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도사 최재현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중소기업에 일하는 팀장인 지인은 늘 나를 만나면 푸념처럼 말을 늘어놓는다. 이미 회사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릴 만큼 충분히 식었는데 남아 있는 정 마저도 떨어지게 만들 만큼 대표자가 시달리게 한다고 말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데려올 때의 처우와 한창 일을 도와주고 있을 때의 처우가 너무나도 달라졌다.

대표자는 지인이 입사할 즈음에 회사에 안살림을 맡아줄 경력자를 구하고 있었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고 사무실이 제대로 돌아가질 않으니 경험과 업무능력이 풍부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여유롭게 연봉을 많이 줄 순 없으니 적당한 값에 일해줄 사람을 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표자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소개를 부탁했고 나는 경험과 업무능력을 고려하여 한 사람을 추천했다. 그리고 대표자는 나의 뜻을 받아들여 한창 다른 회사에서 일을 잘하고 있는, 내가 소개한 사람을 스카우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귀한 사람 모셔가는 것인데 시간이 1년 남짓 지났나, 이제는 귀하 다기보다는 노예 부리듯이 부리는 모습에서 대표자가 진정 귀하게 모셔온 사람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소개한 나를 봐서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대표자는 나는 안중에도 없고 스카우트하여온 지인은 더욱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횡포를 들어보면 과연 대표자가 경력자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냥 다른 직원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귀하게 모셔온 직원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내가 창업을 했을 때 사무실을 꾸미면서 소소한 장비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상 놓고, 전화기 놓고 컴퓨터 놓고, 인터넷만 연결하면 사무실이 얼추 갖추어졌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구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인터넷을 설치하려고 해도 한 번에 값을 치르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월마다 사용금액을 내고 전화와 팩스를 함께 설치해야 했다.

프린터도 한 번에 대금을 치르고 사면 좋으련만 막상 구매를 하려고 하니 렌털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의 추천을 받아 프린터도 렌털 하게 되었다. 일부 가구들은 꽤 가격이 나가서 할부로 구매를 했고, 정수기도 사기보다는 렌털 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사무실의 형태를 갖추고 보니 곳곳에 구매한 것보다는 렌털 한 것들이 많았다. 구매를 했더라도 할부로 구매한 것이라 다달이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들이 있었고, 그나마 할부로 구매한 것은 값을 다 치르고 나면 내 것이 된다는 작은 위안마저 들기도 했다. 내 사무실이면서도 내 것 같지 않은 사무실인 느낌.

구매하게 되면 한 번에 큰 금액을 써야 하지만 빌리게 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일정 기간 동안 내 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렌털 하는 소비자의 심리는 모두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나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일정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것을 렌털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정 기간 동안만 마치 ‘내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계약 기간이 지난 지금 일부 물품들은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게 되었다.

한창 사용하다가 막상 돌려주려니 아쉬움이 가득했다. 급하게 업무를 보려니 당장 사라진 물건에 대한 생각부터 들었다. 옆 사무실에 양해를 구하고 물품을 쓰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정작 내가 구매하거나 또다시 렌털 하지 않으면 나는 업무를 보는데 꽤 귀찮고, 하기 싫은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빌리지 말고 살걸. 차라리 조금 비싼 값이 들더라도 샀더라면

지금의 고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지인은 꽤 낮은 연봉으로 계약을 맺었다. 본인이 받는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회사가 성장하면 인센티브를 충분히 챙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도 했고, 내가 소개를 해준 기업이다 보니 나를 생각해서 선뜻 결정한 부분도 있었다.

처음에는 회사가 지인을 굉장히 잘 대접했다. 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회사가 조금씩 모양새를 갖추고 성장가도를 그려가면서 회사는 점점 지인을 중요한 사람으로 인지하고 배려를 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회사가 외형적으로 성장한 후에 비교적 안정세를 그려가고 있자 대표자는 지인을 생각의 연장선에서 배제하기 시작했다. 대표자를 위해 좋은 집, 좋은 차를 먼저 선택하고 구성원을 위한 처우 개선이나 격려금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점점 마음에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지인을 괴롭게 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 관계가 없는 구성원들을 하나 둘 상처를 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최근에서야 지인까지 그 상처가 넘어오게 된 것이었다.

가장 큰 상처는 단연 처우에 대한 것이었다. 법적인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대표자는 큰 금액이 나가는 것에 대해 늘 구성원들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구성원에게 최저임금만을 챙겨주면서 경력직보다 더 높은 성과를 요구했다. 귀한 사람으로 데려왔다는 지인에게는 모든 것이 당연한 권리 인양 요구하기 시작했고, 야근에 휴일 특근을 하더라도 수당 한 번 챙겨주지 않았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동안 나에게 말하지 않았냐고 지인에게 물으니 모든 것이 ‘나를 생각해서’라고 말했다. 나아질 것이라는 자그마한 희망의 끝은 남아 있으니 그리고 나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그 기업이 변화가 될지도 모르니 자기가 조금 더 참아보고 일을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지인의 그 말이 사실 더욱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덧붙여진 한 마디는 나를 초라하다 못해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싼 값에 어느 정도의 기간만 일할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더 좋은 연봉을 제시한 기업에 오래 있을걸.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면 지인은 그 회사에서 퇴사할 것이 분명하다. 후임자를 구하고 있고 팀원들에게 조금씩 일을 가르치고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언젠가 마음에 결심이 설 때 과감하게 회사에서 나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내가 나서서 그 기업의 대표자와 이야기를 나누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이 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표자는 그런 이야기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생각의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모든 구성원은 최저임금만 제공하고, 처우가 부족해서 견디지 못하면 최저임금보다 약간만 상회하는 수준의 경력직만 채용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왔다. 지인의 임금은 물가상승분을 제외하면 오른 것이 없었다. 그저 저렴한 값에 특정 기간만 사용해 버리는 렌털 물건처럼, 아니 마치 특정 기간만 저렴하게 사용하면 소정의 효과는 달성한다고 예견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지인은 오늘까지 회사의 매출이 5배가 성장하도록 물심양면으로 성장을 견인했다. 모든 구성원들이 협력해서 성과를 창출한 것이지만 지인이 사무실에서 충실하게 Office Power를 다지지 못했다면 회사는 모든 계약을 적기에 따내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지인이 사무실에서 최저임금에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을 위로하고 잡아주지 않았다면 회사는 오늘날까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구멍가게로 전락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렇게 좋은 인재를, 무조건 저렴한 가격으로만 쓰려고 하는 심리는, 그리고 그 인재가 도저히 견디다 못해 나가버리면 마치 나가기를 바라는 것 같이 특정 기간만 사용할 것이라고 바라는 마음은 렌털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렌털 했다 생각하지 말고 샀다고 생각하고 좋은 값에 인재를 데려오면 어련히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왜 우리나라는 유독 화려한 업무스킬과 배경을 요구하면서 저렴한 값에 사람을 부리려고 하는지. 왜 우리나라 창업기업,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대표자들은 처우 개선을 회사의 경제적 문제로 치부하면서 자신의 재산은 점점 불어나고 있는지.

좋은 인재에게 합당한 연봉을 주는 것. 그리고 그 인재가 더욱 업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더욱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기업으로써 근로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복지에 해당한다. 인센티브, 성과급과 같이 확정적이지 않고, 예정되어 있는 금원으로 근로자를 현혹해선 안된다. 싼 값에 좋은 인재를 렌털 해서는 안된다 기업은. 적어도 적절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하고 인재를 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