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큐레이션 서비스 ‘왓챠’를 서비스하는 프로그램스가 12월 2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신규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를 공개했습니다. 왓챠플레이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월 정액 4900원으로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날 간담회를 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프로그램스는 이 시점에 왓챠플레이를 발표하는 간담회를 열었을까?

일반적으로 기업이 간담회를 진행하는 목적은 서비스, 제품 홍보 등입니다. 그러므로 ‘시점’이라는 게 참 중요하죠. 3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타이밍과 넷플릭스 효과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넷플릭스’였습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로 북미, 유럽 등을 포함한 약 22개 국가에 진출해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관계자 및 이용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OTT:Over The Top)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Netflix)’가 내년 초 한국 방송 시장에 상륙한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자체 제작 콘텐츠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초고화질(UHD) 콘텐츠 분량, 저렴한 월 이용료라는 삼박자를 앞세워 글로벌 방송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넷플릭스, 내년 초 한국 진출 공식화···유료방송 판이 흔들린다(전자신문)

경쟁사가 넷플릭스라니…

대용량 데이터 처리, 분석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고 있는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단순히 ‘스트리밍’과 ‘추천’을 한다는 것으로 경쟁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다만,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왓챠플레이와 넷플릭스는 가입형 월정액 서비스(SVOD, Subscription video on demand)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넷플릭스가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죠. 프로그램스는 넷플릭스를 경쟁사로 지목하면서 잠재 고객이나 투자자들에게 서비스의 편리함과 가치를 제고할 수 있게 된 셈이죠.

넷플릭스가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국내 제휴사 선정 및 콘텐츠 수급, 현지화 등 아직 많은 제약사항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프로그램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프로그램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왓챠플레이는 왓챠의 별점 및 리뷰데이터를 이용해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해외 이용자의 리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넷플릭스보다 국내 이용자들에게 더 최적화된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 프로그램스의 의견입니다. 또한, 왓챠플레이의 월정액 가격(월 4900원)은 넷플릭스(월 $9.99, 한화 약 11000원)보다 저렴합니다.

비즈니스모델 구축

프로그램스는 왓챠플레이를 통해 명확한 비즈니스모델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프로그램스가 운영하던 왓챠는 명확한 비즈니스모델이 없었죠.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는 간담회 Q&A에서 ‘광고를 통해 매출이 발생했지만, 미비한 수준이었다’며 ‘왓챠플레이를 통해 명확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좋은 서비스라도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국내 영화시장의 경우 네이버나 다음 등에 마케팅을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서 영화 큐레이션 서비스가 살아가기 힘든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영화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했던 버즈니의 김성국 대표는 아래와 같이 말하기도 했죠.

“온라인 영화 광고시장 규모가 500억 원 정도 됐습니다. 그때 저희가 계산하기를 그곳의 10%를 버즈니가 차지하면 50억 원이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는 단순한 계산을 했죠. 당시 연매출이 2억~3억 원 정도 나오던 시점이었는데요. 저희한테 떨어지는 돈이 5000만 원도 안되더군요. 빈부격차가 심했습니다. 주요 포털 사이트가 90%이상의 수익을 다 차지했던 시기였습니다. 영화제작사도 네이버나 다음 외에 광고비를 쓸 여력이 없었죠. 트래픽의 한계도 있었습니다. 일일활성이용자(DAU)가 5만 명에 이른 뒤로는 정체가 시작됐죠.” -[모바일 시대의 사람들] 버즈니가 4번 피벗하고도 살아남은 비결은? (모비인사이드) 

어떻게 보면 과거에는 영화 제작사, 배급사 등의 광고주에게 손을 벌려야 했던 위치라면, 이제는 그들의 콘텐츠를 자사의 플랫폼 위에 올림으로써 관계가 뒤집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찌보면 척박한 시장에서 2~3년간 잘 견뎌온 프로그램스가 SVOD 서비스를 출시한 것 역시 이의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박태훈 대표는 “광고주와의 관계 때문에 왓챠플레이를 출시한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정답은 데이터에 있다

왓챠나 왓챠플레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 후 이용자가 기존에 시청한 영화와 드라마를 별점으로 평가해야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프로그램스가 축적한 영화 별점은 2.3억개, 드라마 별점은 1000만개입니다. 프로그램스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 맞춤 콘텐츠 추천에서 결제까지 유도할 시점이 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VOD시장의 성장, 저렴한 가격 그리고 편리한 기능을 내세운 왓챠플레이는 프로그램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의 시점으로 보입니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되는 왓챠플레이, 이용자들의 선택만이 남아있습니다.

Q&A

Q) 왓챠플레이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는 어느 정도인가?
A) CJ, 디즈니, 소니 등과 계약이 완료된 상황입니다. 왓챠플레이를 통해 영화 4500편, 드라마 1500편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배급처와 계약을 진행해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Q) 등록할 수 있는 기기가 한정되어 있나?
A) 1인당 등록할 수 있는 기기는 5대 입니다. 동시 시청은 1대의 기기에서만 가능합니다. 추후 스마트TV 앱을 출시할 시점에는 정책이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Q) 무료로 콘텐츠를 다운받는 사이트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나?
A) 현재 국내 VOD 사용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음원의 경우 과거에는 무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저렴한 유료 서비스들의 등장 이후 시장 상황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왓챠플레이도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해외진출 계획도 있나?
A) 왓챠플레이는 우선 한국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선결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왓챠의 경우 현재 일본에 진출한 상황입니다. 일본에서 이용자들의 충분한 별점과 리뷰 데이터를 모은다면, 왓챠플레이의 일본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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