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샤오청쉬(小程序). 미니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키워드다. 올해 1월 위챗이 샤오청쉬를 공개하면서 중국 모바일 업계는 기대반 걱정반으로 새로운 폭풍우를 기다렸다.

3개월이 지났다. 아직까지는 위챗의 샤오청쉬에 대해서는 큰 활용도를 찾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다. 기존 공공계정(公众号)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지식교양 콘텐츠 플랫폼인 논리사유(罗辑思维)가 샤오청쉬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위챗 샤오청쉬 기대 이하 평가…반전 있나?

위챗 공공계정으로 제품을 판매하거나 구독자를 확보하는 생태계는 공고하다. 콘텐츠라든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해온 업체들이 샤오청쉬에 매력을 느낄만한 포인트가 많지 않다. 공공계정을 대체하기 위해 샤오청쉬가 등장했다는 접근법이 틀렸다는 방증이다.

성공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자전거 공유 플랫폼인 ‘모바이크’가 최근 GPS(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를 이용한 샤오청쉬를 선보이고 30배 넘는 이용자를 모은 것은 고무적이다. 모바이크는 오포(Ofo)에는 없는 GPS를 킬러콘텐츠로 위챗 내 안착에 성공했다.

모바이크 샤오청쉬 화면. GPS 기반으로 모바이크의 자전거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검색이 되는 오류가 있긴 하지만.. 출처: 위챗

샤오청쉬는 위챗 내 발견(发现) 카테고리의 샤오청쉬(小程序)을 선택하면 볼 수 있다. 앱 내에서 검색하면 다운로드 없이 바로 해당 서비스가 열린다. 일단 한번이라도 접속했다면 샤오청쉬 메인 페이지에 배치된다.

이것만으로는 불편한 게 사실이다. 위챗의 정체성은 메시징이고 소셜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집단 사이의 소통을 통해서 트래픽이 발생하고, 이를 이용해 마케팅과 물건 판매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구조다. 하지만 샤오청쉬는 하나의 또 다른 공간이다. 위챗을 열고, 카테고리를 선택한 뒤 또 다시 검색을 해야만 볼 수 있는 불편함이 따른다.
위챗 역시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을 터. 개인적으로는 QR을 통해 이 간극을 채울 것이란 생각도 든다. 힌트는 위챗이 최근 공개한 샤오청쉬마(小程序码)에 있다.

왼쪽의 샤오청쉬마 QR 코드를 스캔하면 오른쪽의 개발자 페이지가 나온다. 이 역시 샤오청쉬로 개발된 페이지다.

샤오청쉬마는 QR 코드다. 이를 스캔하면 위챗 샤오청쉬 도구 페이지로 연결된다. 이 역시 샤오청쉬로 이뤄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QR 스캔을 하면 웹, 앱페이지가 열리는 형태였다면, 이를 샤오청쉬로도 확장해 사용성을 개선할 것으로 예측된다.

#알리페이 차별화된 샤오청쉬 만드나?

위챗의 샤오청쉬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알리페이 역시 샤오청쉬를 만들 것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른바 앤트파이낸셜 개방 플랫폼( 蚂蚁金服开放平台)이다. 아직 정식 공개가 돼 있지는 않으나, 개발자 페이지는 열려 있다.

알리페이 샤오청쉬 개발 페이지

알리페이는 위챗과 다르게 결제 기반의 ‘플랫폼’이다. 위챗과는 다르게 메인 화면이 콘텐츠로 채워져 있으며, 그중 결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3자 서비스들과도 연결이 돼 있다.

알리페이 화면

현재 알리페이에 제휴돼 있는 서비스들은 HTML5 형태로 구현이 돼 있다. 우버 차이나 서비스를 실행하면 다음과 같은 앱 브라우저에서 우버의 메뉴를 이용할 수 있게 설정이 돼 있다. 이 부분을 샤오청쉬 형태로 바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가지 더. 알리페이는 결제에 특화된 앱이다. 비록 8억 가입자에 월간활성이용자(MAU) 8억을 갖고 있는 중국 국민 앱 위챗에는 못미치지만, 알리페이 역시 4억5000만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서비스다. 그리고 이용자의 경험적인 측면에서 ‘구매’에 특화된 앱이다.

이는 알리바바그룹의 신소비(新零售) 전략과 연결해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보다 긴밀히 결합시킨다는 것이 신소비 전략의 핵심이다. 알리페이 역시 이 대오에 뛰어들었다. 작년 7월 알리페이는 싱가포르에서 ‘알리페이+’를 발표했는데, 주된 내용은 ‘Global Lifestyle Platform)’이라는 이름 하에 공항, 백화점, 식당, 숙박 시설 등을 일본, 한국의 협력사들과 함께 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아이씨비와 KICC가 함께 하고 있다.

알리페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화면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신소비에 대해 “앞으로 30년은 기술들이 사회 방방곡곡에 침투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긴밀히 연결된 신소비 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목표는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여 중소기업이 성장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알리바바의 가치관이기도 하죠.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가장 주요한 가치는 다른 사람들을 부요하게 하는 것입니다. 지난 20년은 기술기업의 혁명, 혁신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30년은 기술이 사회 방방곡곡에 침투해 큰 규모로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이제는 누가 이 기술을 이용할 것인지, 누가 이 기술을 갖고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 마윈

이와 관련 알리페이의 샤오청쉬는 오프라인의 마트들이 아주 쉽게 자신의 제품을 판매하거나 예약할 수 있는 페이지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알리페이의 샤오청쉬를 보면, 1995년에 중국의 모든 기업들의 웹페이지를 구축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엎어진 차이나옐로우페이지(中国黄页)가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당시 마윈은 중국의 모든 기업들이 웹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생태계를 꿈꿨다. 이 꿈은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알리바바 플랫폼으로 연결됐고, 신소비로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계선에 샤오청쉬가 놓여져 있다.

정리하면, 위챗은 강력한 생태계와 소셜 트래픽을 기반으로 위챗이라는 세상 아래 모든 앱들을 배치시키려는 방향으로 샤오청쉬를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허브에는 QR 스캔이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알리페이의 샤오청쉬는 조금 다른 방향일 것으로 보인다. 구매와 결제에 특화된 기반 위에서 각종 온오프라인 서비스들을 묶을 가능성이 높다.

샤오청쉬가 지금 당장 성공했는지의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두 거두가 이 영역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들어질 새로운 생태계를 주의깊게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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