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 시대의 추세, 조류, 유행을 의미한다. 패션, 마케팅, 경제 동향 분석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유행 – 유행(流行)은 한 사회의 어느 시점에서 특정 생각, 표현 방식, 제품 등이 그 사회에 침투 · 확산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위키피디아에서 두 단어를 검색해보니 구분이 쉽사리 되지 않습니다. 영어 사전에서 ‘trend’의 의미를 찾으면 곧바로 ‘유행’이 나오기도 하죠. 하지만 뉘앙스를 따져보면 의미가 다릅니다. 트렌드는 변화의 큰 흐름을 의미하지만, 유행은 특정 시기의 키워드를 뜻한다고 할까요.

얼마 전 인터뷰했던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트렌드와 유행은 다릅니다. 지속성이 있는 트렌드에 비해 (QR코드, LBS 같은 서비스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 자체가) 유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 주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죠. 너무 다른 곳을 따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장과 타이밍의 문제도 있죠. QR코드는 정작 중국에서 떴고, LBS는 16년 전부터 뜬다고 했지만 최근 O2O가 화두가 된 뒤 관련 서비스에 녹아들고 있는 정도입니다. 지속 가능한 트렌드를 쫓아야지, 일시적인 유행을 쫓아가면 안됩니다.” –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스타트업, 이제 성과 낼 때”

스타트업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던 지난 5년을 돌아보면, QR코드나 위치기반서비스(LBS) 등의 서비스를 하는 곳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가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유행’을 쫓았다는 것인데요. 한 순간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유행’보다는 지속적인 흐름 ‘트렌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멘트였습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났음에도 뭔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실전에서 유행과 트렌드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숙제가 남아있는 듯 했습니다.

미래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기에 “이건 트렌드고, 이건 유행이야!”라고 구분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넌 학생이고 나는 교사도 아니고(…). 그럼에도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두 키워드의 희미한 구분선을 찾을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 가지 측면에서 두 단어의 차이를 공유할까 합니다.

1. 시장을 바라보는 차이 

스타트업(벤처) 붐이 일면서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들고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곳에서 기회를 찾곤 합니다. 그중에서 몇몇 곳들은 간택(?)을 받죠. 이밖에도 엔젤투자자나 초기기업 투자 기관을 만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예전 모 벤처캐피탈(VC) 담당자와 어떤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시장 전체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대상 고객의 숫자가 많지 않더라도 이들에 대한 분명한 목적성이 있는 서비스를 원하죠.”

매 시기별로 유행을 타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영역에서 떠오르는 스타트업이 등장했기 때문이죠. 2010년 티켓몬스터가 등장해 ‘1일 1딜(제품, 혹은 티켓 판매)’을 내세우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죠. 얼마 지나지 않아 쿠팡, 위메프, 그루폰코리아, 그밖에 수많은 소셜커머스 스타트업들이 난립했습니다.

5년 뒤 살아남은 곳은 세곳입니다.

쿠팡, 티몬, 위메프. 세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업의 측면에서 봤을 때 단순히 ‘하루에 한 가지 딜을 판매’한다는 소셜커머스의 정의에 매달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모바일과 커머스, 두 가지 키워드를 붙잡고 고객들을 공략했죠. 하루에 판매하는 제품의 숫자가 3개, 30개, 100개, 1만 개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당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트렌드를 잘 파악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유행처럼 떠오르는 사업 아이템을 고수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큰 흐름을 파악했기 때문이죠.

2. 고객을 바라보는 차이

다음은 고객입니다. 아무리 참신한 서비스를 선보였다고 하더라도 고객이 사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말짱 도루묵이 됩니다. 앞서 언급됐던 QR코드가 좋은 사례입니다. 스마트폰이 한국에 상륙했던 2010년 대. 이때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QR코드였죠.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쿠폰을 주거나, 온라인 웹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에 착안해 각종 서비스들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큰 호응을 못 받았죠. 오히려 중국에서는 환영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알리페이 같은 경우 QR코드를 이용해 오프라인에서 간편 결제를 할 수 있는 환경마저 구축했죠.

두 국가 간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용자경험(UX)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원래부터 쿠폰 문화가 발달돼 있습니다. 백화점, 대형 마트, 지하철역 주변에 있는 쿠폰 밴딩 머신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 모습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각종 브랜드의 쿠폰을 모아놓은 오프라인판 포털이 있었던 셈이죠.

중국에서 QR코드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이러한 트렌드를 잘 이해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각종 할인 쿠폰을 뽑기 위해 밴딩 머신 앞에서 줄지어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QR코드 형태로 모바일에 저장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준 것이죠.

한 순간 고객의 눈을 주목할 것만 같은 아이템을 갖고 창업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차라리 아날로그 시대부터 공부하면서 고객이 원해왔던 것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기술을 바라보는 차이

모바일 시대에 들어오고 나서 PC 시대 때보다 기술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좋은 UI(사용자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경험)를 선보이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건데요. 성공한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에 있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가령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거의 다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보겠습니다. 일반인 입장에서 보기에는 문자를 주고받는 통로만 만들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면을 뜯어보면 수많은 사람의 다중 인터랙션을 감당할 수 있는 네트워크/서버 인프라가 있어야만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카카오톡을 만든 아이위랩이 이러한 인프라와 기술력을 확보한 뒤에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신 기술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적정 기술’이 필요한 것이죠.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구글 같은 웹 기반의 검색(포털) 업체는 수많은 이용자를 ‘온라인’이란 공간으로 모았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이용자가 폭증하게 되겠죠. 폭증하는 즉시 서비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서버가 죽든, 스토리지가 마비되든, 서비스가 운영되기 힘든 상황까지 번지게 되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서 서비스업체의 선택은 많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는 거죠. 거기다가 이용자를 파악하기 좀 더 좋은 방법을 강구하게 될 겁니다. – Tech first, Service first?

유명 서비스의 겉모습만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에 안착하지 못합니다. 기술적인 인프라의 차이가 결국은 고객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최근 1~2년 화두인 핀테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과 미국에서 알리페이나 페이팔 같은 간편결제가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에는 그간 분산돼 있던 지역 간 금융공동망을 통합하면서 당일 이체를 가능케 만들어준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은행공동망을 만들어 당일 이체를 하는 생태계가 구축돼 있죠.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앞단의 간편 결제 서비스만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곤 합니다.

“결제가 포스를 통해 이뤄지면 계좌이체는 은행공동망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수수료를 내지 않는 기존 은행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있겠나.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붙여야 하는데 고민이 많은 거다.” – 아무도 말하지 않는 한국 핀테크의 비밀(마이크로소프트웨어)

‘유행’을 쫓는다면 유명 서비스를 따라하는 것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겉모습은 유사하죠. 그 안에는 시장/고객/기술적인 니즈를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트렌드’를 쫓는다면 시장, 고객, 기술의 측면을 모두 고려해 서비스를 만들게 됩니다. 시작점은 비슷하나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유행과 트렌드, 어느 것을 쫓겠습니까. 이에 대한 답이 서비스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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