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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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무모함이 전제된 행동임에 틀림없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거나, 통장에 모아둔 돈을 다 꺼낸다거나, 어디든 돈을 빌린다던지 해서 근 1년 안에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니 당연하겠지.

그렇지 않은 것 처럼 보여야 하지만, 사실은 엄청 무서운 일이다. 겁이 난다는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 겁을 조금이나마 무감각할 수 있게 마약이 손을 뻣치기도 한다. 그 마약에 의해 겁을 상실한 스타트업에 대해서 말해보려 한다.

100개의 스타트업 회사를 분석해 보면 50여개는 정말 얼토당토 않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나, 스티브 잡스병에 걸린 오너가 운영하고 있더라.(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머지 50개 중 30개는 딱히 BM이 명확하지 않았고, 남는 20개 스타트업은 아이템도 괜찮고 BM도 잘 보였다. 이런 스타트업에 기업들은 ‘투자’라는 단어로 마약을 투약하기 시작하는데, 스타트업에게 있어 가장 목마른 것은 투자이고 그 투자를 이루는 것은 금전이어야 한다.

뭐 애초에 대표가 금전적으로 부유하다면 좀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어쨋든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은 금전적으로 목마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금전적인것 말고도

‘지금 이 아이템을 다른 기업에서 똑같이 만들어 팔면 어쩌나?’
‘사업 도중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이걸 빠르게 선점해서 선점효과를 노려야 하는데…’

같은 목마름도 존재한다.

일반 기업들은 이런 것을 노려서 투자를 한다.

특허신청을 할 수 있게 하면서 그 건 만큼을 투자금으로 쳐서 지분을 확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법적분쟁을 미리 보장한다는 식으로 지분확보.
현재 잘나가고 있는 서비스에 편입시켜준다는 식으로 아이템변경 혹은 지분확보.

다들 실제 돈이 된다기 보다는 언젠가 하긴 해야하지만, 당장 직원들 급여를 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투자들이다. 초기에 이런식으로 투자를 진행하면 기업가치가 엉뚱하게 높아져 버리고 실제로 엔젤투자도 진행하기 전에 이미 시리즈A 에 해당하는 기업밸류가 되버리고 만다.

운영진들은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에 아이템의 사업성을 높이 보고 ‘가능성이 많다’라는 희망고문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가 이 때 부터이다.

지금 당장 내일 먹을 쌀을 사야할 시기에 올 여름에 뇌염모기가 걱정되서 쌀살 돈으로 뇌염모기 접종을 맞는 짓거리를 생각보다 많이 한다.

전자상거래 관련된 사업으로 매출 20~30억을 겨우 찍은 한 벤처기업은 외국계 전자상거래 거대기업에게서 ‘한국 내 오픈마켓 서비스를 같이 진행해보지 않겠냐’하는 제의에 매우 고무되어 (본인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뽕에 취해) 떡밥을 덥썩 물었다!

그에 맞춰 사람을 채용해 팀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시작할때 쯤, 그 거대기업은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에 그냥 아무 손해없이 입만 놀리고 발을 뺀다. 당연히 계약서나, MOU 체결같은 것은 없다. (뭐하는 짓이야 이게?!)

그 팀은 효용성이 사라져 버림과 동시에 바로 퇴직시킬 수도 없다. 어떻게든 굴려봤지만, 이미 매출대비 많은 직원들이 있었고 회사가 목적을 잃은 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없었다.

소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