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한 동안 뜨거운 냄비가 끓던 중국 O2O버블이 식자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공유경제 열풍, 2014년 차량호출, 외식배달(外卖, 와이마이) 등과 같은 O2O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명확한 수익구조가 없으면서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만 부추기는 아이템들이 ‘공유경제’라는 타이틀을 단 임대사업으로 끊임없이 런칭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포(ofo)와 모바이크(Mobike) 같은 공유자전거(共享单车)이다.

물론 우리 가족도 공유자전거를 너무나 잘 이용하고 있다. 와이프가 시장에 장보러 나갈 때나 집 근처에 볼 일보러 나갈 때 1~2위안의 저렴한 비용만 내고도 이용할 수 있는 이런 공유자전거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우 편리한 공유경제라고 말할 수 있다. 공용으로 여러 사람이 공유하여 사용하니까 공유경제라는 수식어가 붙일 수가 있는 것이다. 공중화장실도 여러 사람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공유경제라고 할 수 있고, 육교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니까 공유경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유경제와 공공시설의 차이점은 시설을 국가에서 운영하느냐,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느냐와 그 운영비의 출처가 국민이냐, 민간 투자자냐의 차이 밖에 없다.

무질서하게 세워놓은 공유자전거 때문에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지 못한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과 사용자의 정보(데이터)를 얻기 위해 투자하고, 투자자들은 뭔지도 모르고 인터넷기업들이 투자하니까 뭔가 대단해 보이니까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콜’을 외치며 도박판에 뛰어 들었다. 여기 저기에서 수천억원을 투자 받았다고 하니, 오포나 모바이크가 들고있는 홧투장이 ‘光’쯤은 되어 보이는가 보다. (사실 나는 도박을 할 줄 몰라서 ‘光’이 제일 좋은 건 줄 안다)

2016년 전국에 200만대의 공유자전거가 설치되더니, 2017년에는 10배나 늘어나 2천만대 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시아 등 전세계 150개가 넘는 도시까지 진출했다고 한다.

처음 공유자전거 서비스가 런칭됐을 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공유자전거 창업자가 자전거 공장에 투자하고 미끼로 공유자전거를 내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돈을 내 돈으로 만드는 돈세탁의 가장 좋은 방법은 늘 이런 식이었고, 내가 공유자전거 창업자라면 반드시 그렇게 했을테니까..

①공유자전거의 생산원가가 높기 때문에 사용자로부터 받는 야진(押金, 보증금)과 사용할 때마다 받는 1~2위안으로 매출은 낼 수 있겠지만, 절대 수익(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일 것이고,

②중국의 정부정책의 흐름이 시장이 작을 때는 가만히 놔두다가 시장이 커지면 제한 정책들을 내놓을것이 뻔한데 중국인 창업자가 그걸 모를리도 없을 것이고

③손해를 보더라도 브랜드와 사업을 살리겠다는 투철한 장인정신은 ‘산자이 경제'(山寨经济)의 중국과는 어울리지가 않으니, 창업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을 것이다. 만약 창업자가 다른 주머니를 보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공유자전거를 창업했다면 그건 사업가가 아닐 것이고…

산자이 경제(山寨经济)
山寨(산자이)는 산적의 소굴이라는 뜻으로 정부의 관리를 받지 않는 산적들과 같이 막무가내로 베끼는 중국의 모조품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렇게 베낀 제품들이 오히려 오리지널 제품들보다 더 유명해지고 많이 사용되면서 경제적 효과가 더욱 좋다고 하여 산자이 경제(山寨经济)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시내 곳곳에 공유자전거를 함부로 놓지 말라는 경고문이 들어서고 있다 “자전거 세우지 마세요”

공유자전거가 처음 출시됐을 때 자전거 공장 출하 가격은 한 대당 5천 위안가량 했다. 그리고 대량생산에 들어가면서 자전거 가격은 3천 위안으로 내려갔고, 지금은 훨씬 더 내려갔을 것이다. 자전거 가격이 얼마든 간에 언론기사에서는 사용자가 내는 보증금과 사용료로 충분히 그 비용을 커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자전거가 폐기 될 때마다 사용자의 보증금도 소진된다면 그 계산이 맞겠지만, 실질적으로 자전거가 폐기된다 하더라도 추가로 들어오는 보증금은 없기 때문에 결코 그 계산식으로는 자전거 원가를 커버할 수가 없다. 즉, 한정된 사용자 Pool에서 자전거를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는 늘어나기만 할 뿐이다.

또한 난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공유자전거 때문에 도시 미관을 해치고, 무질서한 방치로 인해 공공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보니 중국 정부가 공유자전거와 관련된 관리규정들을 내놓고 있다. 관리규정을 어기고 아무렇게나 방치된 공유자전거는 청관(城管, 도시관리)들이 견인조치한다. 이렇게 견인된 자전거들은 그냥 고철덩어리로 폐기된다.

사실 나도 중국 길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高价回收'(고물상 아저씨들)를 해야하는 건 아닐까 고민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재활용 할 수 있는 부분은 금속 프레임인데 자전거를 해체해서 금속 프레임만 골라내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프레임만 해체한다고 하더라도 4~5위안(한화 700원~800원 수준) 밖에 하지 않는다. 차라리 야밤에 도로 위 맨홀을 훔치는게 더 가치있는 일이다. (‘아, 들리는 소문에는 중국정부가 공유자전거가 생겨나기 시작할 때 관리규정을 안만들고 계속 놔뒀던 이유에는 중국의 철강산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서 놔뒀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

중국 항주시, 규정위반으로 견인된 공유자전거 42만대가 공터에 쌓여있다.

공유자전거는 투자를 적당히 받았어야 했다. 적당한 규모로 투자받고, 적당한 규모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지속개발 할 수 있도록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데 도박꾼(영어로 도박꾼을 ‘investment’, 다른 말로 ‘venture capital’ 라고 한다지?)들이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돈 보따리를 잡더니 공유경제의 개념을 정착시키고, 내실을 다지기도 전에 몸집 불리기 욕심에 빠져버렸다. 창업자들이 중국 공유경제의 선구자로서 좋은 말 다 갖다 붙이며 자기포장 하기 바쁠 동안 사업은 계속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무분별한 사업확장만 봐서는 창업자가 사업을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무책임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공유자전거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과 공유자전거 사업자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쓰는 이유는 요즘 우리 가족이 공유자전거로 인해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았고,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유저의 입장에서 공유자전거의 서비스가 건강한 생태계를 가지고 계속 유지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이런 글을 볼 리도 없고, 본다고 한들 미개한 외노자의 뭘 알겠냐고 무시하겠지만.. 그냥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불 보듯 뻔한 결과가 보이는 아쉬운 마음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쳐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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