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약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2016년 8월 기준으로 나는 9번의 스타트업 회사를 거쳤으며, 창립멤버로 맨 바닥부터 시작한 케이스는 6번이다. 이 과정을 겪었던 내용을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해 글로써 정리하고 뒤에 이 글을 읽으면서 부끄러워 할 나를 위해 실패기를 작성하려 한다.

이미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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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프로그래밍으로는 학과 탑을 달리던 학생이 있었다. 그는 곧 여러 교수들에게 관심을 받았으며, 각종 교내 창업동아리의 러브콜이 끊기지 않았고 전공수업, 그것도 프로젝트 진행이 필수인 수업에서는 최고 인기인 학생이었다.

그런 그는 자신과 코드가 맞는 젊은 교수의 제안으로 그 교수의 창업에 참여하게 된다.

말도 안되는 급여는 0년차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앞으로 회사가 커가면서 나의 위치와 배움의 크기가 나날이 커갈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본인의 의지나 목표와는 반대로 흐른다.

학과 탑 이라는 본인의 자부심은 고경력의 개발진들에게 초보자급으로 치부될 뿐이었으며, 나의 의견은 세상모르는 철부지의 스케치북 낙서에 불과하게 된다.

지금은 그저 배우는 것만 신경쓰라 하고, 결국 하는 일들은 내 기준의 허드렛일 일뿐.

이런 상황은 늪처럼 나의 시간을 좀먹기만 할 뿐이라 생각하게 되고, 결국 교수와의 관계도 뒤로하고 회사를 뛰쳐나오게 된다.

위 상황은 필자의 첫 직장이자 스타트업에 관한 경험을 함축해서 표현한 것이다.

지금에서 저 당시의 선택이 좀 섣불렀음은 인정한다. 적어도 1년여의 개발이 아닌 회사 시스템에 관련된 배움이 하나의 기초가 되어, 조금 후의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게 될 때 비로소 프로그래머 1년차라고 말할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피가 끓고 배움이 급한 20대 초반의 꼬꼬마 철부지였다.

그렇게 생각할 줄 모르는 게 당연했다. (세이브 기능이 있었으면 안그랬을 텐데…그런게 있으면 로또부터 샀을 거다.)

스타트업 회사는 인턴급 신입이 과연 필요할까?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많이 나오는 이 주제에 대해서 많은 칼럼과 블로그 글들에서 말하는 요점은 하나로 함축 될 수 있다.

“개인과 회사의 열정이 하나로 굉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일단 ‘열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회사 측 입장에서 쓰는 글이다.

게다가 ‘개인’이라는 단어와 ‘회사’라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치환해도 언제나 완성되는 마법의 문장이다. 어째서 인턴이 스타트업 회사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 내용이 기재된 경우도 없다.

먼저 열정이라는 단어가 인턴이나 스타트업에 매일 따라다니는 단어라 그것부터 말하고 가자.

개인(피고용자)의 열정은 회사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회사입장에 유리하도록 정의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회사(고용자)의 열정은 들어본적이 없는 것 같다. (잘되면 챙겨줄게, 이딴거 말고)

개인이 회사에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귀에 딱지가 않을 정도로 많이 강요 되지만, 회사가 개인에게 열정적으로 무언가 한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회사가 만약 직원(여기서는 인턴)에게 열정적인 무언가를 행 할 수 있다면, 그 열정이라는 단어를 나는 이렇게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의 교육 및 경험을 제공하며, 그 경험이 회사에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회사의 의지와 능력.’

회사 입장에서 ‘열정’이라는 단어의 올바른 정의라 본다. 하지만, 열정의 단어를 가장 많이 쓰는 스타트업에서는(굳이 스타트업이 아니라도) 피고용자의 열정만 정의되어 있을 뿐, 회사의 열정에 대해서는 정의되는 곳이 없다.

인턴을 채용할 때 회사는 하나의 준 교육기관의 임무를 부여 받는다고 생각한다. 비단 인턴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원들은 회사에서 제공되는 임무를 통해 성장하고, 그 개개인의 임무에 의한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게 회사가 할 일이다. (그런 회사가 많아지면 국가차원에서도 질 좋은 엔지니어들을 많이 양성하는 토대가 되겠지.)

회사가 잘되면 다 보상해 줄 것이다.(이건 숙어도 아니고 다른 뜻이 너무 많다.) 이것을 회사 측의 열정이라고 생각하는 오너도 있다. 목표도 아니고 복지도 아니고 열정은 더더욱 아닌 마치 협박에 더 가까운 말 아닌가?(안되면 뭐 내 책임인가?) 그래 백번 양보해서 알았다고 치자. 그럼 나도 한 마디만 하자.

‘회사가 월급을 많이 주면 그만큼 나도 회사에 열정을 보여주겠다.’

경력직 직원도 회사에 일하는 동안 회사의 임무를 통해 성장하며, 해당 조직의 장은 그런 직원들의 임무수행 능력을 높이는 것에 게을리하면 안된다. 하물며 인턴 급 직원이라면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성장이 매우 빠를 것이기 때문) 그래야 그들은 회사에서 바라는 기대치 이상(투자한 것 이상)의 업무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오래도록(회사보다도 본인의!!) 성장 가능성 이 높은 회사에서 쉽게 이직 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이런 반문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서 일일이 가르치면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곳이 얼마나 있냐? 급여를 안주는 것도 아니고 돈 받으면서 배우는 것 만큼 좋은 기회가 어디에 있나. 원래 신입은 회사 출근하는 것 자체가 배우는것이다.”

뭐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이라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회사 환경에서 인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맨 처음에 언급했던 필자의 과거 상황처럼 생각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이것도 아니면, 다른 회사 취업을 위해 인턴을 하는 것이니 그냥 잘 버티고만 있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놀면 뭐해. 그렇지? 돈받고 스펙 쌓고 좋잔아? 근데 뭘 배웠는데, 청소?)

그런 인턴이 회사에 도움이 될까?

다른 반문으로는 이런 생각도 있을수 있겠다.

“당장 키워봐야 써먹을 만하면 다른 회사에 간다.”

그건 그들이 ‘이 회사에서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스스로 반문하자. 그럼 써먹을 만할 때, 왜 그들이 여기를 떠나가는지 이유가 나올 것 같다. ‘급여, 교육, 비전’ 이런 요건들 중 하나가 그들이 회사를 박차고 나간 이유라고 판단된다면, 그 요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았을 때, 인턴을 뽑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아니 또 어차피 써먹을 만해져서 나갈거면 더 인턴을 채용하지 말아야지.)

그럼 ‘그냥 허드렛일이나 시키면서 인턴을 부려 먹으면 되는거 아닌가?’ 생각한다면, 다른 요건이 아닌 위와 같이 생각하는 당신의 생각이 문제라서 인턴들은 당신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회 경험이 적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인턴들이지만, 그 이전에 사람이고 사회구성원이다. 사람을 대하는데, 그 따위로 생각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인턴 혹은 신입이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인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으로 답을 내자면, 좋은 선택이라고 하기 어렵다. 만약 내 딸이 회사 창업이 아닌 스타트업 입사를 선택했다면, 너무나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팔며 그러지 말라고 만류하고 싶다.

물론 이런 조언을 하기 전에 스타트업 탈을 쓴 중견기업 내지는 이미 20~30명의 구성원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라면 말리진 않고 한마디 하겠지.

“그쯤되면 스타트업은 아니여. 그런데는 갈만 해.”

맨 처음에 글 쓰기전에 대전제를 빼먹었다고 지금 생각이 든다. 이 전체 글에서 말하는 스타트업은 10명 내외로 막 시작한 회사의 의미다. 이미 시리즈A 정도 투자받거나 아니면 엔젤을 (말도 안되지만) 10억 이상 받고, 직원 수도 20~30명 가까이되는 기업은 그냥 벤처기업이라고 난 부른다. (사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큰 차이 없는 단어들이지만,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좀 더 초기 단계라는 의미가 강한 것 같다.)

그쯤되면 시스템도 있고 인턴에게 어떻게 임무를 부여해야 하는지 플랜도 짜여있다. 그런 곳은 첫 직장으로도 손색이 없고 좋은 방향성으로 배움을 터득할 기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스타트업은 그야말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세상에 무언가를 만들고 있음을 공표하고 있는 수준의 기업이다. 이런 곳에서 신입 혹은 인턴으로 들어가서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없다고 단언 할 수 있다.

필자가 정의하는 스타트업은 ‘고 경력자들의 투기장’이다. 어설프면 살아남을 수도 없고, 혼자서 하나만 해서도 안되는 곳이다.

힐도 하고, 딜도 하고, 탱도 하면서 팀원이 못하면 X갈궈야되고 못 쫓아오는 팀원은 누구인지 가려내서 서포트도 해줘야한다. 아무리 서포트해도 안되는 팀원이 있으면, 재빨리 제거할 줄 아는 사람만이 도전할 수 있는 곳이다. (어영부영하는 신입이나 인턴들은 그냥 고기방패 역할이나 하게 될 것이다.)

성공하면 노예에서 해방될 것이고, 실패하면 다시 노예생활을 해야한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초짜가 범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잘되봐야 노예의 노예쯤. 물론 어디든 슈퍼스타는 있을 수 있고,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20대 새내기들은 자신이 그 슈퍼스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본인을 생각하는 만큼 많은 회사 대표들이 자신을 스티브잡스나 빌게이츠 쯤으로 생각하는 것과 비율은 비슷하다고 본다.

좀 더 완성된 시스템을 배우고 그 다음에 스타트업에 오길 바란다.

미드 스파르타쿠스를 추천한다. 스타트업 업계의 생태를 매우 잘 표현한 미드가 이만한게 없다. 거기에서 굳이 인턴급 배역을 고르자면, 등장 20초 안에 죽는 옵젝트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