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적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의 시작은 매우 간소하다. 커피 한잔으로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곤 한다. 사업이 커질수록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무공간이 필요한데, 비싼 임대료에 변변한 사무실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시설이 잘 갖춰진 몇몇 지원기관은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한다. 이런 스타트업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독립적인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회의실, 샤워실 등 편의시설은 공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최근 강남역과 역삼역을 주변으로 국내외 업체들이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1월 3일 신용카드 회사인 현대카드도 강남역 부근에 공유 오피스인 ‘스튜디오 블랙’을 공개했다. 그동안 현대카드가 지향해 온 독특한 문화(콘서트, 라이브러리 등)가 공유 오피스로 확대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스튜디오 블랙은 8층에서 12층까지 5층 규모로 운영되며 10층에는 라운지, 회의실, 수면실, 샤워실, 포토 스튜디오 등 공용 공간으로 이뤄져있다. 나머지 4층은 620석 규모의 사무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무공간을 찾는 스타트업에게는 유용한 시설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한편으로는 현대카드가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지리적 위치로 보나, 규모로 가늠해봤을 때 수익이 주된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지난 1월 6일, 스튜디오 블랙을 총괄하고 있는 구정은 센터장을 만나 스튜디오 블랙의 운영취지와 앞으로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구정은 스튜디오 블랙 센터장
구정은 스튜디오 블랙 센터장

현대카드는 문화와 공간을 잘 활용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맞춰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구 센터장은 스튜디오 블랙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발현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디지털 아이디어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주체는 시장의 다양한 플레이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죠. 이들에게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과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혜택을 공유해준다면 다방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입니다. 디지털, 문화 등 업종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브랜드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미지: 스튜디오 블랙
이미지: 스튜디오 블랙

스튜디오 블랙에 입주한 기업회원은 카셰어링, 세무/회계 컨설팅, 건강검진 할인 등 비즈니스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더불어 현대카드는 ‘슈퍼콘서트’, ‘컬처프로젝트’와 같은 문화 이벤트에 회원들을 초청하고, 임원 특강, 외부 인사 강연 등을 열어 회원들이 영감을 충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방침이다.

스튜디오 블랙에 입주하는데 업종의 제약은 없지만, 심사를 통과해야 입주가 가능하다. 운영 취지에 맞춰 단순히 지리적인 장점과 입주 혜택을 이용하려는 업체는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입주조건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지만, 구 센터장은 브랜드, 혁신, 글로벌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자신만의 영역에서 혁신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소기업, 프리렌서라도 입주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업체 별 1인에서 최대 30인 규모까지 입주가 가능합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베이징에 위치한 현대카드 ‘디지털 캠프’ 사무실도 사용 가능하도록 제공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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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 편의시설 외에도 ‘네트워킹’은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 동종, 이종 업체간의 교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블랙에서는 해피아워, 외부 연사강연 등 네트워킹 및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행사를 기획 중이다. 구 센터장은 네트워킹을 넘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공유 오피스의 핵심은 신뢰 기반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킹 행사 외에도 입주사 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여기 입주한 분들이 서로의 DNA를 공유하면서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것이 스튜디오 블랙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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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카드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핀베타(Finß)’를 시작했다.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협업의 기회를 모색한다는 취지이다. 스튜디오 블랙의 아래 층인 5층과 6층은 ‘핀베타’ 선정사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된다. 이 공간에 입주한 업체는 스튜디오 블랙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다.

“지분투자 없이 선별된 업체를 초대하여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핀베타 선정기업은 공유 오피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멘토링 및 해외 엑셀러레이터에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성장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죠. 현재 3개 회사가 선정됐으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13팀으로 확대해 운영하는 등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엑셀러레이팅, 공유 오피스 형태는 달라도 목적은 동일 할 것이다. 아이디어와 기술력, 행동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것. 때로는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스타트업 골목상권 침해가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 스튜디오 블랙은 그들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융합할 수 있는 긍정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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