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챗 입사 면접에서 안태현 엔지니어는 ‘스냅챗을 사용하냐?’는 면접관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안 쓴다. 좋은 프로덕트인 것 같은데, 현재 UI의 문제점을 다 알면서도 고집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안 쓴다.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

스냅의 안태현 엔지니어

이번 [스타트업으로 하는 세계여행]에서는 실리콘 밸리에서도 가장 세련되고 자유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스냅을 알아보기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안태현을 만났다.

스냅은 한국에서 많이 이용되지 않지만, 북미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앱인 Snapchat(스냅챗)을 개발한 곳이다. 스냅챗의 특징은 내가 보낸 메시지를 상대방이 읽으면 사라진다는 점이다. 2017년 2월 기준 1억5천8백 명이라는 DAU를 자랑하고 있으며, 2016년 1월 기준 통계로는 1초마다 9,000개의 메시지가 공유됐다. 스팩타클이라는 카메라가 장착된 선글라스도 판매하고 있는데, 스냅챗과 연동되어 선글라스로 찍은 영상이 실시간 스냅챗으로 전송된다. 손을 쓰지 않고도 내가 처한 상황을 자신의 시각으로 찍을 수 있다. 일상을 시시각각 공유하고 싶어하는 스냅챗 이용자들의 욕구를 잘 맞춘 제품이다.

안태현 엔지니어는 Samsung Research America 모바일랩에서 대략 4년동안 IOT (internet of Things), Gear VR에 관련된 일을 했다. 스냅으로 이직하게 된 건 링크드인(비지니스 소셜 네트워크)에 등록한 이력서를 본 스냅챗 채용 담당자의 연락이었다.

이제 입사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안태현 엔지니어는 짧은 시간에 스냅 안에서 퍼포먼스팀, 플랫폼팀, 스팩타클팀을 거쳐 현재는 product experiment 팀의 안드로이드 담당으로 재직하고 있다. 안태현 엔지니어가 스냅의 부서에 대해 알려주었다.

“스냅의 퍼포먼스팀은 스냅챗이란 앱의 전반적인 성능, 메모리 이용, app startup time(앱이 실행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다룹니다. 저는 퍼포먼스팀에서 Memories 기능(사진/동영상 저장 기능)이 출시 될 때, 성능 평가를 담당했습니다.

플랫폼팀은 퍼포먼스팀이랑 같은 소속이긴 한데요, 페이지들 사이의 애니메이션이라던지 네트워크 다운로더 (앱 내에서 네트워크 다운로드 관련 call들을 담당하는 모듈)를 관리합니다. 저는 여기서 각종 디버깅(전반적으로 모든 버그를 다 보는 것)과 안드로이드 빌드 툴 관련 일을 했습니다.

스팩타클 팀은 말 그대로 이번에 출시한 선글라스 스팩타클을 만드는 팀이고 저는 여기서 안드로이드 연결 라이브러리를 담당했습니다. 플랫폼팀은 경력자가 많아, 타 부서를 도와주러 많이 가는 편인데, 플랫폼 팀 소속으로 스팩타클을 도와주러 간 거죠. 현재는 Product Experimentation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생긴 팀으로, 스냅챗내에서 개선할 부분을 찾아 어떻게 고칠지 A/B 테스트 해보는 팀입니다. 현재 이 팀에서 안드로이드 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1년 사이에 4개의 팀에서 경력을 쌓은 셈이다. 이렇게 자주 팀을 옮기는 건 흔한 일이 아니지만, 스냅에서는 직원이 가진 흥미와 경력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안태현이 말하는 스냅의 또 다른 장점은 ‘재미’다. 스냅 동료들의 공통점도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며, 스냅의 핵심가치도 동일하다.

“저희 회사의 핵심 가치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스냅챗 프로덕트 자체도 재미를 위해 만들어 진거고 지금 사람들이 스냅챗을 쓰는 가장 큰 이유도 ‘재밌으니까’입니다. 스냅은 직원들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도록 신경써주는 편인데요, 재밌어야 일도 더 많이 하고 생산적이니까요.”

회사도 바로 해변가 옆에 위치해 있어, 사무실 발코니에서 항상 경치 좋은 바다를 보며 일할 수 있으며, 파티를 많이 여는 편인데, 친구 약속도 취소하고 동료와 회사 파티에 놀러간 적도 있을 만큼 재미있다고 한다. 대리운전이 보편화되지 않은 미국이지만 스냅에서는 회사 파티를 위해서라면 택시비까지 지원해주는 점도 놀라웠다.

해변가에 위치한 스냅

안태현 엔지니어가 느끼는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은 직장내 ‘자기주도적’인 분위기다. 그래서 미국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며, 직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기에 이런 것을 악용하지 않는 마인드 셋도 필요하다.

“매니저에게 의견을 물으면 ‘니 생각에는 A가 좋아 B가 좋아?’ 이런 식으로 되물어봅니다. 미국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은 본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게 많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 실력이 기반이 되어 있어야해요. 또 다른 건 분위기 자체가 자유롭습니다. 뭔가 개발자에게 억지로 뭔가를 시키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자유 속에서 생산성과 창의력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게 독려합니다. 하지만 회사측에서 분위기만 갖추면 안되겠죠. 이렇게 자기 주도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려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합니다. 그래야 즐기면서 일할 수 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도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하고 실력이 늘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질 수 있으니 열심히 하시는 건 필수입니다.”

안태현 엔지니어는 스냅에 온 이후로 더 야근을 잦게 한다고 한다. “사실 이전에 삼성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삼성에서 야근도 많이하고 힘들었겠지만, 이제 스냅에 왔으니 편하고 좋겠다’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스냅에서 야근을 더 많이 했어요. 누가 일을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회사에 남거나 집에서 일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거든요.”

안태현 엔지니어가 추후에 하고 싶은 것은 미국에서 일하며 배운 문화를 한국에 도입하는 것이다. 야근을 하는 문화가 아니라 내가 내 일처럼 즐겁게, 그리고 생산적으로 일하는데 기반이 되는 문화를 도입하고 싶다고 한다.

“회사가 갑이고 직원이 을이 아닌 분위기를 도입하고 싶습니다. 능력있고 유능한 인재라면 설령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들이 발굴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있죠. 두번째로, 자유가 있어야 새로운 혁신을 만들수 있는 문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는 꼭 아침 8시에 와서 밤까지 일해야한다? 하루 8시간 회사에 꼭 있어야 한다? 이런 경직된 분위기 말고 본인이 생산적일 수 있는 시간에 일을 하는 분위기가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나는 직원, 너는 매니저 이렇게 직급을 따지기 보다 좀 더 평행하게 의견도 나누고 리뷰도 해주는 분위기를 도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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