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스타트업 바풀의 디자이너 Jason Yoo가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언제부턴가 ‘UX’란 말이 디자이너 사이에서 화두가 되었다. 같은 맥락으로, 제품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한 페이지의 정지된 GUI뿐만 아니라 페이지 간의 연결과 전체 플로우, 사용자의 액션과 이어지는 인터랙션 등 다양한 사용자의 경험을 신경 쓴다. 그 결과, 프로토타이핑이 어느새 필수 프로세스로 자리매김했다. Flinto, InVision, Principle 등 수많은 프로토타이핑 툴이 주목받고 있으며, Framer나 Origami처럼 겉보기에는 거의 개발툴 같은 부류도 있다 .

image: gettyimageb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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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요한 것도 타이밍이 맞을 때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초기 시장’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든다. 바꿔말하면 스타트업이 무엇을 만들던 시장에서 증명하기 전까지는 모두 가설이다. 따라서 초기 시장에서 디자이너의 모든 디자인은 가설이며, 공들여 만든 프로토타입은 가설 집합이다. 물론 프로토타이핑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초기 시장에서는 UX 또한 초기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방금 이야기한 가설 즉, 회사의 비즈니스와 그 가치를 사용자에게 잘 설명하는 제품 디자인이 급선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한 페이지 내에서 정지된 GUI로 만드는 가설, 개인적으로 ‘스토리’라고 부르는 것에 주목한다.

스토리 써내기

포토샵을 쓰든 스케치를 쓰든 모든 디자인 작업은 최초 아트보드 위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실제 사용자는 아트보드에서 완성된 디자인을,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왼쪽 위부터 읽어나간다. 그렇다면 제품 디자인도 워드에서 글을 쓰는 것과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디자이너는 활자보다 훨씬 많은 스토리텔링 요소: 색, 배열, 선, 도형, 심볼, 스크롤, 버튼 등을 가진 것이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한 페이지라도 신중하게 낱말을 고르고 문장과 단락을 구성한다. 상황에 따라 두괄식, 미괄식, 복선, 반전, 수미상관 등 다양한 전개방식을 활용한다. 제품 디자인도 똑같다. 텍스트 한 줄, 아이콘 하나, 버튼 하나가 의미를 갖고 한 페이지의 스토리를 구성한다. 버튼의 스타일이나 버튼을 클릭하는 경험보다 버튼에 부여한 의미가 중요하다. 좋은 스토리는 각 페이지의 주제를 명확히 인식시키고, 우선순위에 따라 각 디자인 요소의 의미를 전달하며,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이득을 느끼게 해 다음 행동을 유도한다. 이렇게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와 나의 전달 의도를 제품의 페이지마다 스토리로 써내고, 디자인을 통해 그 스토리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초기 시장에 적합한 UX라고 생각한다.

한편, 사용자가 제품의 모든 플로우를 경험할 가능성은 적다. 초기 제품의 경우 대게 사용자가 전체 플로우의 절반 이하, 최악의 경우 3페이지도 도달하지 못하고 이탈해버린다. 그래서 전체 플로우와 프로토타입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사용자가 처음 접하는 한두 페이지부터 명확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그 가설부터 증명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예전에 앱 디자인을 리뉴얼하면서 Walkthroughs(모바일 앱을 처음 시작할 때, 사용자를 위해 제공되는 상세한 도움말 프로세스)를 추가하고 가입 과정을 개선했는데, 전체 GUI작업에 필적할 만큼 긴 일정을 할애했다. 문장과 단어 하나, 어떤 단어에서 줄바꿈이 되는지, 미세한 글자 간격 등 평소에 간단히 처리하던 것도 심사숙고했다. 또한, 아이콘과 사진마다 거의 100종에 가깝게 테스트하며 페이지의 스토리 구성에 매진했다. 사용자가 가장 먼저 보는 페이지고, 여기서 이탈하면 전체 플로우는 경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모션 이미지를 디자인할 때도 스토리가 중요하다. 핵심 주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어떤 소재로 밑밥을 깔 것인지, 각 섹션의 구분과 섹션 내 그룹 간의 구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이득을 잘 설명할 수 있는지, 거친 어조 아니면 귀여운 어조를 쓸 것인지, 이미지 상단부터 수많은 소재를 짜임새 있게 배열하고 설명해야 한다. 최근에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프로모션 이미지를 동료 디자이너에게 맡겼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운이 걸려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냥 한 말은 아니다. 사용자가 제품을 설치하기도 전에 접하는 게 프로모션 이미지다. 따라서 디자인에 담긴 스토리를 읽고 이득을 느껴야 마침내 앱을 설치하게 된다. 그런데 앱을 설치하지 않으면 디자이너가 UX 디자인과 프로토타이핑에 쏟은 노력이 빛도 못볼 수 있다.

쓰고, 읽고, 고치고

UX도 좋고 프로토타이핑도 좋지만 각 페이지에서 사용자가 손가락으로 스크롤하고 뭔가 터치하는 것을 고려하기 전에, 나의 제품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스토리부터 써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쓰고 디자인한 스토리를 계속 읽으면서 점검하고, 그 스토리를 동료 직원에게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불확실한 부분을 발견한다면, 스토리를 보완하거나 다른 전개 방식으로 스토리를 재구성하여 출시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고도의 UX 디자인과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하나의 훌륭한 가설을 만드는 것보다, 같은 시간에 각각 다른 스토리를 가진 여러 가설을 테스트하는 게 이득이다. 그리고 각 페이지의 스토리가 사용자의 호응을 얻어 가설의 느낌을 벗어날 때 쯤, 즉 제품 디자인이 안정단계에 들어섰을 때 UX 디자인과 프로토타이핑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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