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도사 최재현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기업을 막론하고 상호 간에 매끄러운 소통이 있다는 것은 좋은 성과를 내는데 도움을 준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소통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평상시 대화나 업무를 함에 있어서 소통을 한다는 것은 최근 들어 소통을 잘하는 방법이나 내 의견을 잘 피력하는 방법같은 풍조도 만들어 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루의 절대적인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경제활동을 해야 하다 보니 작게는 1일 8시간에서 많게는 반나절이 넘도록 회사에 붙잡혀 산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꽤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다 보니 괜히 Life라는 단어에 Office가 붙은 것이 아니다. 사무실에서의 삶(Office Life)이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성장하면서 받는 영향만큼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 회사에서 받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꽤 다수의 기업에서 겪는 문제점들을 오랜 시간 살펴보면서 문제점은 문제 자체보다는 소통의 부재가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원들 간의 고질적인 의사소통의 문제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고 대표자와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양상은 기업의 규모를 막론하고 발생하는 것으로 혹 어떤 사람들은 의사소통의 빈도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느낀 것은 달랐다.

소규모 기업일수록 소통의 빈도가 높아서 문제가 발생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고, 기업이 클수록 낮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소통에 있어서 만큼은 빈도보다는 소통을 어떻게 하는 가에 대한 ‘질’과 소통을 얼마만큼 잘하는 가에 대한 ‘깊이’가 중요했다.

이 또한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다. 자주 이야기한다고 이야기가 잘 오가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이야기를 깊이 있게 잘 나누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빈도보다는 질과 깊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판에 박힌 말은 이미 어느 책에서나 어느 포털사이트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방법적인 측면에서 Tip을 전달하는 사람들도 많고, 내가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하고 간단한 문장들도 많다. 오늘 글에서는 방법적인 측면보다는 소통을 하는 상황과 반복되는 상황을 잘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과거에는 바쁜 업무가 휘몰아치고 나면 회식이나 상급자가 베푸는 식자 자리가 소통을 하는 장소가 되었다. 서로의 노력을 칭찬하고 공치사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로를 푸는 음주가무까지 더해지는 자리가 바로 소통의 현장이었다. 과한 음주 탓에 다음 날이 되면 서로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도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 자리에서 서로의 우정을 나누었다는 생각에 그동안 마음에도 없었던 ‘의리’가 생기는 곳이 바로 소통의 현장이었다.

최근에는 이런 문화가 점점 비 회식 주의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회식의 기회나 식사의 기회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런 문화적인 배경을 충분히 언론이나 뉴스를 통해 접한 젊은 층들이 사회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몸으로 부딪혔던 방식이 아니라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있다는 점에서 센세이션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단번에 이런 태도가 이해되진 않는다.

‘우리는 말이야, 그때는 말이지.’, ‘커피 한잔 해 응?’, ‘소주 한 잔 하지? 이야기도 좀 하고’

나는 과거에 충분히 들었을 법한 이야기를 내 밑에 들어온 친구에게 하면 꼰대가 되어버리는 묘한 분위기. 싫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마지못해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 만약에 내가 이런 모습이라면 적어도 소통을 시작하는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신호이다.

요즘도 꽤 자주 발견되는 모습이고, 예전에는 더욱 만연했던 사실은 바쁜 업무를 마무리하고 나서 마치 업무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회식이나 식사였다. 소통이라기보다 전략적으로 소통을 해야만 했던 자리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임해야 하는 업무의 연장선이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업무는 업무의 자리에서 모두 마무리하고 각자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는 풍조가 만연해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는 더 이상 회식이나 식사가 전략적인 소통의 자리가 아니라 피해야 할 자리가 되어버렸다. 워낙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보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대표자가 주관하는 회식은 거부하면서도 내가 주관하는 회식에 참여하는 어린 친구들을 꽤 많이 겪었다. 나도 어느 정도의 인사권이 있어서 그 친구들에게는 꽤나 전략적인 자리가 되었을법한데 막상 나와 함께하는 회식이 대표자가 주관하는 회식과 다른 점을 물어보니 꽤 흥미로운 대답을 해주었다.

“이사님은 적당히 식사하고 저희 일찍 집에 보내주실 거 다 아니까요.
꼭 커피 다 마셔야 집에 보내주실 거 아니잖아요.”

순간순간마다 주어졌던 식사 자리에서 꽤나 내가 자리를 일찍 마무리하고 집에 들여보내 주었다고 했다. 회식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진행하고 2차나 3차의 자리로 이어서 진행할 법한데 각자 집에 돌아가서 편히 쉬어야 내일 일도 할 수 있는 거라며 배려하는 모습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커피를 마시러 가더라도 꼭 커피를 다 마시지 않아도 집에 보내더라는 것.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띵’한 기억들.

10년의 세월보다 훨~씬 많은 시간의 차이를 보이는 후배들을 보면서 술보다는 커피를 한 잔 하려는 노력. 업무를 마치고 저녁을 함께 먹기보다는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는 노력들. 사소한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쏘아붙이기보다는 협력을 추구하고, 지시나 명령보다는 부탁이나 권함의 표현들을 사용하고.

이런 모습이 트렌디하다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텐데 나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상급자가 되기 싫어서 한 행동들이 오히려 좋은 소통의 기회를 가져다주게 된 셈이었다. 이런 흐름이 트렌디한 것이 아니라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배려’에 가까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술보다는 커피를, 저녁보다는 점심을. 큰 선물 하기보다는 소소한 관심을 가져주고, 모두가 있는 곳에서 혼내기보다는 모두가 있는 곳에서 칭찬을 하는 것. 트렌디하다 라거나 요즘에 유독 그런 것 같더라라고 반응하기보다는 이제야 소통을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소통의 현장의 문을 여는 기초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창업기업은 젊은 기업인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의 대표자들의 경우 젊은 기업인 만큼 비교적 과거의 조직문화가 보여준 방법적인 측면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많이 보이고 있다. 대표자들이 점점 젊어지는 것이 보여주는 영향이 나는 꽤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자들이 갖고 있는 성향, 태도, 취미나 흥미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술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어 회사에서 자신의 모든 좋지 않은 감정을 쓰레기통처럼 버려버리는 대표자가 많았다고 본다면 요즘은 자신의 감정을 오히려 취미나 흥미, 개인의 여가생활로 다스리려는 노력을 보이는 대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Overflow 되기 전에 다스리는 모습, 그리고 다스리는 방법도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 대표자나 상급자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조직 문화에 있어서 매우 좋은 영향을 준다.

대표자가 음주가무를 즐기면 꽤 다수의 상급자가 음주가무에 동참하는 기업문화를 보았다. 대표자가 음주가무보다는 여가생활을 즐기면 꽤 다수의 상급자도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경험했다. 혹, 대표자가 음주가무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중간관리자가 적당한 선에서 여가생활을 섞어준다면 다수의 하급자는 이를 받아들이고 적당한 선에서 참여하는 모습도 보았다.

TV에서도 심심치 않게 변화된 모습을 본다. 소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면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모습,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점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이런 소비 트렌드가 나는 결코 Office life와 동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에 절대적인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우리들은 직장생활에서의 관계에 대한 어려움, 소통의 어려움을 늘 겪게 된다.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할수록 미친놈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꼭 어딘가에 지뢰가 하나씩 숨어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큰 기업들은 직장 내 상담소를 운영하거나 정기적인 검진이라도 지원해주는 곳이 많지만 스타트업이나 창업기업은 그런 기회마저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느 선까지는 직접적으로 해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스타트업과 창업기업. 내가 만약 대표자나 관리자라면 나와 조금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많은 부분을 고려하여 센스 있는 소통의 방법, 상황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내가 만약 하급자라면 이런 방식을 건의하고 요청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그런 건의를 받아줄 만큼 건강한 윗사람이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소통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반복되는 소통의 상황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어 가는 것.

비교적 젊은 층들과 함께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는 물꼬를 트는 방법은 나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긴 회식보다는 점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 2~3차 술자리보다는 식사 후 커피 한잔을 함께 나누고 커피를 마실 때 절대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긴 회의 시간보다는 짧고 콤팩트한 회의 시간을 갖되 긴 보고서보다는 간결한 문서를 선호하고 의사결정의 속도는 높이되 의사소통의 방향은 조금 천천히 열어두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뜨거운 커피가 식고 커피를 다 마시기까지 가시방석을 만들어서 소통을 하던 예전 모습을 버리고, 이제는 커피가 모두 식기도 전에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게 되면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을 들을 때의 상대방의 두려움은 사라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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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 Creative, 창업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전문 컨설팅 기관인 G&C Company의 대표자이자 중소벤처기업부 경영지도사이다. 창업경영신문, 이데일리신문의 창업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브런치를 통해 '별별창업이야기'로 스타트업, 창업기업을 위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현재는 경기테크노파크, 컨텐츠진흥원, 기술정보진흥원, K-Startup 등 ​다양한 정부 유관기관의 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000 여 기업을 만난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안정과 성장을 모토로 하는 스타트업, 창업기업의 자문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