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벤치마킹 스터디

 

지난번에는 토스의 송금을 뜯어봤다. 이번 주에는 같은 업계의 두 서비스, 토스와 카카오페이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고자 한다. 서비스 전체를 비교하면 “둘 다 금융 슈퍼앱”이라는 뻔한 결론만 남는다. 그래서 범위를 오프라인 매장 결제라는 기능 하나로 좁혔다. 같은 문제를 두고 두 서비스가 얼마나 다른 답을 냈는지 알아보자.

 


 

1. 서비스 정의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는는 실물 카드 대신 앱에 등록한 결제 수단을 활용하는 기능이다. 두 서비스 모두 이 기능을 갖고 있지만, 대표 선수가 다르다.

 

토스 : 페이스페이

토스 앱에 얼굴과 결제 수단을 미리 등록해두면, 매장 단말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결제가 끝난다. 2025년 3월 시범 운영을 시작해 같은 해 9월 정식 출시했고, 2026년 5월 누적 가입자 600만 명을 넘겼다.


카카오페이 : 매장 결제

카카오페이 앱 결제 화면 하나에 바코드, QR, 삼성페이가 모여 있다. 2024년 삼성페이·제로페이와 제휴하면서 “카카오페이 가맹점이 아닌 곳”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월간 오프라인 결제 이용자는 약 600만 명, 연간 결제 건수는 5억 건을 넘는다. 

 

 

같은 ‘오프라인 결제’인데 한쪽은 얼굴을, 한쪽은 휴대폰을 내민다.

 

 

 

2. 선택 이유 & 분석 방법


온라인 결제는 이미 승부가 났다. 버튼 한 번, 비밀번호, 얼굴 인식이면 끝난다. 반면 오프라인은 아직도 지갑을 열거나, 휴대폰을 꺼내 앱을 켠다. 간편결제 업계가 아직 ‘간편’하게 만들지 못한 마지막 구간이 계산대 앞이다. 그래서 지금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고, 두 회사의 생각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분석은 지난주와 같은 틀을 쓰되, 비교하는 한 칸을 더했다.
⚠️ 어떤 문제가 있는가 → 토스는 무엇을 했는가 → 카카오페이는 무엇을 했는가 → 왜 답이 다른가

 

기능을 나열해 “누가 더 좋다”를 가리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같은 문제에 다른 답이 나온 이유를 찾으면, 그 사이에서 업계의 흐름과 생이 보일 것이다.

 

 

 

3. 사용자 플로우 (User Flow)

 

토스 페이스페이

▶️ (1회) 얼굴 등록 -> 결제 수단 연결 -> 계산 -> 단말기 바라보기 -> 결제 완료

 

 

카카오페이 매장 결제

▶️ 계산대 -> 휴대폰 -> 카카오페이 결제 화면 -> 결제 방식 선택 -> 결제 -> 완료

 

보안으로 인해 공식 이미지로 설명

 

단계 수만 세면 토스가 압도적으로 짧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따로 있다.
  • 토스의 플로우에는 계산대 앞에서 ‘앱’이 등장하지 않는다. 앱은 등록할 때 한 번만 쓰인다.
  • 카카오페이는 앱을 여는 대신, 그 한 화면 안에서 바코드·QR 등을 전부 고를 수 있다.
  • 토스는 토스 단말기가 있는 매장에서만 된다.
  • 카카오페이는 결제 카드를 그 화면에서 바로 바꿀 수 있고, 멤버십 적립도 함께 처리된다.

 

토스는 결제 과정에서 “단계를 지우는 데” 집중했고, 카카오페이는 “안 되는 곳을 지우는 데” 집중했다. 둘 다 사용자의 망설임을 없애려는 것인데, 없애려는 망설임의 종류가 다르다. 이제 이 차이가 어디서 나왔는지 하나씩 추적해본다.

 

 

 

4. 같은 문제, 다른 답 3가지


A. 결제하려면 무언가를 꺼내야 한다.

지갑이 휴대폰으로 바뀌었을 뿐, 계산대 앞의 동작은 그대로다. 주머니에서 꺼내고, 잠금을 풀고, 앱을 찾고, 화면을 내민다. 양손에 짐이 있으면 그것마저 번거롭다.


[토스의 답]

꺼낼 것 자체를 없앤다. 단말기를 바라보면 바로 결제가 끝난다. 지난주 송금에서 본 것과 같은 논리다. 입력창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입력할 일을 없앴듯, 앱 실행을 빠르게 한 것이 아니라 앱을 켤 일을 없앴다.


[카카오페이의 답]

꺼낼 것을 하나로 줄인다. 휴대폰을 꺼내는 대신 카카오페이 하나만 열면 된다. (갤럭시 유저라면) 삼성페이를 켤지, 바코드를 보여줄지, 멤버십 앱을 따로 열지 고민하지 않도록 결제 화면 한 곳에 전부 모여 있고, 위젯으로 바로 진입할 수도 있다.

 

✅ 토스는 ‘동작’을 줄였고, 카카오페이는 ‘선택’을 줄였다.

 

 

B. 쓸 수 있는 매장이 적으면 아무도 쓰지 않는다.

아무리 편해도 “여기 그거 돼요?”를 매번 물어봐야 한다면 사람들은 귀찮아서라도 그냥 카드를 낸다. 오프라인 결제의 진짜 장벽은 앱이 아니라 계산대 위의 단말기다. 과거 수많은 페이 서비스가 여기서 멈췄다.


[토스의 답]

자체 단말기를 직접 깔았다. 2022년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를 통해 단말기를 매장이 직접 설치하기 시작했고, 2026년 6우러 초 기준 페이스페이가 되는 가맹점은 37만 개를 넘었다. 


[카카오페이의 답]

이미 깔린 길(인프라)을 활용했다. 삼성페이와 손잡아 카드 단말기가 있는 곳이면 결제가 되게 했고, 제로페이 QR도 그대로 읽는다.  단말기를 만드는 대신 POS사·VAN사와 손잡는 ‘얼라이언스’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가 가맹점 65만 개, 결제처 300만 개를 달성했다. 빠르고 싸게 넓혔지만, 계산대 경험은 남의 기기 위에서 일어난다.

 

 

C. 굳이 이 방법으로 결제할 이유가 없다.

사용자에게는 이미 잘 되는 카드와 삼성페이, 애플페이가 있다. 결제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바꿀 이유를 줘야 한다.


[토스의 답]

경험 자체를 이유로 만든다. “벌써 끝났어?”라는 반응이 곧 마케팅이며, 한 번 써본 사람의 60%가 계속 쓴다고 한다.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나가는 산책과 운동이라는, 기존 결제 수단이 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카카오페이의 답]

혜택을 이유로 만든다. 결제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굿딜’로 조건 없이 할인을 제공하거나, 멤버십을 적립해준다. “어떤 수단이 제일 이득인지 고민하지 말고 카카오페이만로 결제해라”는 메시지다.

 

 

✅ 토스는 “더 빠르니까”, 카카오페이는 “더 이득이니까”.

 

 

 

5. 두 서비스는 왜 다른 길을 갔나?


같은 문제에 다른 답이 나온 것은 두 회사가 이미 가진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길이 있었다.

카카오톡이라는 전 국민 메신저 위에서 출발했고, 오프라인 결제에도 일찍 들어갔다. 국내 100대 브랜드 가맹점의 95% 이상에 이미 카카오페이가 붙어 있다. 이 상태에서 단말기를 직접 만들면, 지금까지 협력해온 POS사·VAN사와 전면전을 치러야 한다. 가진 길을 버리고 새 길을 까는 것보다, 남의 길까지 내 길로 만드는 편이 합리적이다.


토스는 계산대에 길이 없었다.

토스의 본진은 앱이었고, 송금과 여러 편리한 서비스로 사람을 모았지만, 매장 계산대에는 토스의 자리가 없었다. 빌려 쓸 길이 마땅치 않으니 직접 깔기 시작했고, 페이스페이라는 남의 단말기에서는 불가능한 경험을 만들 수 있었다.

 

 

 

6. 업계는 어디로 가고 있나


두 서비스를 나란히 놓고 보니, 방법은 달라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인사이트 1] 경쟁의 무대가 ‘앱 안’에서 ‘계산대 위’로

송금과 온라인 결제는 이미 누구나 충분히 간편하다. 더 줄일 단계가 남아 있지 않다. 남은 불편은 오프라인에 있고, 그래서 두 회사 모두 가맹점 숫자를 목표로 내건다. 토스는 페이스페이 가맹점 100만 개를, 카카오페이는 2027년 오프라인 이용자 1,000만 명을 말한다. 네이버페이까지 자체 단말기와 얼굴 결제로 뛰어든 것을 보면, 한 회사의 실험이 아니라 업계의 흐름이다.


[인사이트 2] 다음에 사라질 것은 ‘휴대폰을 꺼내는 일’이다.

  • 인증 : 공동인증서 -> 비밀번호 -> 지문 -> 얼굴
  • 결제 수단 : 현금 -> 카드 -> 휴대폰 -> 몸?

 

간편결제의 역사는 사용자가 해야 하는 일을 하나씩 지워왔다. 토스는 페이스페이로 먼저 길을 걸었고, 카카오페이는 그 다음을 말한다. 대화창에서 AI가 알아서 결제해주는 ‘에이전트 결제’다. 한쪽은 결제하는 동작을 없애고, 한쪽은 결제하겠다는 결정까지 없애려 한다.

 

[인사이트 3] 결제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진짜 고객은 사장님이다.

두 회사 모두 사용자에게는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가맹점 쪽을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토스 단말기는 쿠폰과 재방문 알림을 자동화하고, 카카오페이는 결제 데이터로 타깃 마케팅을 제공하고 ‘사장님 성공키트’로 매장 홍보를 돕는다.

 

 

결제가 일어나는 순간을 잡으면, 그 손님이 누구이고 언제 다시 오는지를 알게 된다.
두 회사가 진짜로 경쟁하는 것은 이 데이터다.

 

 

 

7. 마치며


문제가 같아도 답은 같지 않다. 해결책은 문제 정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팀이 이미 가진 것에서도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단말기를 만들지 않은 것은 못해서가 아니라, 안 만드는 편이 맞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벤치마킹은 “누가 더 잘했나”를 가리는 일이 아니다. “왜 저렇게 했을까”를 두 번 묻는 일이다. 한 서비스만 볼 때는 당연해 보이던 선택이, 옆에 다른 서비스를 놓자 비로소 ‘선택’으로 보였다. 지난주에 토스가 없앤 것은 수수료만이 아니라 송금 앞의 망설임이라고 썼다. 이번 주에 보니 계산대 앞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토스는 꺼내는 수고를, 카카오페이는 “여기서 되나?”라는 걱정을 지우는 중이다.

 

 


기획자 제이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