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스타트업 바풀의 디자이너 Jason Yoo가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디자인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특히 작업 과정 즉,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이 많다. 어떤 미션을 받아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생각을 정리했으며, 어떤 툴을 이용하여 결국 어떤 모습으로 작업을 끝마쳤는지. 마치 포스팅을 읽기만 해도 성장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많은 포스팅을 읽고 감동하며 머리에 새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gettyimages
gettyimages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됐다는 거지?”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동안 회사의 재정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갑자기 큰돈을 벌어 팀원 모두가 해외로 여행을 떠난 적도 있지만, 당장 다음 월급날을 걱정했던 적도 있었다. 또한, 팀이 재정적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한동안 계속 체크하고 쫓기면서 일했던 시절도 있었다. 마침내 투자금이 통장에 들어왔지만 기쁨도 잠시, 당장 그날 저녁부터 다른 파운더들과 함께 매월 얼마를 태워서 얼마나 버틸 수 있으니까, 그동안 우리는 어떤 시도를 몇 번 할 수 있는지 함께 머리를 싸매고 비즈니스 로드맵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나의 머릿속에 ‘디자인’과 함께 떠오른 목표가 있었는데, 바로 ‘성장’이었다. 스타트업은 성장하지 못하면 결국 넘어지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금전적 뒷배가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는 무엇보다 성장의 관점에서 디자인해야 한다. 내 생각에 정말 매끄러운 프로세스를 통해 훌륭한 디자인을 뽑아냈다고 자부해도 회사의 성장과 관계가 없다면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디자이너가 디자인 과정에서 내린 수많은 결정, 그리고 그 결정의 집합체인 제품 디자인이 실제 어떤 결과를 내고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숫자와 친해지기

스타트업에서 디자인의 결과 평가는 대체로 CEO와 팀원 등의 내부 비평에서 시작하며, 제품 출시 후에는 사용자 리뷰에 주안점을 둔다. 물론 사람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며 확률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매일 밤낮으로 회사의 제품을 열렬히 사용하는 동료 직원의 주장이 대다수 사용자의 반응과 다른 경우도 있고, 많은 사용자가 요구한 기능이 실제 업데이트 후에는 조용하던 더 많은 사용자의 불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분명한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나의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가 반응한 ‘숫자’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찾아야 할 숫자는 서비스의 규모에 대한 것이다. 제품이 모바일 앱이라면 구글플레이의 개발자 콘솔이나 iOS의 아이튠즈 커넥트의 통계 페이지의 숫자들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많은 디자이너가 이런 기본적인 통계 페이지에 접근 권한조차 없거나 아예 호기심을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물론 디자이너에게 숫자를 찾고 분석하는 일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에서도 숫자가 필요하다. 또한, 디자이너 역시 결국에는 ‘연봉’이라는 숫자로 평가받지 않나.

중요한 것만 확인하기 

그런데 막상 숫자를 찾고 결과를 분석하려니 여유가 없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디자이너는 혼자서 모든 디자인 업무를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쳐내기 바쁘다’는 말이 꼭 맞을 정도로 격무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통계 분석가를 채용할만한 금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쉽게 하면 된다. 모든 페이지나 모든 플로우, 모든 액션을 분석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요소 단 하나에 대해서만 숫자를 찾고 그 결과를 분석한 뒤 디자인을 개선하면 된다. 먼저 제품에서 어떤 사용자의 행동이나 지표가 가장 중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클라이언트 개발자, 서버 개발자와 긴밀히 논의하여 숫자를 뽑아낼 기준과 어떤 방법으로 뽑아낼 것인지 결정한다.

Case Study 

최근 우리 회사에서 동영상 강의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아래 이미지는 상품 소개 페이지의 옵션 선택 디자인이다. 다른 많은 페이지와 기능이 있지만, 우리 팀은 가장 먼저 결제페이지 도달률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리고 그 다리 역할을 하는 옵션 선택 디자인 개선을 결정했다. 먼저 기존 도달률을 확인했으며, 어떻게 도달률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casestudy

처음 출시할 때 최대한 익숙하게 만들자는 결정 끝에 Before와 같이 다른 커머스에서 흔하고 뻔하게 볼 수 있는 옵션 선택 디자인을 결정하였다. 다음 개선을 위한 After에서는 옵션 수에 제한이 생겨도 옵션 내용을 곧바로 보여주도록 했다. 또한, 사용자가 한순간에 한가지 고민만 하도록 결제 버튼을 옵션 선택 이후에 보이도록 변경했다. 마침내 After의 디자인으로 개선한 결과 결제 페이지로 도달하는 비율이 Before와 비교해봤을 때 배 이상 늘어났다.

물론 우리 회사에서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이번처럼 좋은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요지는 숫자를 뽑아내고 리디자인하여 업데이트하는 모든 과정이 단 며칠 만에 끝났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지표만 목표로 삼으면 생각을 이것저것 연결하여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으므로 숫자를 뽑아내기 쉽고, 리디자인하면서 해결책을 찾기도 쉽다. 다른 지표는 다음 기회에 다시 확인하고 또 리디자인하면 된다.

변수 확인하기

숫자를 확인한 다음에는, 숫자에 오류가 있거나 숫자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계속 재확인해야 한다. 디자인 변경 후 지표가 상승 또는 하락했어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 심지어 분석 과정의 실수로 지표가 조작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초기 제품은 규모가 작다 보니 작은 변수에 지표가 요동칠 수 있다. 그리고 숫자와 어느 정도 친해진 다음에는 디자인 A/B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도 좋다. 여러 디자인을 같은 시기에 테스트하면 아무래도 변수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특히 요즘은 A/B 테스트 자체가 쉬워지기도 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요소만 먼저 A/B 테스트를 진행하면 업무의 부담이 적다.

결과를 내는 디자인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이전에 비즈니스 파트너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좋은 디자인은 동료나 고객이 좋아하는 디자인보다 회사의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그런데 비즈니스의 성장은 사람의 느낌이나 주관적인 감상보다 숫자라는 명백하고 냉정한 결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디자이너 역시 자신의 디자인을 숫자로 평가하고, 숫자를 목표로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디자인을 숫자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나의 감을 믿고 디자인할 수 있고, 때로는 사용자에게 기댈 수 있다. 다만, 제품과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적인 지표 한 가지 만큼은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핵심적인 숫자와 관계없는 디자인은 출발부터 목표가 없는 것과 같다.

그리고 결과에 집중할수록 잡생각을 덜 하고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에 맞는 디자인을 하게 된다. 여러 가지 다양한 비전을 가진 스타트업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숫자가 뒷받침하는 디자인은 회사의 성장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개인의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어떤 디자인보다 가장 명확한 발자국이 되고, 디자이너 자신을 브랜딩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내가 디자인한 제품마다 가장 핵심적인 수치는 무엇이었으며, 그 수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디자인을 했나. 그리고 그 결과는 어땠나.

[Jason의 스타트업 디자인 이야기] 시리즈

88x319

 

 

[fbcomments url=”http://ec2-13-125-22-250.ap-northeast-2.compute.amazonaws.com/2017/05/16/design-valuation/”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