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작은 행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어제 러닝을 하다가 문득 꾸준함에 대해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달릴 때 보통 노래를 듣지 않는다. 발이 바닥에 닿는 소리와 내 호흡에 집중하면서 그냥 달리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 어떤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 들어오면 달리는 내내 그 생각을 계속 따라가 보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이만큼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기 좋은 시간도 별로 없다. 몸은 계속 앞으로 움직이고 있고, 방해하는 것도 없으니 하나의 생각을 꽤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다.
어제는 그 생각이 꾸준함이었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목표를 세운다. 운동을 시작하면 10km를 뛰고 싶고, 언젠가는 하프마라톤에도 도전하고 싶어진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한 달에 몇 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겠다는 계획을 만든다. 목표가 나쁜 것은 아니다. 목표가 있어야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달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목표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계속하는 것이 아닐까.
1km라도 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러닝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의욕이 넘친다. 매일 5km를 뛰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고, 일주일에 네 번은 반드시 운동하겠다고 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의 컨디션이 매일 같을 수는 없다. 일이 늦게 끝날 때도 있고, 몸이 무거운 날도 있고, 소파에 누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런 날에는 차라리 1km라도 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오늘도 5km를 뛰어야 해’라고 생각하면 옷을 갈아입는 것부터 부담스럽다. 반대로 ‘딱 1km만 뛰고 오자’고 생각하면 문턱이 훨씬 낮아진다. 일단 옷을 갈아입고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막상 뛰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1km를 뛰고 나면 여기까지 나왔는데 조금 더 뛰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옷까지 갈아입고 신발까지 고 나왔는데 바로 들어가기도 아쉽다. 그래서 1km만 뛰려고 나왔던 사람이 2km를 뛰고, 어느 날은 3km를 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1km라는 거리가 아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교의 행동과학자 BJ 포그는 《Tiny Habits》에서 행동을 지속시키려면 처음부터 의지를 크게 요구하기보다 행동 자체를 작고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거창하게 시작하기보다 너무 쉬워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정도로 행동의 크기를 줄이라는 것이다. 꾸준함에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쩌면 반대일 수도 있다.
의지가 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기 쉽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다 보면 더 잘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사람은 뭔가를 계속하다 보면 대체로 조금씩 잘하게 된다. 처음에는 1km를 뛰는 것도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3km가 괜찮아진다. 3km를 계속 뛰다 보면 몸도 달라지고 호흡도 편해진다. 그러면 사람 마음도 달라진다.
‘나 이것밖에 못 하는데’라는 생각이 ‘생각보다 나도 잘하는데?’로 바뀐다. 그리고 그때부터 궁금해진다. 조금 더 뛰어볼까. 어떻게 하면 덜 힘들게 뛸 수 있을까.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록을 조금 줄여볼 수는 없을까.
처음부터 잘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하다 보니 잘하게 되었고, 잘하게 되니 더 잘하고 싶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설명할 때 ‘유능감’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의 자기결정성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고 싶은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가 있다.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기면 그 행동 자체에 대한 동기도 커질 수 있다.
앨버트 반두라가 이야기한 ‘자기효능감’도 비슷하다. 자기효능감은 ‘나는 이것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고 그 믿음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실제로 해낸 경험이다. 결국 자신감은 생각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해봤기 때문에 생긴다.
1km를 뛰어봤기 때문에 2km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5km를 뛰어봤기 때문에 10km도 가능할 것 같다. 책 열 페이지를 며칠 동안 읽어봤기 때문에 한 권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생긴다. 영어 문장을 매일 조금씩 말해본 사람이 어느 순간 긴 문장도 한번 말해보고 싶어진다. 작은 행동은 단순히 결과를 쌓는 것이 아니라 ‘나는 할 수 있다’는 감각까지 함께 쌓는다.
작은 진전은 다음 행동을 만든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레사 애머빌와 스티븐 크레이머는 《The Progress Principle》에서 사람의 동기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진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직장인들의 수많은 업무 일기를 분석했다. 그리고 거대한 성공만이 사람에게 동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 사람의 감정과 동기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이것이 운동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 뛰었다. 예전보다 덜 힘들다. 같은 거리를 조금 더 편하게 뛰었다. 사소한 변화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진전이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을 만든다. 그리고 다시 행동하면 또 작은 진전이 생긴다. 행동이 진전을 만들고, 진전이 다시 행동을 부른다. 꾸준함은 아마 이 작은 순환이 오래 이어지는 과정일 것이다.
꾸준함은 완벽함과 다르다
꾸준함이라고 하면 매일 빠지지 않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일 같은 수준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어렵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를 놓쳤을 때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필리파 랠리 연구팀은 사람들이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과정을 추적했다. 같은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반복할수록 그 행동은 점차 자연스러워졌지만, 중간에 한 번 행동하지 못했다고 해서 습관 형성 과정 전체가 크게 망가지지는 않았다.
결과가 흥미로웠다. 꾸준함은 한 번도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루 쉬었다면 다음 날 다시 하면 된다. 일주일 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면 오늘 한 페이지부터 다시 읽으면 된다. 운동을 며칠 못 했다면 다시 러닝화를 신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끊어진 적이 있느냐가 아니라 다시 이어갈 수 있느냐이다.
결국 사람을 바꾸는 것은 행동이다
우리는 흔히 큰 목표가 사람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10km를 뛰겠다. 영어를 잘하겠다. 책을 많이 읽겠다. 사업을 성장시키겠다. 물론 목표는 필요하다. 하지만 목표를 세웠다는 사실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결국 나를 바꾸는 것은 오늘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이다.
10km를 목표로 하는 것보다 오늘 1km를 뛰는 것이 실제에 가깝다. 한 달에 책 네 권을 읽겠다는 계획보다 오늘 열 페이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오늘 영어 문장 하나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낫다.
처음에는 그 행동이 너무 작아서 의미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잘하게 된다. 조금 잘하게 되면 더 잘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더 큰 목표도 생긴다. 어쩌면 목표가 행동을 만드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행동이 다음 목표를 만들기도 한다.
어제 달리면서 꾸준함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보니 결국 그 생각으로 돌아왔다. 양도 중요하고 질도 중요하다. 언젠가는 더 많이 해야 하고, 더 잘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하는 것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리고 다시 하는 것. 그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서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달라진다. 꾸준함은 대단한 일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행동을 계속하는 데서 시작된다.
철학하는 CEO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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