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본 오키나와를 3일 간 방문했습니다. 주위 일본통들이 ‘겨울에는 오키나와 가는 거 아니야’라고 만류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갔습니다. 도착해보니 이유를 알겠더군요.

아래와 같은 날씨를 기대했건만,

해는 아침에 잠깐 얼굴을 보여줬을 뿐. 종일 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쏟아졌습니다. 대략 이랬죠.

뭐 그래도 상온 20도를 넘나드는 등 초여름 날씨를 보여줘서 대만족이었습니다.

아무튼, 첫날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와이퍼를 최고 속도로 가동해도 앞이 안보이는 수준이었는데요.

우산이 있더라도 바지가 다 젖을 지경. 대략 이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원본 링크] 플리커: https://flic.kr/p/dfS6Es
우산이 있더라도 바지가 다 젖을 지경. 대략 이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원본 링크] 플리커: https://flic.kr/p/dfS6Es
이대로 밖에 나가면 우산이 있어도 하반신이 모두 젖겠다 싶었습니다. 차를 렌트해서 움직인 게 어찌나 다행이던지. 어느덧 호텔에 다다랐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VIP를 제외하고는 호텔에서 약 50미터 정도 떨어진 야외에 주차를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야외 주차장에 들어섰습니다. 차를 대고 있었는데, 주차장 담당 직원이 어디선가 튀어나오더니 우산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도 우산은 갖고 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곧 그치겠지 싶었던 폭우는 그칠 기세가 안보였습니다. 옴짝달싹할 수 없던 상황이었죠. 차 안에서 하릴없이 과자를 꺼내 먹고 있는데, 10분이 지난 뒤 그 직원이 다시 차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고선 하는 말이 “지금 계속 비가 오니까 VIP 주차장에 차를 대세요”라고 하는 겁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온 몸에 비를 맞으면서 앞에서 뛰어가며 제가 운전하는 차를 안내했습니다.

주차장 직원의 안내로 VIP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사진 왼쪽부터) VIP 구역임을 상징하는 팻말과 이번 여행 기간 끌고다닌 렌트카
주차장 직원의 안내로 VIP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사진 왼쪽부터) VIP 구역임을 상징하는 팻말과 이번 여행 기간 끌고다닌 렌트카

한 끗 다른 서비스가 무엇인지 절절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직원에게 내부에 주차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적도 없고 그저 차 안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을 뿐이었는데요. 이 직원은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두차례에 걸쳐 확인하고, 예상치 못한 서비스까지 제공해준 것입니다.

알아보니 이는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에서 기인한 서비스라고 합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손님을 접대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키워드입니다. 일본은 고객으로 하여금 ‘진심’이라고 느낄 수 있을 법한 아주 세부적인 부분까지의 서비스를 모두 매뉴얼화해 서비스에 도입한 나라입니다.

문득, 귀국 행 비행기에서 우리나라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들이 떠올랐습니다. 택시, 음식, 식자재, 배달, 숙박, 택배, 부동산 등.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났고, 개중에는 시리즈B 이상의 투자를 받은 곳들도 보입니다.

Designed by 박지혜 모비데이즈 매니저

이들 O2O 스타트업이 강조하는 주요 키워드는 ‘저렴함’ ‘편리함’ ‘기술’로 압축됩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용자가 모바일로 편리하고 빠르게 저렴한 가격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활용해 추천하고 있다’ 정도가 됩니다.

다만, 저는 아직까지는 국내 O2O의 핵심은 기술보다는 이용자를 향한 ‘서비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O2O는 생각보다 노가다(?)가 많이 들어가는 산업입니다. 사업자에게는 이윤을 줘야하는 동시에 이용자에게는 편리함을 보장해야 하죠.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결국, ‘영업-서비스 개발-마케팅 전략’ 세 박자를 잘 맞추는 스타트업이 결국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 O2O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저렴한 가격, 편리한 주문은 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측면에서는 유리한 점이 있으나, 진성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국내에도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쿠팡맨인데요.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시쳇말로 ‘대박’을 낸 근간에는 당일 배송보다는 쿠팡맨의 정성어린 친절함에 무게가 더 실립니다. 일례로 트위터에서 쿠팡맨으로 검색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에 감동하는 이유는 ‘속도’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넘어선 ‘디테일한 친절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용자에게 무언가를 배송해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채워주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힌트가 일본 오프라인 매장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구멍가게에서 2000원짜리 빵을 사더라도 예쁜 종이 봉투에 담아 테이프로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세심함 등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그 다음입니다. 고객에게 얼마나 디테일한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설계한 다음에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등의 기술이 뒷받침돼야 효과가 있지, 무작정 빅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도입한다고 해서 서비스의 질적인 발전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는 택시, 음식, 식자재, 배달, 숙박, 택배, 부동산 등, 수많은 O2O 스타트업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2016년 이들이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넘어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까지 챙기는 자세일 것입니다.

마치, 단순히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고객에게 우산을 제공해주는 것을 넘어 실내 주차장으로까지 안내해주는 그 무언가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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