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부터 소셜커머스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영역을 야금야금 먹어치우며 오픈마켓을 위협하는 듯한 그림을 그려오고 있다. 판매하는 제품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큐레이션’ ‘모바일 중심’ 커머스 등 매력적인 키워드를 내세우며 시장에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들 소셜 3사는 최근 1~2년 사이에는 1000억~1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옥션, G마켓,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은 옛날 서비스에 머물게 되는 것일까.

아니다. 숫자로 따져보면 오픈마켓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다. 소셜 3사가 각각 2조~3조원 정도의 연간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다면 옥션과 G마켓의 거래액은 12조원을 육박한다. 소셜 3사가 200억에서 4000억원 적자를 기록한다는 소문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미 500억원이 넘는 흑자(2014년 기준)를 내고 있다.

소셜만 혁신하는 것은 아니다. 오픈마켓 역시 당일 배송, 신선식품 배송, 간편결제 서비스 도입 등 O2O와 모바일 중심의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본격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업체도 있다. 이 모든 것을 하고 있는 오픈마켓이 바로 G마켓이다. 설립된 지 17년 된 이커머스 기업은 급변하는 시대에 어떠한 혁신을 하고 있을까. 지난 3월 10일 구자현 G마켓 사업기획실 상무(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오픈마켓이 혁신하지 않는다?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G마켓만 봐도 꾸준히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간편결제 서비스인 스마일페이의 경우엔 연간 거래액 1조원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톱 유통업체, 백화점, 패션브랜드, 국내 거의 모든 대형 업체들이 입점해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이베이 본사 입장에서도 한국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사업성과 동시에 그 사업이 지속가능성이 있는 분야인지를 끊임없이 검증하고, 검증된 영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내부의 분위기 역시 한몫한다. G마켓은 시장을 혹하게 할만한 슬로건을 던져 주목을 받기보다는, 무엇을 해야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지 조사, 분석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G마켓 글로벌 서비스 역시 소리 소문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G마켓 글로벌 페이지는 지난 2006년에 이미 만들어졌습니다만, 당시에는 껍데기만 영어로 포장한 수준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찾는 외국 고객들이 있었어요.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페이지를 다시 손보기 시작했죠. 한국인 고객이 아니라 외국에 살고 있는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커머스 페이지를 만들고자 했는데요. 최근에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 및 중국 대륙 등 중화권 지역에서 수요가 많이 생겨 재작년부터는 중문페이지도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마켓 글로벌 페이지

대뜸 이베이닷컴과 겹치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등의 플랫폼이 점유하고 있는데, G마켓 글로벌이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구 상무의 생각은 달랐다. 우선 커머스의 한 축인 판매자 관점에서 큰 차이가 났다.

“셀러들 입장에서 해외 판매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령 해외 플랫폼에 자신의 물건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제품 등록부터 배송, 결제, 정산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하죠. 심지어 안내 페이지는 모두 영어로 돼 있어서 접근성 측면에서 불편하고요. 저희는 그 지점을 공략했습니다. G마켓 등 국내 쇼핑몰에 익숙한 판매고객들을 상대로 마치 G마켓 페이지에 제품을 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UX를 제공하며, 배송과 결제 등 모든 과정을 G마켓에서 책임지고 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만약, G마켓 글로벌 페이지를 통해 물건을 팔고 싶다면 번역부터 해야 하는데, 이 지점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셀러들을 위해서는 G마켓 인력이 무상으로 번역을 해준다. 해외 마케팅 역시 G마켓이 한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통해 광고까지 해준다. 배송 역시 인천에 있는 G마켓 물류센터로 보내면 알아서 배송을 하는 프로세스다. 우수한 판매자 고객을 확보한다는 것은 플랫폼 입장에서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 셈이다.

“언어에 대한 어려움도 있지만 배송, 결제 과정이 복잡한 것도 장벽 중 하나입니다. 구매자 입장에서 보면 만약 소량의 여러 제품을 별도로 구매할 경우, 개별 배송비부터 세금까지 많은 비용이 드는데요. G마켓 글로벌의 경우에는 보내는 제품을 저희가 자체적으로 묶어서 배송하는 합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발송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 지역별 해외 고객의 편의를 위해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페이팔 등 다양한 로컬 결제 모듈도 도입했죠.”

현재 G마켓 글로벌에서 벌어지는 거래의 절반 이상이 중화권 지역에서 나온다. 이들은 중국 대륙의 13억 인구를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2030세대 여성 고객을 공략할 만한 제품, 즉 콘텐츠로 승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물론, 이것조차 쉬운 것은 아니다.

“아직도 브랜드 마케팅이 쉽지 않습니다. 예산 중 가장 많이 투자하고 집중하는 부분이 마케팅 영역이죠. 중화권 이커머스 전체 영역에서는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인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선택과 집중을 했습니다. 좋은 품질의 화장품, 뷰티, 패션,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양한 제품을 경쟁력있는 가격에 판매하며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G마켓 글로벌 페이지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역 중 하나는 홍콩과 대륙 중에서도 1도시 지역의 여성 사회 초년생들이 가장 많다는 게 구 상무의 설명이다.

“아직까지도 중국에 대한 환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주위에서도 역직구 사이트 만들겠다는 지인들이 참 많았는데요. 저는 웬만큼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적극 말립니다. 그만큼 해외시장 특히 중국이 어려운 시장이죠. G마켓 글로벌만 해도 몇십명의 전담 직원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예산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드는 반면, 그에 맞는 결과물을 얻기에는 지속적인 투자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G마켓이 지난달 22일 단독 론칭한 런닝맨(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공식 운동화가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3월 7일까지 판매된 수량의 77%가 해외고객이 이용하는 G마켓 글로벌샵을 통해 이뤄졌다. 그 중에서도 중화권 국가의 주문량이 압도적이었다. 배송국가별 비중을 보면 대만(27%), 홍콩(21%), 중국(10%), 싱가포르(5%) 순으로 상위 4곳이 모두 중화권 국가였다.

문화적인 차이도 어려움에 한몫한다. 가령 사이트의 구조 자체가 한국과 다르다. 중화권 이커머스 사이트를 열어보면 굉장히 화려한 분위기다. 화면 전체에 제품들이 빼곡히 올라와있고, 중국풍 장식 같은 이미지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복잡하죠. 그런데 중국인들은 이런 사이트를 좋아합니다. 처음 G마켓 글로벌 사이트를 론칭했을 때는 한국과 미국 사이트와 유사한 UI였는데, 중국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기가 약해서 물건을 사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저희도 중화권 현지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UI와 이미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웃음)”

G마켓 중문 사이트는 여러 기술적 난이도를 해결해 중국에서 접속해도 원활하게 작동된다. 중국 역시 모바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G마켓 중문 페이지의 구매 비중 35%가 모바일웹과 앱에서 나오고 있다. 론칭 1년도 안된 상황에서 이미 모바일 중심 페이지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중국 역시 모바일을 중심으로 제품을 사는 비중이 높습니다. 그래서 모바일에 최적화된 UI/UX를 구상해야 했습니다. 배송은 EMS와 중국 물류기업인 슌펑의 손을 잡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상 배송도 검토중에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항공 배송을 하고 있습니다. 중화권이 비중이 높긴 하지만 실제로 이미 저희 물류센터에서는 전세계 100개국으로 배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구자현 상무가 G마켓에서 주로 담당하는 업무는 전체 재무운영과 글로벌, B2B, 배달 등의 신사업이다. 재무적 관점으로 보더라도 글로벌 비즈니스는 매년 30~40% 성장해왔기에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베이코리아에 합류하기 전에는 이베이 아시아태평양(APAC) 본부에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업개발, 인수합병(M&A), 투자 업무를 담당했죠. APAC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특히 이베이가 아시아 지역의 성장하는 커머스 회사들에 지분투자를 하고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이동통신사인 Telkomsel, 베트남에서는 Peacesoft와 함께 조인트 벤처를 만들었고, 대만의 최대 오픈마켓인 Ruten, 일본의 Sekaimon, 인도의 Snapdeal에 지분을 투자하고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로 옮긴 뒤에는 그 경험들이 G마켓 글로벌 사업을 운영하는데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G마켓 글로벌에 남은 과제는 많이 있다. 중화권 고객의 눈을 더 맞춘 마케팅, 서비스, 제품을 선보이며 기존 강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고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 상무는 “G마켓 신규 가입자의 25%가 글로벌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은 한반도에서 피터지게 싸움을 하고 있을 때 해외 시장을 노리는 G마켓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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