감을 가지며 결국 구매에 도달하는 과정을 깔때기 모양으로 시각화한 고전적인 마케팅 모형이다. 상단 단계일수록 유입 인원이 많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인원이 줄어드는 구조다. 하지만 숏폼 콘텐츠의 부상으로 인지부터 구매까지의 여정이 며칠이 아닌 불과 몇 분 만에 완결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는 더 이상 단계별 깔때기를 순차적으로 밟아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인 욕구에 따라 우발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 선언 직후,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세 가지 단계라는 프레임이 제시되었다.


마케팅 퍼널이 붕괴했다는 주장과 새로운 세 단계를 제시하는 접근은 논리적으로 쉽게 양립하기 어렵다. 실제로 제시된 세 단계는 기존 퍼널의 인지, 고려, 구매 단계와 사실상 일대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용어를 새롭게 바꾸고 단계 간 전환 속도를 압축했을 뿐, 구조 자체는 유효하게 남아 있는 셈이다. 나아가 각 단계마다 틱톡의 특정 광고 솔루션이 하나씩 매칭되어 배치된다. 워치와 러브 단계를 파악하는 데는 ‘마켓스코프’, 러브를 원트로 변환하는 데는 ‘컨시더레이션 애즈’, 원트를 실질적인 매출로 완성하는 데는 ‘틱톡샵’이 할당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프레임워크와 자사 상품 포트폴리오를 대치시키는 전략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구조가 소비자의 순수한 행동 패턴을 관찰해 도출된 객관적 결과라기보다는, 판매할 광고 상품을 먼저 구상해 둔 뒤 역으로 짜 맞춘 프레임이라는 점은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존 퍼널이 사라졌다는 메시지는, 결국 지금까지 기업들이 광고 효과를 측정해 온 전통적인 방식을 틱톡 고유의 체계로 전환해 달라는 전략적 제안에 가깝다. 실제로 조휘재 매니저가 유독 강조한 지점 역시 단순 광고 노출량 지표가 아닌, 노출 이후 발생한 소비자의 실질적인 감정 변화와 행동 유발이라는 새로운 측정 기준의 도입이었다.

 

 

Max Summit 2026,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오래 봤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것은 다르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단연 ‘러브(Love)’ 단계였다. 틱톡은 시청 완주율 같은 수동적 지표부터 좋아요, 댓글, 공유, 장바구니 담기 등 12가지 이상의 행동 신호를 수집해 관여도별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마저 틱톡 안에서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신호로 변환된다는 뜻이다.


현상에 대한 관찰은 정확하다. 하지만 마케팅 관점에서 이러한 행동 신호의 진짜 이름은 감정이 아닌 ‘참여도(Engagement)’다. 콘텐츠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응했는지 측정하는 수치일 뿐,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와 완전히 일치하진 않는다. 완주율이 높은 이유가 브랜드가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자극적이거나 알고리즘이 계속 밀어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틱톡이 제시한 전환율 상승 성과 역시 비교 대상이나 기간이 명확하지 않고, 이용자 설문 데이터 또한 자사 조사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비단 틱톡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디지털 플랫폼 성과 지표는 자사 내부 데이터에 갇혀 있다. 광고 반응은 측정할 수 있어도, 광고가 없었어도 일어났을 유기적 구매를 구분하진 못한다. 마케팅에서는 광고 덕분에 발생한 순수 추가 매출을 ‘증분(Incrementality)’이라 부른다. 이날 무대에서 드러난 ‘단순 참여’와 ‘실제 선호’ 사이의 괴리는 결국 이 증분의 부재를 보여준다. 오래 본다는 행위 수치와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는 감정 상태는 엄연히 다르다.

 

 

Max Summit 2026,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만드는 일은 공짜가 됐고 정하는 일은 그대로다


이번 발표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최정상급 AI 영상 모델이 기본 옵션으로 탑재되면서, 광고 소재 제작은 더 이상 시간과 비용이 발목을 잡는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마케터 입장에서 이 파격적인 혜택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기술의 평등화가 가져온 새로운 과제 역시 분명하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쓰고 동일한 트렌드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는다면, 결과물이 빠르게 하향 평준화되어 서로 비슷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도구의 접근성이 완벽히 평등해진 시대에 진짜 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떻게 만드느냐’의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획력이다.


따라서 AI로 첫 번째 광고를 만들기 전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최첨단 AI로 10배 많은 영상 소재를 쏟아낼 때, 경쟁사 역시 똑같은 도구로 10배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 수많은 영상의 범람 속에서 소비자가 오직 우리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질문의 답은 그 어떤 생성형 AI의 프롬프트 창에도 적혀 있지 않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