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좀 극단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다. 우리 선배들이 흔히 하는 말.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었다” 굳이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아마 이 글을 접하는 대부분의 청년이나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말일 것이다. 더불어 이 극단적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바로 창업을 그네들의 인생에 힘듦을 피하기 위한 순간의 도피처라 생각하고 접근하려는 부류를 막고, 혹여라도 장밋빛만 상상하며 접근할 이들에게 경각심을 가슴 깊이 새겨주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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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부분의 초기 창업에 있어서 장난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사회적 경험이 적은 청년들일수록 ‘기업의 지대한 성장을 꿈꾸는 기업가 마인드’ 보다는 ‘아이디어 하나 있으니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꽤나 접한 것도 극단적 주제에 몫을 한 것이다.

도전이라는 단어를 의심하진 않는다. 오랜 시간 심사숙고하여 실패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드는 패기가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 아이디어 하나만 있는 것이 문제다. 좋은 아이디어일수록 시장의 표적이 되고, 아이디어만 있다고 해서 성공할 가능성이 덩달아 올라가는 것 또한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나 또한 좋은 아이디어로 시장의 선두를 내달렸던 적이 있었기에 그 경험담을 뒤에 나오는 전략파트에서 참고해보면 좋을 것이다.

아이디어라는 무기로 중무장한 채 시장에 고개를 내미는 순간 그네들을 겨냥하는 수많은 초점들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를 출시하면 보통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후발 주자부터 경쟁사까지 고객을 가장한 접근은 기본이다. 그래서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 전에 미리 그들을 방어할 수 있도록 몇 단계의 차별화 전략을 세워놓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홍보를 한답시고 무턱대로 기업에게 팩스나 광고를 돌렸다간 초기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과태료를 때려 맞을 수도 있고, 기껏 애지중지 잘 만들어 팔려는 찰나 핵심 인력들이 돌연 회사를 나가거나 동종업계에 합류하여 뒤통수 맞는 일도 제법 많이 일어난다. 실제로 개인투자자가 투자를 빌미로 접근하여 신뢰를 심은 뒤 핵심 인력들을 모조리 빼앗아가 오랜 기간 우울증에 시달리는 대표도 보았고, 너무나 착해서 있는 것 없는 것 퍼주다가(거절을 할 줄 모르거나 협상력이 약한) 정작 남는 게 없어서 무너지는 경우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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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사업을 잘 해와서 시장에서도 제법 인지도가 생기고 성공적인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치자. 표적은 더욱 짙어진다. 끊임없이 법적 이슈를 제기하고, 서로가 서로를 음해하며, 견제하며 그네들을 노릴 것이다. 아쉽지만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도 너무 혁신적이어서도 안된다. 법적인 갈등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이기려면 오랜 시간 투쟁하며 버텨낼 끊임없는 자본과 사회 인프라들이 뒷받침되어주어야 한다. 각종 민원과 규제에 자유롭지 못했던 수제맥주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기업 ‘벨루가’나 중고차 경매 앱을 내놓은 ‘헤이딜러’는 서비스 보완을 위해 잠정 중단했다가 위기를 딛고 다시 재기했으며, 카풀 앱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선택제라는 명쾌한 해답을 서비스로 풀어내었지만 기존 생태계의 반대와 규제로 난항을 겪으며 동시에 굴지의 대기업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고 네트워크와 확보한 사용자층을 통해 혁신을 뚫어내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극복해낼 자신이 있는겠는가 스스로에게 확신을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너무 창의적이어서도 안된다. 흔히 창업의 당연한 과업으로 치부되는 정부과제 조차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R&D 과제들 중에서는 아직 형성되지 않는 시장이나 기술은 역으로 시장의 기준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성공이라는 판정을 낼 수 있는 객관적 평가지표를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에서이다. 그 말은 남들과 비교하였을 때 초기 자금조달 계획이 쉽지 않거나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타겟으로 삼은 잠재고객은 그네들을 웃으며 반겨줄 것 같은가. 아니, 너무 좋은 제품이면 너무 좋은 제품이라서 도입을 망설이고, 너무 평범하면 대체할 이유가 없으니 구매하지 않는다. 우리를 죽이려는 방법은 무수히 존재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남이 죽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세계엔 영원한 동지는 없다. 회사에서는 그저 나와 맞닿은 동료나 상사가 적이 될 수 있겠지만, 창업에서는 우리 회사와 맞닿든 맞닿지 않았든 그 어떤 조직들이 모두 나의 적이 될 수 있다. 혹여나 실수라도 해보아라. 내 편이라고 생각한 고객은 언제나 불만을 쏟아내기 위해 키보드 앞에 앉아있다. 그 표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바로 창업이고 사업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실 가장 무서운 테러는 바로 무언의 폭력이다. 창업 후 1년 안에 시장에서 자리잡기란 팀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엄청난 행운이 함께 해야 한다. 매스컴을 타게 된다거나(그 어떤 형태로 지출이 요구되는 방송 말고) 유명인이나 셀럽들이 사용하며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그런 것들 말이다. 즉, 창업에서 누구든 단 한 번은 겪어야 할 이 무언의 폭력은 온전히 자신들의 생각이나 스킬만으로 통제하거나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무언의 폭력은 우리가 만들어내지 않아도 마주하게 될 것이며, 우리가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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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 중인 백종원의 푸드트럭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르겠다. 자만스러운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몇몇 출연자들은 그야말로 인생 회피용 창업처럼 보이고, 되려 그 멋진 매스컴의 기회를 송두리째 버리는 놀라운 능력에 한 회를 제대로 끝까지 본 적이 없다. 몇 해 전 청년창업 상권 조성에 실패했다는 기사를 접하며 그것이 과연 사람이 오지 않는 곳에 조성되었다고만 외칠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무언의 폭력은 모든 창업기업에게 찾아온다. 오히려 매스컴을 실어주는 기회가 더했을 뿐이나 살리지 못한 본인들의 책임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창업에 있어서 이러한 위험들을 매 순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회피와 변명의 연습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인지하는 자세가 현명하리라 사료된다. 쏟아지는 표적을 피할 수는 없을테니까 말이다. 결코 창업을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김지호의 스타트업 에세이] 시리즈 

(41) 넌 인맥도 없으면서 무슨 사업을 하려고 그러니?
(40) 역량이 강한 기업일수록 시장에 드러내지 않는다
(39) 스타트업 ‘C레벨’이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의 숨겨진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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