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스타트업 튜터링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다,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 혁신하고 싶다, 바꾸고 싶다는 말들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많이 쓰는 말들이다. 2016년 2월 25일은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법인으로 서류를 등록한 날이다. 1년이 조금 넘었다. (글을 쓰다 말기를 여러 번 해서 자꾸 이 부분을 고치게 된다. 이 글은 4월 6일에 시작되었다)

우리 회사 튜터링은 모바일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을 바로 튜터와 연결해주는 회사이다. 몇 년 전부터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는  ‘온디맨드 on demand’ 플랫폼 서비스 중 하나이다. 150여 명의 튜터들은 저 멀리 타국 땅에서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들어와 수업하고 학생들 또한 원하는 시간에 수업할 수 있다.

튜터링(tutoring)

튜터와 학생을 매칭 해주고 자유롭게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장을 제공하여 그간 지역 차이 때문에 생기는 중간 업체를 없애는 구조이다. (보통 전화 영어 업체들은 현지에 콜센터를 세우고 사람을 채용한다. 이 비용이 어마 무시하다)

 나는 원래 오프라인 교육으로 업력을 쌓은 사람이다. 사회생활 초년 청소년들을 위한 글쓰기 교육, 체험학습 교육을 만들었고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진로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교육업에 있는 사람들은 비슷하게 느끼겠지만 교육이란 것이 하나로 시작하면 그 실타래를 풀어 여러 분야로 확장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청년’의 고민과 삶을 중심으로 여러 분야로 확장하여 정말 이런저런 교육들을 많이 운영해보았다. 사람을 만나고 교육하고 그들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받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앱을 만드는 (나에게 있어선 차디찬 IT분야의)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스타트업이라도 골치가 아픈 마당에 그간 해오지 않았던 분야에 들어와 1년 정도 겪으면서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나이 대 (누군가는 실버 스타트업이라고 하던데….;;)에 창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작성해본다. 튜터링이라는 사업 특성상 IT분야를 중점으로 A 라운드 전까지의 성장까지에서 겪었던 일들이니 이를 고려하여 읽어주시면 좋겠다.

 


 

 글로 읽었을 땐 쉬웠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려웠던 일. 그래서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적어본다.

 

1. ‘사’자 붙은 직업군들이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그분들이 주시는 서류를 이해는 못 하더라도 뭔지는 아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막상 창업하기 전에는 뭘 봐야 할지 모르지만 창업하고 나면 아주 숨이 막힌다. 

: 법무사, 세무회계사, 변호사, 노무사, 변리사 등의 ‘사’자 붙은 직업군들이 성장의 단계별로 중요하게 필요하다. 경영진이 다 배워서 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리 데쓰다. 액셀러레이터에 들어갔다면 그곳에서 아니면 다른 창업자들에게 물어서 ‘스타트업’을 잘 아는 전문가분들을 만나야 한다. 지금 시대에 스타트업이 하는 일은 법의 경계에 있는 일들이 꽤 많다.

초기에 이를 잘 인지하고 조직이건 상품의 서비스나 가격을 잘 세트업 하지 않으면 큰일난다. 스타트업이 망했을 때도 참으로 문제이지만 급격하게 성장했을 때라면 초기에 챙기지 않았던 서류들이 10배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법인세 납부에 필요한 서류를 정리하며 근 3일 정도를 꼬박 통장 내역만 들여다봤다. 투자 계약을 하며 변호사와 상법을 들여다보았고, 임직원 계약서를 쓰며 취업 규칙이라는 것은 10인 이상의 기업이라면 꼭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10인 이상 기업 중 안 하신 분들 꼭 하세요. 벌금 있음) 누군가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꼭 챙겨야 할 이런 가이드를 잘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기업이 크지 않으니 중소기업에선 의례 처리하는 일들이 다 창업 진의 몫이 된다.

다 하면서 알게 된다는 이야기는 막상 하면서 점점 더 모르는 것이 커져 괴로울 뿐이다. 초기에 창업자 네트워킹 모임에 가서 친해진 대표님들에게 “계약하신 법무사, 세무회계사, 변호사” 아시면 좀 알려주시라고 여쭤보아도 좋겠다. 특히 세무 분야는 중간에 바꾸기가 참 그렇다.

 

2. 진짜 시간이 드럽게 없다. 뭐 일반적인 기업을 다녔을 때도 항상 시간이 없었지만, 창업을 하고 나면 정말 시간이 너무 없다. 그러므로 – 창업을 하기 전 정말 한두 달 정도는 딴짓, 앞으로 몇 년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고 왔으면 좋겠다. 

 : 같이 창업한 김미희 대표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창업하고 나서 내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한 달 정도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일이었다. 초기에는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있던 날들도 빈번했다. 오프라인과 달리 이 ‘온디맨드 앱’은 계속 봐줘야 한다. 그렇다 보니 일과가 끝나고도 종일 핸드폰을 (=우리가 만든 앱을) 쳐다봐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영화를 보다가도 종종 앱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닌지 튜터가 부족한 건 아닌지, 학생이 부족한 건 아닌지 쳐다봐줘야 한다. 실제 튜터도 학생도 모두 우리 회사에는 고객이기 때문에 학생과 튜터 양쪽 한쪽이라도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결국 이탈자가 생겨 이 온디맨드 생태계는 죽게 된다.

작년 추석 때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고객 전화가 온 적이 있는데, 장을 보다가 한참을 서서 그 문제를 해결해주느라 진땀을 뺐었다. 보통 아침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돌아가는 이 서비스에 사람들은 당연히 고객 센터도 그렇게 운영될 거로 생각한다. 인원이 어느 정도 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시간대별 담당자를 두겠지만 코딱지만 한 스타트업에선 한 명의 고객이라도 아쉽다.

이런 상황이 온디맨드 사업이기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창업의 이 시대적 이름 ‘스타트업’에서는 이뿐만 아니라 정말 여러 여러 문제들로 시간을 일반 기업에 다니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쓸 수도 없고 마음 편히 쉴 수가 없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 쉬고 싶었던 것들은 꼭 시간을 내서 마음도 몸도 머리도 비우고/채우고 오면 좋겠다.

image: gettyimages

 

3. 스타트업 혹은 이와 유사한 환경에서 일해보거나 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라도 한 번 해보고 오면 좋을 것 같다. ‘내 일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에 창업했지만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꼭 들어보고 시작하면 좋겠다.

 : 교육업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종종 물었던 질문이 있다. “만약 이 학과가 이런 줄 알았어도 고등학교 때 진로를 선택할 때 다시 선택하겠어요?”.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면 “만약 이 스타트업이, 창업이 이런 줄 알았어도 다시 창업하겠어요?”. 둘의 공통점은 지금 현 상황에서의 단점이나 어려움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아마 내 주변의 창업자들은 만약 스타트업이 이런 상황, 환경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다르게 창업을 했을 것이다.” 내지 “좀 더 알아보고 창업했을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실제 물어보면 유사한 답을 많이 한다.

이너 써클에 들어오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언론이나 강연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그럼에도 창업해야 하는 그 ‘그럼에도’의 그 괴로운, 피하고 싶은 포인트. 가장 좋은 것은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는 것이다. 내 아이템을 빨리 론칭시키고 싶어서 조급한가? 몇 개월 정도는 조금 늦춰져도 큰 무리 없다.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 주요 멤버로 들어가기 전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생각하고 다른 스타트업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거나, 주변에 지인이 있다면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좋은 점’ 말고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들을 물어 예상을 한번 해보면 좋겠다.

 

4. 나에 대해 잘 알고 와야 한다. 조직에 속하지 않았을 때, 자유로운 상황에서의 나의 모습을 과거의 커리어와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아주 잘 깨닫고 와야 한다.

: 창업하면 함께 일하는 동료나 투자자, 주변 사람들에게 내 삶의 깊은 구석까지 낱낱이 보이게 된다. 업무 경력이 있다면 본인의 의사 결정 패턴이나 삶을 제 3자의 입장으로 잘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창업 후에는 다중 인격이 되어야 한다. 으하하하하. (진짜임, 이건 나중에 좀 더 자세한 글로.. 정신 안 차리면 정말 멘탈 훅 가는 수가…)

 


 

이런 질문들을 정리하고 오면 좋을 듯하다. 이런 질문들은 창업 후 멘탈이 흔들릴 때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고 정신줄 놓았을 때 도움이 될 것이다.

A. 삶에서 성공한 적이 있는가? 그 성공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어떤 시점에 이것이 성공으로 가게 되었는가? 그 계기와 요소는 무엇인가?

B. 삶에서 망… 실패한 케이스가 있는가? 나는 왜 실패를 했는가?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게 된 요인은 무엇인가? 유사한 실패 케이스가 또 있는가? 그랬다면 왜 나는 같은 패턴을 반복했던가?

C. 나는 어떤 때 스트레스를 받는가? 그 스트레스의 요인은 무엇이고 이를 풀어나가는 나만의 방법이 있는가?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변하는가? (괴물이 되는가?)

D. (좀 더 심하게) 나는 화, 분노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내가 분노를 표출했던 적이 있다면 그때 나의 모습은 어땠는가? 그 분노로 인해 상황이 틀어지거나 악화되었던 적이 있는가? 분노를 관리한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면 정말 종교나 명상 등 본인의 상태를 안정시킬 방법을 꼬옥 배우고 와야 한다.

E. 스스로가 들떠서,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다가 실수한 적이 있는가? 그때 나는 어떤 실수를 하는가? 주변에서 이를 알아차리고 나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해 줄 사람 혹은 나만의 방법이 있는가?

F. 나는 감이 좋은 사람인가? 분석적인 사람인가? (감/촉이 좋은 사람이라면) 나의 감이나 촉을 글로 매뉴얼화하여 교육까지 할 수 있는가, 이를 다른 이가 유사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 (분석/데이터 적인 사람이라면) 데이터와 근거 없이도 불확실함 속에서 타인을 설득해볼 수 있는가?

G. 나의 커리어에서 창업에서 최대한 활용하여 쓸 수 있는 자원 (사람, 네트워크, 지식, 학력 등)이 무엇인가? 커리어에서 변화하고 싶은 부분 혁신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 ( ~가 하기 싫어서라는 말 금지, ~를 하고 싶어서라는 긍정문으로 생각해볼 것)

 


 

5. 사람을 잘 관찰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인사, 투자유치, 파트너 등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진행되는 일이 많다. 나는 내 삶에서 내가 손을 잡아야 하는 사람들을 그간 어떻게 판단했는지 꼭 생각해보자. 본인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면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을 가깝게 두어야 한다. 

 : 창업뿐 이겠을까?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본인이 추구하는 욕망으로 이랬다저랬다 바뀐다. 계약서로 묶어두건 술자리에서 한 약속으로 묶건, 기나긴 우정으로 유지하건 결국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다. 초기에 팀 빌딩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feel 받는 사람이 내가 하려고 하는 회사와 fit이 맞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feel을 fit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반대로 그 사람의 경력기술서만 보고 (특히 그 분야를 잘 모르는 경우) 손을 덜컥 잡기도 한다. 필요로 만나는 것이 사람이지만 하려고 하는 회사에 사람을 선택하여 연결하는 것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멘토, 투자자, 조직원, 파트너십 등 창업 후 매일매일 선택의 연속이라면 이 상황에서 단지 BM이나 일만 보고 누군가와 손을 잡을 수는 없다. BM이 그지 같아도 힘을 합친다면 (아….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뭔가 일이 되기도 한다. 다른 방법으로 시작한 그 창업의 목적을 성공시킬 수도 있다. 수없이 많은 사기꾼, 아첨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창업하기 전 중요하지 않은 것이 휩쓸리지 않고 사람들을 선택하는 법, 그리고 그 평범한 사람, 나와 맞지 않은 사람들을 이끄는 법을 꼭 배웠으면 좋겠다. 주변에 너무나 많다. 술 한잔하며 신세 한탄에 한 풀이를 질펀하게 하고 가시는 창업자들.

 살아가면서 불합리하다, 불공평하다,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참 많았다. 많은 창업자가 이 불 (不, 아니 불)을 떼어버리기 위해 창업을 시작한다. 합리적이고 공평하고 편한 삶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창업. 개미군단 같은 이런 작은 시작들이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고 꿈쩍도 하지 않았던 사회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자금난에 고생하고 사람에 치이고 삶이 팍팍해질 때 초기에 내가 왜 창업을 했는가를 망각하게 된다. 본말이 전도되어 결국 본질이 아닌 사소한 것에 집착하거나 본질을 놓치게 된다. 매일매일 왜 이 일을 하는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에 얼마나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명장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첫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었다. 유인원이 뼈를 도구로 썼던 시대부터 인간이 우주선을 띄우는 날까지의 모든 것을 가장 함축적으로 그려낸 장면이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리 가라 수준의 인류 역사 요약이다)

인간은 더 나은 삶, 더 나은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발전한다. 많은 창업자는 뼈다구를 가지고 우주선을 만들 꿈과 비전을 가지고 나아간다. 물론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처럼, 언론의 보도처럼, 성공한 창업자처럼 이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함정.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도 이렇게 홀로 멍하게 끊임없이 달리는 것도 창업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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