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T특허법률사무소 엄정한 변리사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최근에 ‘스타트업 놀이’에 빠진 팀들이 많다는 말이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많이 오간다. 즉, 투자하기 어려운 ‘동아리스러운 스타트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에서 ‘창조경제’ 드라이브를 걸어온지가 벌써 5년이 넘었고, 수많은 창업가들이 창업을 했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한국에 상륙한 것이 아직 7년이 안되는 상황에서 창업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존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2000년대 벤처붐이 일었을 때, 대덕을 중심으로 한 연구원들과 고등기술을 중심으로 개발지원을 시행하던 정부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성장해야 국가경제가 튼튼해짐을 깨닫고 각종 정부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소기업 우대정책을 이용하여 ‘연명’에 치중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늘게 되었고, 2017년 들어서는 ‘어떻게 하면 정부지원사업을 빼먹을 수 있는지’에 관한 컨설팅이 난무하게 되었다. 특히나 최근에는 그 컨설팅(?)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여 OO라이프와 같은 GA조직들이 전국의 공단을 쑤시고 다니면서 중소기업의 상속과 특허를 이용한 잉여이익금 빼내기, 정부과제를 이용하여 매출이 적어도 기업경영 버티기(좀비벤처) 등의 최첨단 ‘자금융통전략’이 각광을 받게 되었고, 국가R&D사업에 모럴헤저드가 심각할 지경이 되었다.

스타트업은 그렇게 ‘좀비벤처’가 되면 안된다.

벤처기업 성장모형 by 심규태 원장 (한국CFO스쿨). 물론, 위의 초록색 네모 빈칸이 ‘좀비벤처(한계기업)’이다.

좀비벤처란 ‘정부 자금에 의존해 연명하는 벤처기업‘이라고 정의된다. 소위 ‘구성원들의 스펙’으로 과제를 따며, 해당 과제에서 지원하는 ‘연구인력비’를 활용해 기업을 연명해 나가는 기업이 바로 ‘좀비벤처’이다. 위 그래프에서 ‘핵심인력 유치실패’를 통해서 좀비벤처가 된다고 나와있지만, 여기에서 ‘핵심인력’은 기술개발인력이라기 보다는 사업개발인력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좀비벤처들의 창업자들은 ‘실력있는 기술인력’이며, 이들이 핵심기술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업개발인력’을 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비즈니스 디벨로퍼(Business Developer)라고 하는 사업개발인력을 구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시장에 접근할 시도’를 잃어버린다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시장에 도전하는 것 보다는 새로운 ‘정부과제’를 수주하는 것에 기업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나중에는 그러한 ‘사업개발인력’을 초빙하는 것조차 포기한채 한계기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미지: Getty Images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스타트업 놀이’는 좀비벤처 개념과는 약간 다르다. 오히려 개발능력이 없는 팀이 그러한 스타트업 놀이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스타트업들은 ‘문제점’ 하나는 제대로 포착하지만,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점점 늘고 있고 이는 ‘사업아이템’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개발과 실행의 능력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스타트업 놀이’에 빠진 스타트업은 당연히 매출 또는 매출계획이 없으므로 계속해서 자금고갈에 시달리게 되며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는 있으나, 창업 후 1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조직이 붕괴되고 창업멤버들이 갈라서게 되며, 완전히 다른 아이템으로 피봇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겠다. 좀비벤처와는 생성 원인이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스타트업 놀이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개발자를 잘 만나거나, 외주개발회사를 잘 만하면 정부사업을 계속해서 따고, 계속적으로 수행할 수는 있으므로, 결국에는 죽지도 살지도 않는 좀비벤처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바로 ‘스타트업 놀이’에 중독된 스타트업들이라고 하겠다.

‘스타트업 놀이’에 빠져있는지를 체크해보자. 아래의 체크리스트는 심사위원이나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엔젤투자자 및 VC 심사역들과 정리한 내용이므로, 객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래와 같은 9가지 체크리스트 중 5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스타트업 놀이에 해당하는 것일 수 있다.

 

[1] 공모전 상금으로 버틴다.

초기 학부생 창업팀들의 경우, 거액의 상금이 걸린 정부기관 주관의 대회에서 우승이라도 하게되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게 된다. 이렇게 창업을 하면, 의욕도 넘치고 젊은 패기가 회사를 짧은 시간 안에 성공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공모전을 찾아다니며, 1000만원 내지 5000만원의 상금을 노리는 바운티 헌팅 스타트업이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공모전과 창업오디션 등은 사업 초기에 우리팀의 사업모델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한 두번 나가서 장려상 이상을 받았다면, 그 다음에는 회사의 성장에 온 정력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자주 심사위원들의 눈에 띄면, 오히려 이미지가 안좋아질 수 있다.

 

[2] 3개월 간격으로 인터뷰를 했을 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대부분의 VC 심사역들과 엔젤투자자들은 처음 만나고 나서 바로 투자금을 입금해주지 않는다. 이들은 최장 1년이 넘게 해당 스타트업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엄청난 원천기술이라서 바로 투자금을 꽂아주는 경우도 상당히 있으나, 이는 기술창업 또는 서비스 창업 중에 굉장한 기술/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스타트업을 만나며, 술도 사주고 밥도 사준다. 그 이유는 2~3개월 간격으로 사업개발의 추세를 보기 위함이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팀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 사업개발도 안되고,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스타트업 놀이를 하는 팀(동아리)에 투자를 할 수 없지 않은가.

 

[3] 3개월 간격으로 조직을 봤을 때, 증가되는 인원이 전혀 없다.

사람을 뽑는 것은 대표의 첫번째 덕목이다. 무조건 사람을 뽑아야 한다. 좋은 실력을 갖춘 사람을 삼고초려 해야한다. 돈이 없다면 최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자신의 지분일부를 줘서라도 모시고 와야만 한다. 투자자들은 기술보다도 대표의 능력을 보는데, 그 중에서도 그 대표의 ‘인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팀원’으로 초빙해오는 능력을 본다. (물론, 20명이 넘어가면 그때 부터는 조정기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위의 이야기가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

너. 나의 친구가 되라.

[4]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지 명확하나, 기술적 해결방법이 구체적이지 않다.

스타트업 놀이를 하는 스타트업과 좀비벤처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4]번 항목이다. 좀비벤처는 그래도 기술은 있고, 프로토타입까지는 만든다. 하지만 스타트업 놀이를 하는 팀은 ‘발표’만 주구장창 한다.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함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그 기술을 구하러 열심히 다니지는 않는다. 스타트업 놀이를 주로 하는 스타트업들은 공모전이나 데모데이에서 훌륭한 발표로 청중들을 매료시키지만, 그것을 구현할 수 있음에도, 굳이 기술을 중시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주변에서의 따가운 시선에 밀려 크라우드펀딩 등에 도전하면서 서두르긴 하지만, 결국 완성도 측면에서 미리면서 펀딩은 성공하더라도 사후관리가 안되어 사업적 실패에 당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기사건이었던 ‘Wearable bracelet’>

[5] 창업지원센터 담당자들과 막역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나, 막상 결과물을 보여준 적은 없다.

스타트업 놀이를 하는 경우, 대인관계능력이 상당히 좋은 경우가 많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 항목이기는 하지만, ‘스놀’을 하는 경우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사업의 본질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창업지원기관의 담당자들과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보를 빨리 흡수하지만, 결국 관계를 이용한 마케팅 프로모션만 화려할 뿐,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스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창업지원기관 담당자분들도 그러한 사실들을 많이 알고 있으므로, 딱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숫자’로 승부하는 것이 좋다.

 

[6] 스스로의 아이템 보다는 남의 사업 아이템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는다.

창조경기센터 뿐만 아니라, 최근 WeWork, Fast Five , 드림플러스, 스튜디오 블랙 등의 트렌디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많아지면서, 오픈 스페이스에서의 창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스놀’에 빠진 스타트업들은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이러한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하면서, 다른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템에 감놔라 배놔라 하면서 깊이감 넘치는 멘토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음… 그냥 우리의 사업에 집중하자.

 

[7] SNS상의 유명인사들과 어울리면서, 회사는 널리 알리고는 있으나, 매출에 대한 계획 및 비즈니스 모델은 거의 없다.

회사를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팔로워가 많은 SNS상의 유명인사 (뭐.. 나도 부인하지는 않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노출하는 것은 무료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 상당히 훌륭한 방법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회사 브랜드(CI)만 계속 알리고, 프로덕트나 서비스에 대한 것은 몇년 째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 그러한 인사들도 당신을 슬슬 멀리하게 됨을 느낄 것이다. 확실한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우리 회사를 널리 알리자. 물론, 선후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홍보보다는 본질 집중이 권장된다.

 

[8] 자신들의 기술이 적용되어야 하는 현장의 의견을 중시하지 않는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트콤 시나리오’에 기반한 창업을 하곤한다. 이는 ‘실제로 구매/사용할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를 말하며, 책상머리에서 인터넷으로 뉴스나 보고서 몇장만 보고 창업 아이템을 발견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 스마트 헬멧을 만들 것이라면, 현장의 안전 관리자에게 무게, 사용되는 상황, 가격적 부담, 필요한 기능 등 수 만가지 팩트들을 물어보고, 답을 구해야 할 것이다. 현장을 멀리하는 스타트업에게 성공은 요원한 것이다.

나도 CES 가고 싶다… 내 제품으로…

[9] 해외 행사에만 수시로 참여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본투글로벌 센터, 그리고 글로벌 TIPS 프로그램, 코트라 지원사업 등의 다채롭고 화려한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해외에서 회사를 선보일 기회가 예전보다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행사에만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작 국내에서의 ‘검증’은 외면한 채 ‘우리는 한국시장은 관심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어찌보면 위험한 행동일 수 있다. 현재 미국지사와 유럽지사를 설립하고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네오펙트의 경우, 시장이 작은 한국에서 자신들의 ‘뇌졸중 재활환자를 위한 스마트 글러브’의 판매를 숫자로 증명하였고, 이를 신뢰한 투자자들과 창업지원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미국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국시장이 작은 것은 사실이나, 테스트배드로는 최고의 국가이다. 우리나라에서 샘플숫자를 증명하고, 해외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물론, 스타트업 놀이라는 것을 주의하자는 것이 ‘즐거운 기업문화’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건강하고 의욕적인 스타트업들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9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엄정한의 기술창업, 36계] 시리즈

– (13) 창의력을 죽이는 7가지 습관
– (12)
한국 특허제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 (11) 코파운더 및 사람구하기
– (10) 시스템 오브 시스템…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법
– (9) 효과적인 크라운드펀딩을 위한 19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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