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VR 기기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국내 VR 콘텐츠 시장은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심군의 VR과 연애하기’에서는 이 시장에 대한 정보와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VR과 관련된 정보와 다양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싶다면 메일로 편하게 연락주세요. sy.shim@mobiinside.com

지난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행사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6(MWC 2016)’에서 가장 큰 화두는 기어VR, 오큘러스, VIVE, LG 360VR 등 다양한 가상현실(VR) 기기였다. 영화에서만 보던 미래 현실이 일상에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기 있다고 VR 시대가 열리는 건 아니다. 그 위에 올라갈 콘텐츠가 중요하다. VR과 연관지어 게임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게임 개발사 중에서는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이하 스코넥)’가 VR게임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일인칭 슈팅게임인 ‘모탈블리츠(Mortal Blitz VR)’가 국내 게임사 최초로 오큘러스 스토어에 입점한 것이다.

시장 선두주자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왜 VR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지난 2월 28일 선정릉역 근처에 위치한 스코넥 오피스에서 최정환 부사장(VR 사업부 본부장)을 만났다.

최정환 스코넥 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최정환 스코넥 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최정환 부사장은 디자이너로 게임 업계에 들어왔다. 2000년 일본 게임사에서 근무하면서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한국 온라인 게임을 일본으로 퍼블리싱하는 업무를 맡았다. 다양한 한국 게임사를 만나던 중 우연히 황대실 스코넥 대표를 알게됐고, 2004년 황 대표의 제안으로 스코넥에 합류했다.

스코넥 엔터테인먼트는 콘솔 게임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경력 14년차 개발사다. 2002년 설립돼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엑스박스, 위 등 다양한 플랫폼의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했다. VR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오큘러스를 만난 2014년 이후다.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한 게임들 (자료: 스코넥 엔터테인먼트)

“‘최초가 되어야 최고가 될 찬스가 온다’는 것은 황대실 대표님의 신조입니다.(웃음) 스코넥에서 헤드트레킹이 가능한 HMD(Head Mounted Disply) R&D를 하고 있었을 때, 오큘러스와 연락이 왔습니다. 오큘러스에서 회사에 방문해 자신들이 만든 HMD를 보여주면서 HMD보다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달라고 제안하더군요. 이후 2014년 6월 모바일용 HMD 프로토타입 버전을 보여줬는데, 기어VR이었습니다.”

최 부사장은 프로토타입의 기어VR을 보고 VR시장에 뛰어들어야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콘솔 게임에 집중하던 스코넥에게도 모바일 시장에 도전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오큘러스 DK1과 기어VR

“현재 모바일 콘텐츠가 갖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스코넥의 경우 콘솔 게임에 집중하다보니 모바일 시장에 진출할 타이밍을 놓쳤죠. 또한 부분 유료화 등 모바일 게임을 비즈니스화 할 수 있는 노하우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VR시장은 달랐습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영역이었죠. 기어VR을 보고 스코넥이 모바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VR사업을 시작한 이후 스코넥 2.0이 됐죠.(웃음)”

우리는 TV, PC, 모바일 등 평평한 화면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VR콘텐츠를 기획, 제작할 때는 기존 방식과 다른 접근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람은 평평한 곳이 아닌 공간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모든 콘텐츠는 평평한 화면을 통해 소비됐죠. 제작자들도 기존 화면에 대한 연출에 익숙해졌습니다.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 과도하게 VR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다보면 멀미나 어지러움증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VR이 갖는 공간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연출을 절제하는 노하우를 익혀야 합니다.”

최정환 부사장은 VR 콘텐츠를 제작할 때 카메라, UI, 이동 등 3가지 요소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R에서 카메라는 이용자의 눈입니다. 이용자의 시선을 멋대로 전환하거나 조정해서는 안됩니다. 이용자에게 시선을 맡기는 연출이 필요합니다. 이동할 때에는 최대한 사람이 이동하는 것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죠. 다음은 UI(User Interface)입니다. PC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은 평면에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양한 위치에 아이콘이나 조작 버튼을 두죠. 하지만 VR에서는 이용자가 공간에 들어온 상태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용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위치하거나 필요한 시기에 맞춰 불러오는 등 이용자 편의성에 초점을 둬야 합니다.”

최 부사장은 3가지 요소 중에 ‘이동’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이동하는 방식에 따라서 VR콘텐츠에 대한 이용자의 인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것과 화면 상에서 이동속도가 차이가 나면 바로 멀미가 발생하죠. 특히 VR HMD를 착용한 순간 이용자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환경이 이용자의 멀미와 어지러움증을 극대화 시키기도 합니다. 이를 해결하는 직관적인 안내 시스템이 필요하죠.”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nZqNrj

물론 VR콘텐츠가 갖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도 크다. 일상과 똑같은 영상을 VR로 시청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는 더 커져야하고 해상도도 높아야한다. 그만큼 고사양의 CPU와 그래픽카드가 필요해진다. 아직 기술적으로 개선되야할 부분도 많지만 VR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VR의 등장으로 플랫폼의 경계는 무너질 것입니다. PC에서는 마우스로, 콘솔에서는 컨트롤러로, 스마트폰에서는 터치로 정보를 입력했습니다. Unity 같은 개발 엔진으로 PC, 모바일의 콘텐츠 개발이 가능했지만, 입력도구는 기기마다 달랐습니다. 공간을 제공하는 가상현실에서는 모든 인터페이스가 손으로 통일됩니다. 플랫폼간의 경계는 사라지고 디바이스별 최적화 할수 있는 방법만 남겠죠.”

비싼 가격과 악세서리라는 인식으로 VR은 아직 대중화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VR콘텐츠가 성장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VR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긍정적인 경험이 중요하다고 최 부사장은 밝혔다.

“VR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교육분야는 좋은 시장인 것 같습니다. VR콘텐츠는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특정 사람들에게 타깃팅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빠르게 확산될 것입니다. ‘VR로 영어실력이 늘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사회인 이미지가 형성되고 콘텐츠 비즈니스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영화관이나 테마파크에서 배치함으로써 대중성을 높일 수 있겠죠.”

테마파크와 VR이 만난다면?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ezXRza)

올해 VR이 화두가 됐지만, VR의 원년은 아니다. 하드웨어적으로나 콘텐츠적으로 VR이 나아가야 할 길은 멀었다. 최정환 부사장과 스코넥은 황무지 같은 VR시장을 헤쳐가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들은 눈 앞에 있는 트렌드가 아니라 성숙하게 성장한 미래의 VR 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2016년은 스코넥 뿐만 아니라 많은 VR 업체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미팅할 때마다 VR 하시라고 말씀드리곤 하죠.(웃음) 앞으로 다양한 업체가 VR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어 다함께 VR시장을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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