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네이버는 아무것도 아니다. 없어질 수도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2014년 11월 임원 워크숍에서 네이버의 절박한 상황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습니다.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앱 라인과는 별개로 네이버 자체의 존립에 대한 위기감이 담겨 있는 한마디입니다. 이후 네이버는 10대 이용자가 떠나지 않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왜 10대인가? 간단합니다. 이들을 놓치면 향후 5~10년 뒤 모바일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3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겟!짤 – 세계 최초 웹툰 이미지 기반 SNS(?)

어제 무심코 네이버 웹툰을 여는데 새로운 창이 하나 열렸습니다. 광고겠지 싶어 무심코 화면을 지우려는데, 물음표를 자아내는 안내 화면이 열리더군요.

아이폰 기준(iOS) 1월 12일 네이버 웹툰에 겟!짤이라는 서비스가 추가됐습니다. 과거에는 웹툰 캡처 기능에 불과했던 기능이 소셜미디어 서비스로 확대된 것입니다.

이용방법은 간단합니다. 웹툰을 보다가 맘에 드는 그림이 나오면 ‘컷 자르기’ 기능을 이용해 캡처를 할 수 있습니다. 캡처된 화면은 스마트폰 사진첩에 저장되는 동시에, 겟!짤 플랫폼 위에 올릴 수 있습니다.

겟!짤 서비스는 웹툰 하단에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가장 공감(하트)을 많이 받은 사진이 상위에 노출되는 형태입니다. 핀터레스트와 같은 카드형식을 차용했습니다.

겟!짤에 게재된 웹툰 캡처본. 웹툰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오픈한 대신 이용자들을 네이버 웹툰 플랫폼 중심으로 모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겟!짤에 게재된 웹툰 캡처본. 웹툰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오픈한 대신 이용자들을 네이버 웹툰 플랫폼 중심으로 모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용자들에게 웹툰 컷을 제공하는 대신, 이들을 자사의 새로운 플랫폼에 묶는 기회를 얻습니다. 기존에는 웹툰을 보고 댓글을 남기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한 곳으로 모으는 데에 이릅니다. 세계 최초 웹툰 이미지 기반 SNS가 등장한 셈이죠. 다음 웹툰이나 레진코믹스에 비교했을 때 10대 사용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웹툰에 SNS를 붙이려는 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V – 모바일 생방송 동영상 앱 

모바일 생방송 플랫폼 V에 대한 인기도 뜨겁습니다. 1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는 1200만이 넘었습니다. 일례로 지난 해 12월 25일 가수 싸이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요. 이날 행사를 V로 본 숫자가 41만명이었습니다. 앞서 싸이는 11월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V에서 생방송을 했습니다.

V는 모바일 기반 동영상 플랫폼입니다. 어찌보면 아프리카TV와 유사해보이지만 다릅니다. 기존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자와 같이 유튜브 스타가 출연하는 건 아닙니다. 빅뱅, 아이유, 신승훈, 싸이와 같은 톱스타급 연예인들이 주인공이죠.

TV 프로그램의 형식을 내려놓고 마치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에서 본 것과 유사한 포맷의 방송을 진행합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생방송을 진행하며 MCN 사업자의 영역을 공략하고 있는 겁니다. 즉, 10대 동영상 소비자들이 주요 타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PICK – 피키캐스트 대항마(?) 

네이버는 피키캐스트로부터 빼앗긴(?) 모바일 콘텐츠 영역을 가져오고자 20PICK을 공개합니다. 아웃스탠딩의 보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의장 역시 피키캐스트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10대들은 더 이상 PC 시절의 글 콘텐츠에 관심이 없다는 방증인데요. 적절한 사진, 그래픽과 가벼운 멘트 위주의 연성 콘텐츠에 이들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피키캐스트가 보여줬습니다(그간, 저작권 문제로 많은 지적을 받아왔지만요).

네이버는 모바일 페이지 메인에 20PICK을 전진배치시켰습니다. 상근 에디터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피키캐스트와는 달리 네이버 포스트, 블로그, 카페, 뿜&톡 등의 자사 서비스에 게재된 콘텐츠를 배치시킨 상황입니다.

20PICK
20PICK

네이버는 이를 보완하고자 20대 중심의 서포터즈 ‘트렌드리포터’ 6기부터 20PICK에 게재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에디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1998년 설립된 이후 시가총액 21조5576억원, 2200여명 직원이 모인 19살 네이버. 더 이상 벤처라고 할 수 없는 대규모 조직이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저는 신속한 변화의 근간에 ‘조직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는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부장, 차장 등의 직급을 없앤 뒤 서비스 중심의 ‘셀’로 전체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이후 가능성이 있는 조직이나 서비스의 경우 사내기업(CIC: Company-In-Company)으로 독립시킨다는 발표를 했고, 첫번째 사례가 웹툰&웹소설 셀입니다.

직급을 중심으로 팀을 짜던 관례를 개편해 서비스 중심의 팀을 만들다보니,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은 이용자로 바뀌었다고 전현직자들은 설명합니다. 서비스를 중심으로 조직이 따라가는 문화만이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요.

모바일로 모든 것을 소비하는 10대를 놓친다면 5~10년 뒤 미래가 없습니다. 19살 네이버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10대들에게 적극 구애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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