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Co. 조명광 대표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이순신 장군의 이 유명한 유언은 몇 가지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내 죽음을 적이 알게 하지 말라’가 제대로 된 말일 듯하고…… 정말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했다면 적이나 아군 모두가 알지 않았으면 했을 것이다. 사실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면 내부에 일본 첩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이순신 부하로 준사가 있었으니 왜군의 첩자도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일 듯하다.

마케터에게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고 명령을 수행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난상토론이 벌어질 법도 하다. 우선 왜 알리지 말아야 할 일에 고민해야 하느냐고 되물을 것이다. 입 단속만 하는 일이면 되는데…하지만 기업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라면 얼마나 오래 알려지지 않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은폐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했을 것이다.

1) 이순신 장군의 대역을 준비한다.
2) 이순신 장군의 군령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3) 한양 출장 일정을 만든다. 세부 일정을 공유한다.
4) 유가족의 외부인 접촉을 막고 대변인을 세운다.

마케팅이란 것이 항상 포지티브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네거티브한 마케팅, ‘디마케팅’이란 말도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이라면 제품을 잘못 만들거나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거나 한다면 공장을 멈추면 그만이다. 하지만 파는 상품이 서비스일 경우에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가끔은 기업이 미친 척하고 서비스를 중단해버리는 경우를 보기도 하는데 사실 공정거래에 걸리거나 금융상품의 경우에는 금감원에 바로 걸린다. 소비자보호원 같은 곳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동통신의 요금제나 보험사의 보험상품 카드사의 카드 상품들이 이런 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무수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마케터가 아닌데 상품의 실패를 수습하는 경우는 마케터에게 일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이르는 말이 디마케팅이다. 디마케팅은 원래 술이나 담배 같은 해로운 상품에 경고 문구를 넣어 건강을 생각한다는 이미지를 주려고 하는 마케팅에서 시작되었으나, 최근에는 상품이나 고객을 고의적으로 구분하여,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사전적 정의로 본다면 돈 안 되는 고객을 의도적으로 줄여 판촉 비용 부담을 줄이고 특정 고객들의 충성도와 수익 기여도를 를 강화시키는 선택과 집중의 마케팅을 말한다. 

물론 좋게 말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말이지만 돈 안 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줄이고 수익이 많이 남는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거나 아예 상품을 없애버리겠다는 뜻이다. 이런 과정에서 항상 고민스러운 것이 마케터들이다. 어떻게 하면 기존 상품보다 안 좋은 상품을 더 좋게 보이게 만들어 팔리게 할 것이냐라는 고민이 쉽겠는가? 이럴 때는 상품 개발자들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그 시점에 상품개발자들은 사라지고 없다. 왜냐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 자리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품개발자의 잘못만의 아닐 터이니 누굴 탓한들 의미는 없다.

디마케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 맥도널드 광고를 거론하는데 CRM의 맥주, 기저귀와 같은 유물적 사례다. 어린이들에게 일주일 한 번만 오라고 광고한 것이다. 미국 본사의 반발이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비만이나 건강문제가 이슈였기 때문에 이 광고는 건강한 회사라는 이미지 효과와 함께 매출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SK의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네슬레의 ‘모유보다 좋은 우유는 없다’ 등이 디마케팅의 사례 출처 : papitibi.wordpress.com>

디마케팅의 방법을 4P로 살펴보자

Product : 상품의 보증기간을 없애거나 액세서리를 제거한다.
Price : 가격을 올린다.
Place : 접근성을 제약한다.
Promotion : 광고비를 삭감한다.

제품의 경우는 이런 기본적인 방법으로 제한을 하겠지만, 상품을 개발하여 디마케팅을 해야 하는 경우는 복잡해진다. 이런 때는 기존 제품의 마케팅적 접근을 모두 배제하고 신제품에 집중을 하는 것이 좋다. 어쩌면 무시 전략인 것이다. 새로운 것이 좋다는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흡수해 오는 방법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이런 전략을 잘 사용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연식 변경을 할 때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차량을 업그레이드해서 가격을 내린 것과 같은 효과를 제공한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한다. 이래서 고객들이 마케터를 싫어하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오른 거지 내린 것과 같은 효과라는 말은 뭐냐?!

엄밀하게 말하면 디마케팅의 전제는 상품의 실패이지, 마케팅의 실패는 아니다. 물론 어느 회사의 휴대폰은 마케팅을 못해서 안 팔리는데 고객들이 마케팅을 해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디마케팅은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기법은 아니다.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과 분석이 필요한 형태다. 디마케팅은 럭셔리 서비스나 상품에서 많이 사용하기도 하는데 어차피 비싸면 접근하기 힘들다. 가끔 럭셔리하지 않은 상품들도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하여 판매하기도 하는데 독이되기도 하니 조심해야 한다.

<제네시스가 독립하고 제네시스 프라다가 나왔다면…>

요즘 많이 나오는 스마트워치도 상당히 마케팅 리소스를 많이 사용한 제품군중 하나이다. 하지만 크게 성공했다는 사례도 드물고 주위에 차고 다니는 사람도 못 봤다. 애플 워치도 애플의 충성도 정도를 확인한 제품이지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경우 제품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든 마케팅을 해도 실패한다.

마케팅이 실패하는 세 가지는 특별할게 없다. STP의 실패다. 세그멘테이션, 타깃팅, 포지셔닝 마케팅의 기본인 이 세 가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마케터보다 오너나 임원들이 참여해서 의견을 집어넣은 경우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리뉴얼을 고심한다고 하는데 잘 되었으면 좋겠다. 출처 : brand.nongshim.com>

강글리오는 세그멘테이션을 잘못한 사례로 등장하는데 강글리오 사례는 세그멘테이션도 타겟팅도 포지셔닝도 잘못한 사례로 사례계의 레전드가 되고 있다. 프리미엄 커피 시장은 캡슐커피로 이동 중이었고 타깃도 30~40대라는데 커피의 타깃은 20대 여야 했으며, 이름부터 특이하고 광고도 이상하니 포지셔닝이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았을까? 이런 경우는 사실 백약이 무효다. 심폐소생술이 먹히지 않을 것이다.

마케팅의 실패는 누구의 책임일까?

마케팅의 실패란 용어를 쓰기는 참 조심스럽다. 마케팅의 실패 때 원초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었냐의 결정에 따라 누가 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결론이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세상사에 실패 없는 일이 어디 있겠냐만 현업에 있는 마케터들에게 마케팅의 실패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긴다. 우선 관리팀에서 태클이 들어온다. 쓴 돈이 얼만데… 특히나 상품개발을 잘못하거나 제휴를 잘못해서 사손이 발생하는 경우 바로 징계가 가능하다. 회사의 마케팅에서 실패란 그냥 병가지상사(일에는 실수나 실패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봐주기엔 타격이 너무나 크다. 바로 구원 마케터가 등장하여 재마케팅을 실시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나 심폐소생술이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물론 장수 브랜드 중에서 리마케팅을 통해 타깃을 넓히고 수익도 올리는 사례는 종종 있으나, 한 번 실패한 제품과 마케팅으로 바로 다시 살아남기는 힘들다.

마케팅이 어려운 것은 가끔 답도 없고 결과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너무나 많은 탭 포인트를 건드려봐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어려운 일이고 운칠기삼인 경우도 많아서 마케터는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니 마케팅에서 실패사례는 지금도 나오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 얼굴도 못 내밀고 사라지는 상품들도 있으니 어쩌면 실패하는 타이틀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하겠다.

마케팅에 실패했다고 낙담하지 말자. 사람은 신이 아니고 마케터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에게는 병가지상사이자 다음 사례의 귀감이 되게하고 회사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면 좀 더 길게 보길 바랄 뿐이다. 물론 마케터들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실패하는 데 이유는 꼭 있다. 마케터들의 자만심도 한 몫한다. 마케터들은 자신이 진행한 프로모션이 성공했다고 하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마케터들이 광고기획사나 대행사에 빚을 지고 산다. 물론 작은 기업들은 마케터들이 직접 다 뛰어다니지만, 대기업 마케터들은 사실 대행사들이 많은 일들을 해준다. 자신의 기획과 아이디어가 성공한 것으로 착각하는데 많은 역할은 다른 사람들이 애썼다는 것을 잊지 말고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실패했다고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지도 않길 바란다. 마케터에게도 겸손은 항상 미덕이다. 실패할 때만 겸손해지지 말고 성공했을 때도 겸손해져야 실패도 병가지상사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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