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잠금 화면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버즈빌(Buzzvil)에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프랑스, 베트남, 미국, 에티오피아……소문처럼 세계 각지에서 온 이들이 있었는데요. 이번 [스타트업 비정상회담]에서는 미국에서 온 개발자 Teddy Cross(이하 Teddy), 프랑스인 디자이너 Maxence Mauduit(이하 Max)와 함께 했습니다.

Teddy Cross (왼) Maxence Mauduit (오)

Teddy는 한국 교포들과 온 한국 여행, Max는 홍대 교환학생 경험의 계기로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경력 6년 이상, 한국 거주 3년 이상 된 이들에게 한국과 미국/프랑스의 문화 차이, 한국 IT시장이 더 발전하려면 어떤 곳에서 개선이 필요한 지 물었습니다.

Teddy: “친구와 여행을 온 게 계기가 되었어요. 크리스마스를 명동에서 보냈는데요. 프리허그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다시 미국에 돌아가 Stanza라는 스타트업에서 창업멤버로 다양한 일을 했는데요. B2B, B2C 영역을 모두 포함하는 생산성 툴, 캘린더를 만들었습니다. Stanza에서 몇 번의 피벗팅을 거치면서 좀 더 안정적인 스타트업에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여행 왔던 기억이 떠올라, 한국 스타트업 정보를 찾다 버즈빌을 만났습니다.”

Max: “2009년에 교환학생으로 홍대에 왔습니다. 학생일 때 홍대에서 밤 늦게까지 놀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국으로 온 건 파티문화 때문이 아니에요. 제 고향인 프랑스보다 한국이 훨씬 편하게 느껴졌어요. 문화와 사람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었죠. 교환학생을 끝내고 프랑스에 돌아가 스타트업에서 일을 한 뒤, 이후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그 전에 일하던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는 성공하지 못했었지만 그 때 스타트업에서 배웠던 열정, 책임, 매일 마주하는 도전들이 그리워 한국 스타트업을 찾다 버즈빌에 오게 되었습니다.”

Maxence Mauduit

이들은 버즈빌에 입사한지 3년 정도 됩니다. 한국의 불필요한 야근과 눈치보기, 딱딱한 계급문화라는 악명은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해 버즈빌에 입사하기 전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버즈빌은 외국인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잘 마련되어 문화충격을 겪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래도 기존에 알던 프랑스/미국 기업 문화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Max: “프랑스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동료들을 친구로 여길만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동료는 정말 직장 동료였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동료들과 조금 더 친구처럼 지내더라고요. 버즈빌 식구들과 집에서 와인파티나 바비큐파티를 열고 가깝게 지내게 되면서부터는 일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어요.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모임을 많이 지원해주고요. 어느 곳이든 장단점이 있듯이, 프랑스에서는 휴가가 넉넉해서 좋았던 반면에 한국에서 지금 제가 느끼는 즐거움과 속도감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버즈빌은 ‘회사는 이래야 한다’라는 기존의 저의 관점을 바꾸어 주었습니다.”

Teddy: “6년 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Game Closure(모바일 소셜 게임 플랫폼)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수십 만 명이 플레이하는 게임을 만들었어요. 생산성관련 스타트업 Stanza에서도 일했죠. 실리콘밸리를 보면 회사들이 직원들의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숙소, 빨래, 마사지 등등 업무 외의 것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도 줄여주려 노력하면서 직원들의 일 효율성을 높입니다. 그리고 노동시장이 유연해요. 한국에서는 해고가 어려운데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는 직원은 내보냄으로써 더 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합니다.”

직장 동료와의 사적인 교류가 적고 업무 중심적인 프랑스, 유연한 근무환경만큼이나 해임에 대한 압박이 높은 실리콘밸리… 한국과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의 시선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이 더 성장하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할 지 의견을 들어 보았습니다.

Teddy: 한국인의 99%가 인터넷에 친숙하며 트렌드에 민감합니다. 소비에도 관대한 편이고요. 쾌적한 교통 시설, 비교적 저렴한 생활비, 발달된 기술로 24시간 내내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한국을 말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을 주고 싶어요. 만약 스타트업이 현지화, 정부규제, 투자라는 어려운 시기만 거치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새 정부와 함께 정부 규제만 나아진다면 10점이 될 수도 있는 곳입니다. ”

“하지만 비즈니스나 금융에 관해서는 법의 잣대가 엄격해요. 미국과 다르게 노동 시장도 딱딱합니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지만 사실 보면 스타트업이나 노동자의 성장에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은 한 명 한 명의 퍼포먼스가 중요해요. 실리콘밸리는 고용 유연성을 통해 맞지 않는 직원은 내보내며, 빨리 움직이고 빨리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또 다른 곳에 취직하는 것도 어렵지 않죠. 또 흑인이나 여자인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차별이 만연해 있어요. 저는 백인 남자라 (부정적인) 차별을 많이 당하진 않았지만 긍정적 차별(positive discrimination)도 어찌되었든 차별이잖아요.”

Teddy Cross

“게다가 외국인들에게 이뱅킹, 온라인 쇼핑은 정말 불편합니다. 저는 지금 휴대폰 번호가 없어, 가입할 수 있는 곳도 없어요. 또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한국어인 점, 윈도우 Active X 등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아요. 온라인으로 콘서트 티켓 한 장 사는 것도 어렵습니다.”

Max와 Teddy는 카카오뱅크에 기대를 많이 걸었지만 외국인은 쓸 수 없어서 실망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혁신을 말하는 벤처에서 나온 서비스인데 외국인들이 고려되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고 합니다. 한국의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 많은 의견을 내어 주셨습니다. 사실 버즈빌도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서비스에 녹이기 위해 외국인 채용에 적극적이라고 하네요.

여러 스타트업을 보다보면 글로벌 진출을 꿈꾸고 있지만, 외국인이 한 명도 없는 곳이 많습니다. 버즈빌에는 한국 본사에만 5명의 외국인, 현지 채용 외국인 직원은 14명이 있습니다. 70명 중 19명이 외국인이니 그 비중이 매우 높은 셈입니다. 버즈빌의 이관우 대표는 ‘외국인 직원을 두면 서비스에 다양한 감성을 녹일 수 있기에 글로벌 서비스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관우 대표에게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더 들어 보았습니다.

이관우 대표: “코워킹스페이스 WeWork는 멤버가 되면 어떤 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한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도 한국에만 있을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시부야, 샌프란시스코 등 해외에도 센터를 유치해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인재를 데려오거나, 시장 조사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외국인을 고용하는 스타트업에 세제혜택 등 실질적은 도움을 주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버즈빌에서는 코딩이나 포토샵 등 다양한 스터디 지원, 미술관 투어, 멤버가 시작한 와인 파티를 지원 등을 문화로 만들어 직원들이 회사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많은 회사가 비즈니스 모델을 핵심 멤버에게만 전달한다면 버즈빌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향해 많은 정보를 직원과 공유한다고도 하네요. Teddy와 Max 모두 3년째 일하고 있지만 이직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회사라고 합니다. 외국인 채용, 글로벌 서비스 만들기…이름만 들으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버즈빌처럼 열린 문화로 만들어 간다면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스타트업 비정상회담] 시리즈

– 한국을 사랑하는 독일인 개발자…베스핀글로벌의 ‘박플로’
– 한국 뷰티 세계화에 앞장서는 대륙의 남자… B2LiNK 곽용길 매니저
– 웹툰 스타트업 마케터이자 한국 문화 전도사… 대만에서 온 투믹스의 정명방 주임
세계에 한국 스타트업 뉴스를 전달하는 포브스 아시아 기자 ‘Elaine’
– 한국은 어려운 시장,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은 곳
– 한국이요? 10점 만점에 10점이죠…스마트포스팅 ‘Al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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