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펙트 반호영 CEO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창업해서 우리 회사 미국 법인이 있는 실리콘 밸리에 나와 잠깐 일을 하고 있으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무엇이 지금의 실리콘 밸리를 만들었고,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이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엄청난 자본력, 혁식적인 기술력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 그리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들을 이야기한다. 사실 다 맞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거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가지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을까? 우리나라가 실리콘밸리처럼 창업의 천국이 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난 그중의 가장 큰 하나를 ‘정당하고 당당한 이익 추구’에 대해서 부끄럽게 여기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몇달 전 언론에서 국내 최대 강의 평가 사이트인 ‘파피루스’가 문을 닫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요약하자면 선의로 10년 전에 만들었는데, 유료화를 못했고 사비를 들여서 운영하다가 더 이상 운영 못하겠으니 문을 닫는다라는 게 요지이다. 강의평만 13만 4294개가 올라온 국내 최대 강의 평가 사이트인데, 누구도 돈을 내려하지 않았고 돈을 받으려고 하니 창업자는 ‘돈만 밝히는 사기꾼’이라고 욕을 먹었고, 도저히 운영할 수 없어서 창업자는 문을 닫는 결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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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예를 들고 싶은 것은 오랫동안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배달앱의 수수료 문제이다. 배달앱들의 수수료 문제로 인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큰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급기야는 장관의 청문회에서 모 국회의원은 자영업자들을 위해서 국가가 배달앱을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고, 장관은 검토를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배달앱이 가져다주는 가치에 대해서는 고려하지도 않고 배달앱 수수료가 과도하니 규제를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세 자영업자 보호라는 대의명분 하에 배달앱을 만들고 가입자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그 스타트업 임직원들의 노력은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았고, 그 창업자들과 임직원들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노력 또한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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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이야기하면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파주 라면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9가지 재료가 들어간 아래 사진과 같은 훌륭한 라면을 파는데도 ‘2,8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29년 동안 장사를 하시면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계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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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라면

30년 가까이 장사를 잘하고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가게는 20년 넘게 그대로이고, 간판도 없고 쓰려 저 가는 건물에서 가게를 하시면서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면서 30년 가까이 ‘착한 가격’을 유지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칭송한다.

파주 라면집

사실 ‘파주 라면집’과 같은 사례는 방송을 보다 보면 정말 많이 소개된다. ‘착한 가격’이라는 이름은 원가에 최소한의 이익만을 받는 것이 ‘착하고 올바른 일’이라고 우리는 배워왔고 그렇게 많이들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라면집의 레시피를 사서 전국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라면 하나에 5,000원에 받아서 대박 난 사업가가 나온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혁신가라고 부를 것인가? 아니면 돈에 눈이 먼 ‘장사치’라고 부를 것인가? 맥도널드 형제에게 레시피를 사서 맥도널드를 창업한 레이 크록은 혁신가인가? 장사치인가?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유교 문화에 영향을 받아왔다. ‘사농공상’ 중 특히 가장 저급한 걸로 취급되는 것은 ‘상’이다. ‘이익’을 취하는 행동은 군자가 해야 할 행동이 아닌 소인배의 일로 취급하는 것이 유학의 가르침이다. 나도 어렸을 적 친구들을 상대로 만화 대여 사업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심하게 혼난 적이 있었다. ‘이익’을 취하는 행동은 우리에게 부끄러운 일이고, ‘금전적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언제나 어색하다. 힘들게 게임을 만든 업체는 유료화 모델을 추구하면서 욕을 먹어야 하고, SW 혹은 서비스는 당연히 공짜여야 한다. 그나마 하드웨어는 물건에 대한 가격을 내지만, 우리는 그 물건이 주는 가치가 아닌 ‘원가’에 관심이 있고, ‘원가’에 비해 많은 이익을 거둔다면 악덕 업체로 매도한다.

그에 반해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한다. 스타트업은 돈을 벌 수 있는 이익 모델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지 못하고, 성장할 수 없다. 그리고 누구도 기업이 정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딴지를 걸지 않는다. 또한 공정거래라는 룰에 의한 공정한 이익 추구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그 방법론으로 ‘투자 활성화’, ‘정부 R&D 지원’, ‘규제 철폐’등등의 이야기를 한다. 다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스타트업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특히 SW기업 육성을 이야기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국내 SW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때는 철저하게 최저가 정책으로 가격을 후려친다. 정부의 지원 없이 성장한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자본들이 몰려와서 투자를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 중에서 이윤을 막대하게 만들어내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기업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난 분명히 이윤의 사회적인 책임을 믿는다. 지속 가능한 이윤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자들의 기대이익을 만족시키는 것이 전제되어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혁신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내부에 있지 않을까? “군자는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장사치” 상거래와 이윤을 천시하고 낮추는 우리 안에 시대착오적인 유교적 관념을 버려야 할 때이다. 오히려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이익을 더 나은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거 같은 실리콘밸리의 구루들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배우기] 시리즈

(1) 나이와 연차가 아닌 실력과 성과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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