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온라인 매출 비중을 높이자고?

오프라인 기반의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은 최근 10년 정도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해야만 하는 당위성에 대해 점점 강력하게 마주하고 있을 것입니다. 매출 규모가 크고 기업이 혁신성이 없다면 이제야 이런 고민을 하는 기업이 있을 것이고, 혁신성이 있는 기업은 매출 규모를 떠나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어 있습니다. 이제야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겠다고 생각한 기업은 어쩌면 단순히 온라인 매출이라는 그 열매만 바라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온라인 매출을 늘리자고 마음먹은 기업의 문화와 방향의 아이러니였습니다. 기존에 매출의 90%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업에서 온라인 매출 비중을 높이자고 시작한 행동들을 보면 기업이 정말로 온라인화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알 수 있습니다.

1. 연역적인 온라인 상품

오프라인 사업이 잘 안 되는 이유 중 대부분은 제공하는 콘텐츠가 변변치 않아서입니다. 근본적인 숙제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실적이 신통치 않아서 온라인을 바라보는 기업들은 같은 콘텐츠를 온라인에 팔아서 추가 매출을 얻어보자는 계산 외에는 많은 셈법이 없습니다. 콘텐츠 자체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투자를 해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도 고객은 굳이 그걸 구매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 따로 있을까요? 있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 빠르게 퍼지고 있고 비교적 오프라인 체험 없이 구매가 용이한 상품, 이미 검증을 오프라인에서 마치고 표준화된 상품들은 온라인에서도 별 저항 없이 팔립니다. 물론 이런 경우가 많지 않고 이런 아이템은 많은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비즈니스를 바꾸려는 기업들은 무엇을 할까요? 막연한 자신의 생각으로 온라인 상품을 만듭니다.

단순히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가격이 저렴하면 고객이 더 많이 사겠지’, ‘온라인은 단순한 디자인의 상품을 만들어야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사겠지’ 하는 검증되지 않은 생각 말이죠. 연역적인 생각은 그 자체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데 큰 걸림돌이 됩니다. 먼저 가설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검증 작업을 지나지 않은 채로 진행한다면 온라인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온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트래픽에 대해 프로세스에서 분석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오프라인 기업 – 고객의 트래픽을 단순히 최종 결제 단계에서만 아는 게 대부분인 – 의 전형일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어떤 콘텐츠가 고객에게 먹히는지 지금까지 모인 트래픽을 바탕으로 분석을 먼저 진행하고 각 밸류체인을 분석을 활용하는 프로세스에 반드시 참여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2. R&R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중앙

조직자금이 있는 기업이라면 온라인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아낌없이 합니다. IT 인프라에 들이는 비용부터 경력으로 엔지니어, 분석가, 기획자, 디자이너들을 충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보통 이런 프로젝트가 기업에서 TF로 진행되면 기업에서 사업기획, 경영혁신, 전략기획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팀이 이 모든 것을 기획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조직이 기술에 대해, 특히 온라인 매출을 올리기 위한 사전 준비와 방법, 문화까지 다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획 초기에 앞서서 진행해 본 실무자들을 만나 깊이 있게 내용을 정리하지 않으면 실제 계획에서 R&R이 제대로 짜여 있지 않거나 일의 선후관계없이 같은 기간에 완료하는 것으로 나열하는 실수를 합니다. 마구 투자하고 있는 회사라면 방대해진 조직으로 누구에게 어떤 일을 쪼개서 혹은 통합해서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대형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이런 정리가 잘 되지 않으면 빨리 추진한들 고객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3. 고객이 필요한 투자는 등한시하는 추진 전략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고 합시다. 1번에서 말한 좋은 콘텐츠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들어온 고객이 다시는 안 올 속도와 검색 능력,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 프로젝트 비용이 제한적이라면 그중에 어디에 더 투자할 것인가는 중요한 의사결정입니다. 검색 엔진을 더 우수한 것으로 할 수도 있고 속도를 더 낼 수도 있습니다. 경쟁사와 비교하여 어떻게 조정을 해도 안되면 전체 예산 자체를 늘리거나 적절한 품목의 개수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IT 부서의 생각이나 고객 경험에 무지한 오프라인 출신 기획자들의 연역적 사고는 이런 과정을 무디게 만듭니다.

4. 기존 숙제만을 재탕한 밸류체인의 할 일들

온라인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전체 부서가 숙제를 합니다. 하나의 아젠더가 잡히면 전체 부서가 이 아젠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회를 계기로 회사 방침에 잘 동조하는 팀장이 되고 싶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평소에 하려다가 못한 프로젝트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미 다른 회사들이 해 보고 돈 들인 만큼 잘 안된다는 걸 아는 것도 그 이상의 정보가 없는 팀장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추진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거 외에는 잘 모르고 회사도 어차피 그걸 검증할 능력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기존 숙제들은 그럴듯한 내용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잘 그려보면 별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5. 역시나 열매만 보는 KPI

온라인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최종 목표는 온라인 매출이 주요 기간별 목표로 잡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은요?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많이 쓰던 KPI들이 아래에 오게 될 수 있습니다. 회전율이나 구매율 같은 것 말이죠. 이 KPI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보통은 이 KPI로 협약하는 팀장 이상급의 경영진이 이 환경에 무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경험이 없는 것은 알지만 세부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을 때 온라인에서 정말 필요한 KPI는 검증할 수 없다, 최종적인 결과와 연결을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무시됩니다. 하지만 계속 알려고 대화를 해보면 이게 필요한 KPI인지 진위를 알 수 있죠. 그래서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으로 변화하는데 드는 KPI는 기술 기반의 내용보다는 전체 온라인 매출을 세부적인 콘텐츠 군으로 나누어 같은 매출을 쓸 확률이 높습니다. 과정은 없고 열매만 있는 것이죠. 과정은 어차피 최고위층에는 보고하지 않으니 나중에 설명만 하기 쉽게 최종 KPI를 부분만 내어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을 때 원인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도 온라인을 지향하는 오프라인 기업은 많습니다. 변화 과정 상에 회사의 데이터 지향적인 문화, 고객 사용 관점의 철학이 정립되지 않으면 이런 논의는 무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전사적인 문화 변화를 반드시 수반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