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대 IT업체를 일컫는 ‘BAT’에 속하는 Tencent(이하 텐센트).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 메신저 서비스 QQ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업체이며 중국 내 1위 게임 퍼블리셔이기도 하다. 또한 텐센트는 경력 IT직원들이 가장 이직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꼽히기도 했다. [스타트업으로 하는 세계여행]의 네번째로, 중국 심천에 위치한 텐센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현주 디자이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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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cent Design Week 후 초청 강사와 MXD 디자이너들과 함께

이현주 디자이너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야후!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총 9년간 야후!에서 일하면서 서울, 타이페이를 베이스로 미국 서니베일과 산타모니카를 오가며 활동했고 한국,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의 야후! 사용자들을 위한 프로덕트를 디자인했다. 또한 아시아 디자인 팀을 리드하는 역할과 전세계 사용자를 위한 뉴스 개편 등의 일을 맡았다.

2013년 링크드인을 통해 중국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고 중국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시작하는 커리어의 전환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도, 오랜 시간 야후!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언어권을 가진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중화권 문화에 노출되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2013년 중국 항저우로 옮겨가 알리바바에서 3년 가량 디자인 디렉터로 재직하다, 8개월 전 텐센트로 이직했다.

이현주 디자이너는 현재 텐센트에서 디자인 전문위원이자 Senior Principal UX Designer로 근무 중이며, 텐센트의 7개 사업 본부 중 MIG(Mobile Internet Group)와 MXD(Mobile Experience Group)에 속해있다.

MIG는 잉용바오(앱스토어의 중국화 버전), 텐센트 맵, QQ 브라우저 등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고, AI, VR, AR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부서다. 텐센트 프로덕트 품질을 위한 디자인 방향 수립, 디자인 의사결정 및 MXD에서 담당하는 서비스에 적용할 디자인 시스템 구축을 주로 담당한다. MXD에서 시니어, 주니어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강연도 정기적으로 하는 등 디자인 조직과 조직원을 성장시키는 업무를 또한 하고 있다.

새 서비스의 시각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회의
새 서비스의 시각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회의

많은 업무 속에서도 저녁 시간은 가족들과 가지려고 하는데, 텐센트에서는 직원들이 업무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며 본인의 생활리듬에 따라 업무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부 별로 분위기가 다르지만 대체로 엄격한 출퇴근 시간이 없는 편이라 직원들 대부분 10시 출근, 7~9시 퇴근을 합니다.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상황이 긴박한 경우 야근을 하기도 하지만, 점심 시간 이후 한시간 가량 낮잠 시간이 있습니다. 저는 오전 일찍 출근하고 낮잠 시간에 업무를 보며 저녁시간은 가족과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현주 디자이너가 꼽는 텐센트의 또 다른 장점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한 소비자의 삶의 질 향상’이란 미션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텐센트 대표 마화텅은 수시로 텐센트 제품을 사용한 뒤, 피드백을 프로덕트 팀에 전달하며, 소비자들의 리뷰를 전달하기도 한다. 회사 중역들 또한 소비자의 삶의 질 향상이란 미션에 맞게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본인들의 서비스를 판단하고 의견을 제공한다.

수평적인 분위기도 좋은 프로덕트 개발을 위한 미션에 한 몫한다. 고위 임원들은 좋은 프로덕트를 위한 철학과 통찰력이 깊어 직원들의 신뢰가 탄탄하다. 하지만 프로젝트 실행에 있어서는 임원과 사원이라는 격식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사원도 본인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있으면 강력하게 피력할 수 있다. 마화텅과 회사 중역들은 권위보다는 친근한 리더쉽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2016년 연회에서 마화텅과 회사 중역들이 빅뱅의 ‘뱅뱅뱅’에 맞춰 춤과 노래 실력을 직원들 앞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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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회 행사에서는 마화텅 회장이 빅뱅의 뱅뱅뱅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대략 15년 동안 야후!, 알리바바, 텐센트라는 세계적인 IT업계에서 비주얼 디자이너, 디자인 매니저, Chief Design Architect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 이현주 디자이너가 UX 디자인의 흐름과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역량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PC, 스마트 폰과 앱, 반응형 웹, IOT, 4차혁명, 인공지능 등 메인스트림 기술이 변하고 발전함에 따라 UX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UX 디자인 원리는 Less but better, 즉 Simplicity’입니다. 복잡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기술과 도구를 이용하는데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보다 즉각적이고,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스크린이 아닌 음성, 햅틱, 제스츄어 등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분야에서 많은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고픈 디자이너에 대해서는 3가지 역량을 조언하고 싶습니다. 첫번째, 맥락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능력입니다. 한국의 UI/UX 디자이너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안목과 세련된 감각, 디테일까지 살피는 섬세함을 바탕으로 완성도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관점의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련되고 완성된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며 문제를 파악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두번째로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공격적으로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관철시키고 성과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IT기업들에서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받아들였기에 본인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일을 하느냐에 따라 성과를 거두고 두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단점은 버리고 장점에 집중하는 능력입니다. 모국어가 아닌 환경에서 일을 하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다른 직원에 비해 탁월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중국 시장에 관한 간략한 설명도 이어졌다.

“중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는 33배 많으며, 영토는 99배 넓습니다. 또한 한족과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있기에 다양한 문화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중국은 한마디로 이렇다하고 정의하기가 힘든 시장이네요. 그래서인지 QR코드와 같은 즉각적이고, 쉽고,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일 지도 모르죠. 또한 문화적 상징성이 객관적인 심미성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중국 국기의 색인 붉은 색과 행운이라는 뜻이 담긴 숫자 8이 오프라인 기반의 생활에서는 물론,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빈번하게 쓰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이현주 디자이너는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자신을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것과 스스로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UX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사용자 중심의 시대가 열리고 있고, 국경을 초월하여 실무 경험이 있는 UX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으니, 디자인을 사랑하고 유연한 사고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으로 하는 세계여행] 시리즈

– (3) ‘자율적 분위기에서는 실력은 기본’…안태현 스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2) 중국파견갔다 알리페이로 정착…알리페이 UX 수석 디자이너 김상훈
– (1) 프로그래밍 좋아하던 영문과 학생, 실리콘밸리로…유호현 Airbnb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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