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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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플랫폼이란 공급자와 수요자 등 복수 그룹이 참여해 각 그룹이 얻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된 환경이다. 플랫폼 참여자들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며,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라고 말할 수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IT 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를 고르라고 하면 세 손가락안에 드는 키워드에 단연 플랫폼이 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이 글로벌 이용자를 휩쓸고 있는 서비스부터 수익구조가 없는 스타트업의 면피용(?) 키워드 등, 각종 영역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되는 키워드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글로벌 기준 억대 가입자들이 뛰어노는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광고 기반의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기에 플랫폼의 가치를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후자에 있는데요. 지난 2010년 이후 국내에서도 각종 영역의 스타트업이 나오면서 자칭타칭 ’플랫폼’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매년 적자를 기록함에도 ’아마존, 우버, 테슬라 역시 적자 연속이었고, 지금도 적자인 곳도 있다’는 의견이 이들을 보호해주고(?) 있죠.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변론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좀 더 면밀히 파헤쳐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그중 한 플레이어인 우버의 성장을 간략히 정리했는데요. 최근 페이스북에 정리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인용합니다.

우버는 (1)빠른 투자 속도 (2)곧바로 글로벌 진출 (3)앱 정식 출시 전 기술 확보, 3박자를 맞춘 플랫폼이다. 이 정도 하고나서야 ’우리는 00의 우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앱 하나 만들고 O2O 붙인 수준이 아니란 의미다.

1.투자 속도: 우버는 2009년 설립되고 그해 20만 달러(약 2억3000만원)를 투자받음. 2010년 125만 달러(약 14억3000만원) 후속투자. 베타 서비스는 2010년에 출시. 2011년까지 총 4450만 달러(약 509억원) 투자 유치. 즉, 우버는 O2O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509억원이라는 총알을 확보하고 있었음. 시장의 가치를 본 투자자와 투자기관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졌다는 의미. 이후 골드만삭스, 바이두 등에 조단위 투자를 받음. 현재 기업가치는 600억달러(약 68조6100억원)에 육박.

2.글로벌 지향: 우버는 2011년 뉴욕, 시카고, 워싱턴DC, 프랑스 파리로 확대. 2012년엔 필라델피아, 캐나다, 런던, 시드니까지. 2013년엔 싱가포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 한국 서울까지. 2014년엔 전세계 100개 도시에 진출. 현재 세계 390여개 도시에 진출.

3.기술: 우버는 2010년 앱 초기 개발 단계에서 핵물리학자, 컴퓨팅 신경과학자, 기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씽크탱크를 만들고, 자동차 운전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연구를 해왔음. 결국 2012년 우버 개라지를 시카고에서 세우고, 우버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로컬 택시 드라이버에게 언제 앱 이용자가 콜을 부르는지를 알려주는 실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즉, 우버가 지속적인 적자임에도 놀라운 시장가치를 평가받으며 지지받는 배경에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있는 셈입니다. 지속적 투자, 글로벌 지향, 기술 기반. 이 모든 것이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부터 뒷받침됐다는 점이 차별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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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이커머스, O2O 영역의 지난 몇년을 지켜보면 조금 다른 양상입니다. 모든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형세를 정리하면.

1.투자는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서비스 대부분이 바라보는 시장이 국내인 경우가 많습니다.
2.새로운 산업 영역을 만들기보다는 미국이나 중국의 서비스 모델을 차용해 국내에 도입하곤 합니다.
3.기존에 있는 사업 모델에 대해 모바일로 주문하거나, 신청하는 것에 그칩니다.

일단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영업인력을 풀어넣고,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알린 뒤 시리즈B쯤 투자를 받은 뒤에 기술 영역을 조금씩 건드리기는 하는데요. 글쎄요. 이미 개발 부채는 쌓일대로 쌓인 상황에 이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곤 합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시장의 크기입니다. 수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보다는 마케터, 영업사원 등 실무의 직관이 정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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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모 게임사의 마케팅 총괄은 아래와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게임사들의 서비스를 보면 고객을 정말 세심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탄성이 나올 정도죠. 이들은 자체적으로 인프라를 개발하고, 데이터과학자를 붙이면서 직접 자신의 고객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허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보기 어려운데요. 외부 분석 서비를 붙여서 접속률이 떨어질 경우 이벤트를 하는 등 비교적 단순하게 접근해도 ‘장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돈 잘 벌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애두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고, 한국 시장 상황에 잘 맞게 공략하는 게 어찌 보면 합리적일 수 있죠.

하지만 기업의 존립 목적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데요. 글로벌 서비스들이 하나 둘 세계로 확장을 해오고 있습니다. 네이버, 다음 천하일 것만 같았던 포털 영역에 구글이 모바일로 야금야금 영역을 먹어오고 있고, 싸이월드의 자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차지한 지 오래입니다.

과연 5~10년 뒤에도 기술, 글로벌 시장 영향력 없이 버틸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우리의 스타트업들이 엑싯(Exit: 투자회수) 모델에 그치지 않길 바랍니다.

*메인 사진 출처: Alexey Boldin /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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