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릴 김(ChattingCat 창업자이자 블로거)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미지: Getty Images

최근에 스타트업 업계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보며 참으로 복잡하고, 불편한 심정이다. 그리고 지난 며칠 오피니언 리더들의 침묵을 보면서, 잠재적 성폭력 피해자로 살고있는 여성으로서, 스타트업계 소수의 여성을 대표하는 일원으로서 뭐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을 느꼈다.

술에 관대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술 취한 남성들이 일으키는 크고 작은 성추행, 성폭력 이슈는 오래된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자 한다면, 이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나서줘야 한다.

어렸을 때, ‘언젠가 내가 힘이 세지면, 너희들 다 죽었어!’라고 다짐한 적이 있다. 얼마나 우리가 성추행, 성폭력에 취약한지를 공론화하고자,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으면, 이십 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술 취한 상사가 무턱대고 손을 잡는 일은 다반사였다. 실제로 정확히 상황과 장소, 이름을 기억하는 사건만 세 건인데, 내가 일하던 회사의 상무, 전무, 선배 컨설턴트였다. (떨고 계신가요?)

나는 내가 꽤나 당당하고 쎄 보이는 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부남 상사가 택시 안에서 이십 대 새파란 부하 직원의 손을 잡을 배짱이면, 그 인간이 미쳤거나, 술이 그를 미치게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스물일곱, 스물여덟의 나는, 이 일을 이슈화시키기는 커녕, 대부분은 너무 당황하고 놀라서, 술 취한 상사가 잡아버린 손을 뿌리치는 방법조차 몰랐다.

다행히 이번 사건은 투자자와 피투자자의 관계이니 힘이 행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본인이 술에 취했거나, 술에 취해 방어 기제가 극도로 약해진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는 비도덕적인 성추행과 폭행은 근원적으로 같은 것이며 절대 용인해 줄 수 없다. 과거 보스이자, 멘토인, 나보다 십년 이상 사회생활을 한 여자 선배는 말한다.

“여성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술 취한 남성과 단둘이 있지 않는 거야.”

(어떤) 남자들은 술을 마시면 X가 되는데, 정신 멀쩡할 때는 절대로 하지 않을 짓을 술을 마시면 하는 거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섭렵한 골드미스 선배의 얘기다. 선배는 여직원들이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혹은 남자 직원들이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여직원은 바로 집에 보내고 자신도 빠져나온다고 한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문제의 해결방법이 여성인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성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닌가요?’라고 하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미지: Getty Images

한국에 유독 술을 빙자한 성폭력이 횡횡한 것은 솜방망이식 처벌과 ‘남자가 그럴수도 있지’하는 마초적 사고방식, 혹은, 술을 마신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사회 악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라고 직장 혹은 프로페셔널한 관계에서 성추행과 성폭행이 없지는 않지만, 사법적 처벌과 사회적 매장이 두려워 알아서 조심한다. 그러니, 우리 나라도 성폭력 가해자에게 좀 더 과중한 사법 처벌 및 사회적 매장이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잠재적 성폭력의 위험 때문에, 술자리를 피하는 것처럼, 남성은 처벌이 무서워서라도 미리미리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되기 전 자제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성폭행은 한 사람의 몸과 정신을 황폐화 시키는 심각한 악이다. 작은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언론도 주목하는 이런 일이 스타트업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조용한 것은 정말 유감이다. 물론 어쩌면 사건을 잘 모르고 있고, 피해자의 상황을 잘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 죄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존경하는 스타트업 업계의 선배님들도 이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혀 주셨으면 좋겠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방어기재가 없는 상태의) 약자를 상대로 하는 모든 폭행은 근절되어야 하며, 특히 영혼까지 상처내는 성폭력은 어떻게든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고 목소리를 내 주셨으면 좋겠다.

 

 

[fbcomments url=”http://ec2-13-125-22-250.ap-northeast-2.compute.amazonaws.com/2017/08/30/startup-issue-2/”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