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도사 최재현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창업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 창업해서 이떻게 살고 있다고 하더라’
‘창업해서 투자를 받았다고 하더라, 조금만 잘 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 

나와 창업 상담을 진행한 대다수의 창업자들이 창업을 하게 된 이유가 이런 것이라고 대답했다.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꿈을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기보다 지금의 트렌드가 창업이고, 창업해서 잘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한 번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을 해보겠다고 하는 마음이 큰 것이었다.

 뉴스 기사를 읽어보면 누가 어떻게 십 수억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즐비하다. 분명 뉴스를 읽으면서 성공한 창업자가 그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갖은 고생과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이 내 눈 앞에 펼쳐지기보다는, 그 아픔이 공감되기보다는 뉴스 기사로 읽어 내려가는 글 몇 줄에 불과하다는 것을 쉽게 착각하게 된다. 이런 ‘쉬움’의 느낌은 곧 창업에 대한 ‘쉬움’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자신에게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아이템이 있을수록 이런 ‘쉬움’에 대한 생각이 곧 창업에 대한 ‘욕심’으로 빠르게 바뀌게 된다.

 통계적으로 창업자의 대다수가 3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뉴스를 보지만 창업을 하기로 결심을 한 이상 창업자는 나는 그 ‘대다수’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 더 면밀히 준비하고 착실히 준비하면 적어도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페이스북을 보면서 창업과 관련되어 있는 좋은 글을 스크랩해둔다. 브런치에 창업과 관련되어 있는 글들도 꾸준히 읽고 주변에 창업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해야 할 일들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계속 들어둔다. 창업에 대한 A to Z를 간파하면 자신이 보다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매일 마다 생각하면서 이런 일들을 반복한다. 그리고 마침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 야심 차게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을 시작한다.

 이내 다가오는 소소한 마찰은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어려움에 마땅히 대응할 대책을 쉽게 찾아내지 못한다. 앞서 창업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어딘가 속 시원히 내적으로부터 일어나는 목마름은 해소되지 않는다.

 

image: gettyimages

 

이쁘고, 아름답게, 보다 트렌디하고 굉장히 창의적인 아이템인 것이 분명하지만 어느샌가 갈 길을 잃어버린 것같이 그저 캄캄한 터널 속으로 진입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함께 하고 있는 팀원들이 있어 주저앉아버릴 수도 없고 앞으로 나가자니 길이 보이지 않고 그렇게 조금씩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나는 3년을 넘기지 못한 ‘대다수’에 포함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뒤돌아보고 답습해보지만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만 보이고 그 외에는 환경이나, 상황에 대한 어려움만이 실패의 요인으로 보이게 된다.

 

최근에 만난 대학생 창업자는 창업동아리 출신이었다. 동아리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얻고 있는 선배가 나와서 투자를 받고 사업이 좀 되어가는 모양이었다. 선배가 잘 나가니까 그 모습을 보고 동아리 후배들이 연달아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한 달에 한 번씩 사업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 하는 월간 모임도 갖는다 했다. 성공에 대한 열망, 큰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표정부터 행동까지 자신의 아이템에 폭발하는 듯한 자신감이 가득한 그의 사업 아이디어. 출시만 하면 대박이 난다는 학생이 선보인 아이템은 평가위원인 나의 눈에 결점 투성이인 허울만 좋은 사업화 아이디어로 보였다. 출시하면 대박이 날만한 제품일지 나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보완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불완전한 창업 아이템으로 보였다.

 

평가를 위해 던진 한마디는,

“시장을 전혀 이해 못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고민도 전혀 없으신 것 같습니다.”

 

나의 혹평에 그 학생은 대들다시피 반론을 제기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는 시장에 출시되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며 자기 설문 조사한 결과 출시되기만 기다리는 학생들이 매우 많았다 라는 확신에 가득 찬 말만 되풀이했다. 그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발표자료에는 이쁘게 디자인된 시제품의 모습도 있었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자칫 잘못 보면 정말 대박이 날 것처럼 온갖 단점을 보완한 완벽한 제품으로써의 면모도 있었다.

 주어진 시간이 부족해서 하나하나 언급을 다 할 순 없었지만 나는 학생의 반론에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에 말을 이어갔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이 100명도 채 안 되는데 어떻게 모든 소비자가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죠?”
“해당 제품은 제품의 강도와 경도 또한 고려되어야 하는데 소재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네요.”
“소재에 따라 제품의 가격이 얼마나 달라질지, 계산은 한 번 해보셨나요?”
“해당 제품과 유사한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인증이나 특허, 허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전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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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융단 폭격하고 싶었지만 시간 상 더 이상 말하진 못했다. 학생은 나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평가에도 학생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조건 창업해서 아이템을 가지고 성공하겠으며 그 성공을 보이겠다고 했다. 6개월 내 상용화가 가능하며 6개월 뒤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라고 호언장담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6개월 뒤, 우연히 그 학생의 호언장담이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져 그 상품이 실제로 출시가 되었는지 찾아보았다. 특허라도 나왔나 특허도 검색해보았다. 결과는 뻔했다.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이 그 학생을 그토록 호언장담하게 만들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예비 창업자는 아이디어를 상담받고 싶어 했다.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그저 일단 한 번 만나주면 된다고 지인이 내게 부탁을 했고 무슨 아이디어인지, 예비 창업자는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예비 창업자를 만났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예비 창업자는 곧 회사를 나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사직서가 수리되었고 말일까지만 인수인계를 해주고 곧 나와서 창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꽤 오랜 시간 생각과 고민을 이어온 듯한 그분은 남들이 하는 실패의 자리로 가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해오던 일과 전혀 상관없는 일은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그분의 창업 아이템은 ‘핸드 메이드’ 제품이었다. 핸드 메이드로 천연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시장에 이미 너무 많이 퍼져있는 아이템이었다. 혹시 시장조사는 해보셨는지, 시장에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을 유사하게라도 만들고 있는지 찾아보았는가 물었더니 그분은 찾아보았다고 답했다.

 

“생각보다 없던데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없다고 말했다. N 포털에서 검색 조금 해보고, G 포털에서 검색 좀 해보고 검색이 되지 않으니 생각보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으면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없는 것일까? 인터넷을 이렇게 맹신하는 예비 창업자는 처음이었다.

 예비 창업자는 부가적인 서비스를 더 추가해서 팔면 조금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의 이런 생각이 적절한지 적절하지 않은지 듣고 싶어서 나를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자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적절할지 고민을 하다가 나는 예비 창업자에게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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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몇 번으로 검증될만한 아이템이라면 모두가 쉽게 창업을 하게 된다. 업계에서 오랜 시간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단 시간 내 몇 번의 Desk Research로 끝나면 안 된다. 자신이 바라본 시장이 확실했고, 퇴사 이후에 바라본 시장도 확실했다면 반드시 검증의 절차는 거쳐야 한다. 검증 없이 확신을 가지게 되면 모두가 예상하는 실패의 쓴 맛을 빠르게 보게 된다.

 

창업에 대한 답은 포털사이트에 없다.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창업을 쉽게 보는 경향이 많다.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도 투자해서 재미를 볼까 하는 심리와 다르지 않다. 성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마음으로 창업하는 창업자도 만나보았다. 조금 어려워지면 성공한 지인이 돕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을 가진 창업자도 만나보았다.

 창업 열풍이 일어난 지 오래인 데다가 단기간에 빠르게 성공한 창업가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와 유관기관에서도 창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제공하고 있고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데, 사업화된 아이템을 활성화하는데,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온갖 다양한 수단과 도구와 체계가 마련되고 있다.

 창업이 가까이에 있다고 느껴지는 요즘, 쉬워진 창업만큼 창업을 쉽게 바라보는 시각은 손쉬운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나는 아니겠지, 나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 나도 그럴 수 있고 나도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도면밀하게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

[별별 창업 이야기] 시리즈

(1)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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