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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보기 싫어서, 정보를 추적 당하는 것이 싫어서, 멀웨어나 스파이어웨어를 차단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광고차단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브라우저 익스텐션 광고 차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2015년 6월 기준으로 1억9800만명에 이른다.

필자의 경우, 광고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현재 광고 차단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지만 학생 때는 크롬에 Ad-block을 설치했었다. 아무래도 이득이 많으니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AdBlock’과 ‘Adblock Plus’가 대표 주자인 광고 차단 서비스들은 사실 꽤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다. 2006년부터 시작된 Adblock Plus는 구글 크롬, 사파리, 익스플로러 등을 위한 익스텐션과 자체 브라우저까지 만든 10년차 광고차단 서비스로 성장했다.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서비스이지만, 트래픽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광고 차단 서비스는 눈엣가시이다. (눈엣가시 정도가 아니라 죽일 놈(?) 정도이지 않을까?)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의 피해는 게이밍 사이트들 다음으로 그 피해가 크며, 페이스북도 예외는 아니다. 광고차단 서비스들이 1점 앞서 있는 1:0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오랫동안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광고차단 서비스에 반기를 들었다.

광고 차단 서비스를 차단하겠다. 페이스북의 반격 1:1

위에도 언급했듯이 광고 차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1억9800만명에 이르며, 1년 전 기록이니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이로 인해 퍼블리셔들이 잃고 있는 수익은 얼마일까? 2015 Ad Blocking Report에 의하면 광고 차단 서비스들로 인하여 2015년에는 전세계적으로 218억 달러, 2016년에는 414억 달러에 가까운 경제적 비용이 발생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수익을 광고로부터 창출하고 있으며, ARPU가 북미 지역은 $13.54, 전세계 평균 $3.73인 (2015년 Q4 기준)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광고 수익을 잃지 않기 위하여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 물론 Adblock Plus가 운영하는 퍼블리셔 화이트리스팅 프로그램인 ‘Acceptable Ads’에 등록되면 광고가 계속 보였겠지만, 등록 조건이 나름 까다롭고 비용 문제도 있으며 Adblock Plus 외에 많은 광고 차단 서비스의 존재 등의 다양한 이유로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Adblock Plus는 2011년에 이 프로그램을 출시할 때 광고 차단 서비스가 본분을 잃고 돈을 받고 광고를 허락한다고 욕을 매우 많이 먹었다.

페이스북은 2016년 8월 9일, 페이스북 뉴스룸을 통해서 광고 차단 서비스를 차단하겠다고 중대 발표를 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 없는 광고가 보여지는 까닭에 광고차단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 우리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광고 경험을 주기 위하여 광고 형태를 디자인했고 연구했다.
– 이에 사람들에게 어떤 광고를 볼지에 대한 자유를 주기로 결정했으며, 동시에 광고차단 서비스를 차단하겠다.

페이스북은 광고차단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동안 고민한 끝에 조심스럽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중대 발표에서는 광고차단 서비스들이 페이스북에게 화이트리스팅을 해주는 대신에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있다. (그럼 그렇지..) 광고차단 서비스를 설치하더라도 페이스북 광고는 계속 보이겠지만, 유저들은 이제 Ad Preference 메뉴에서 본인의 프로필, 관심사 등을 수정하여 자신과 관련 있는 광고 위주로 볼 수 있게 됐다. 물론 관심사 타겟팅 광고에 해당하는 얘기인 것 같지만 말이다. 마케터가 넓은 타겟팅의 광고를 할 경우, 성별, 나이, 사는 지역 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관심사와는 관련 없는 광고가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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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Preference(광고 기본 설정) 화면. 설정 > 광고 > ‘기본 설정이 반영되는 광고’ 에서 수정 가능하다.

우리를 감히 차단해? 그럼 우회하지 뭐. Adblock Plus의 재공격 2:1

페이스북이 고심 끝에 광고차단 서비스를 차단하겠다고 선언 하자마자, Adblock Plus를 포함한 여러 광고 차단 서비스들은 우회할 방법을 계속 시도했다. 페이스북이 발표한지 2일 만에 Adblock Plus는 우회 방법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너희는 이미 무너졌다! 여러분 우회하세요!!) 이 싸움은 고양이와 쥐의 싸움이라고 표현하면서 쥐가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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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Adblock Plus의 발표)

사람들은 열렬하게 환영했고 Adblock Plus의 승리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오랫동안 참아온 페이스북은 이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제 진흙탕 싸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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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dblock Plus)

Adblock Plus가 승리에 취한지 하루 만에 페이스북이 다시 이들의 기법을 우회하여 광고를 보이게 했다. 1시간 내에 대응하기도 하는 것을 보아 페이스북 측에서 광고 차단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dblock과 페이스북은 그 뒤로 차단 전쟁을 계속 해오고 있다. 가장 최근 뉴스를 보았을 때, 9월 18일까지도 페이스북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으면서 페이스북 광고 차단 방법을 시도하던 Adblock Plus는 이렇게 전쟁에서 지게 되는 것일까? Adblock Plus의 Communication Manager인 ‘Ben Williams’는 Adblock Plus는 조금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더 큰 규모로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싸움은 이제 누군가 하나가 백기를 들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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