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시장의 혁신을 위해서 또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창업을 선택하고 있다. 창업자 모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셈이지만,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다른 고민을 하고, 방향성을 제시한다. 20대와 40대, 비슷한 듯 다른 시대를 살아온 창업자는 어떤 고민을 할까?

지난 ‘맥스서밋 2016’에서 디캠프 김광현 센터장의 사회로 20대, 40대 창업자를 대표하는 말랑스튜디오 김영호 대표와 식신 안병익 대표가 이야기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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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표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달랐다.

김영호 대표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사업가를 꿈꿨다. 대학시절 교수님의 제의로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됐는데, 이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에 도전했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면서 2번의 부도를 겪었지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또 다시 사업을 하시는 모습을 보며, ‘사업이 매력적인 것이구나’라고 생각했죠.(웃음) 대학교 4학년 때 여러 프로젝트를 하다가 더 늦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김 대표와 다르게 안병익 대표는 창업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상사의 설득으로 사내벤처에 합류하게 됐는데, 지금은 3번째 법인을 설립한 연쇄창업가가 됐다.

“부장님의 3개월 설득 끝에 사내벤처를 시작했죠.(웃음) 사내벤처 이후 위치기반 회사 ‘포인트아이’를 설립했습니다. 생존하기 위해서 3년 정도 미친듯이 일하며 버텼고, 2001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2009년 매각 후 일주일만에 지금 회사의 전신인 ‘씨온’을 시작하게 됐네요.”

안병익 식신 대표
안병익 식신 대표

김영호 대표는 ‘젊음의 무지’가 20대 창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이야기했다.

“B2B 비즈니스의 경우 상대방에 신뢰감을 주는 커리어가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는데요.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 창업자의 경우 시장에서 신뢰도가 없기 때문에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 잘 모르니까 부딫치고 또 도전하죠. 중국진출을 준비 할 때 영어, 중국어는 못하지만 100개의 회사에 제목만 바꿔서 계속 메일을 보냈고 결국 답변을 받았습니다. 막무가내로 도전할 수 있는 열정이 20대 창업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

반면, 안병익 대표는 “늦깍기 창업의 경우 너무 많이 알아서 문제”라며 40대 창업의 장단점을 말했다.

“정부 지원제도에 나이제한(39세)이 있어서 서운할 때도 있죠.(웃음) 하지만 창업의 나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이 알아서 용기가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뻔히 보이니까 과감한 도전을 못하는 셈이죠. 반면,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죠. 또한 40대 창업은 가정의 생계와 연결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잘해야 된다’라는 강박관념이 늘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인턴’은 은퇴한 시니어(로버트 드니로)가 스타트업 인턴으로 취직해 젊은 대표와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젊은 대표의 패기와 시니어 인턴의 노하우가 어우러지는 장면이 인상 깊은데, 김영호 대표는 자문역, 고문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젊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자문역 또는 고문역으로 조언을 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투자자분들은 젊은 창업팀의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채우는 단비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병익 대표는 “나이가 많다고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창업가에게 부족한 부분은 협업을 통해 해결해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팀을 보완해주는 인재를 찾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회사의 방향성을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대표의 몫”이라며 가르치는 식의 강압적인 자문은 지양해야 된다고 이야기했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

두 대표의 연령대가 다르듯이 회사를 만들어가는 조직문화에 대한 생각에도 차이가 있었다.

김영호 대표는 “스스로 달성하고 이룬 목표와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라며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조직원 개개인의 책임감과 능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안병익 대표는 성실함을 강조했다.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인재도 중요하지만, 성실함이 더 큰 무기라고 믿고 있습니다. 포인트아이를 운영하면서 CFO가 없어서 전산을 전공한 직원을 대학원에 보내며 공부를 시켰습니다. 결국 그 직원이 CFO로써 회사를 상장시켰죠. 성실하다면 어떤 인재든지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연령에 무관하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저마다 다른 이유, 다른 목표를 바라보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두 대표는 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김영호 대표는 “창업을 하니 채용, 면접, 세금계산서 등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라며 “창업가로써 모든 걸 잘하려는 슈퍼맨 마인드는 버리고, 직원에 일임할 수 있는 신뢰를 키워가는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안병익 대표는 “완벽하다고 생각해도 99%는 실행되지 않는게 창업이다”며, 엄청 큰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일을 예민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창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