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많이 벌어지는 상황이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이러이러한데 핵심은 이거 이거인데 그래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실적이 언제까지 이 정도 수준까지 기대가 이렇기 때문에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데. 언제까지 가능해?”

“저, 그런데 돈이 좀 듭니다.”

“그래? 다른 건 없어?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

그게 지금 시점에서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하는지, 좀 더 시간을 끌다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하는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안건은 돈이 들면 실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돈이 드는 일을 함부로 정할 수는 없죠. 제한된 자원, 그것도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에서는 사활을 걸고 하는 일인데 그렇게 쉽게 결정될 수 없습니다. 사업성 검토가 충분히 되어야 합니다.

(참고: 비용인가 투자인가)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앞선 사례처럼 되는 회사도 있습니다. 몇 년간 투자를 하지 않은 회사죠. 투자를 못하는 것과 투자를 하지 않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어느 정도 매출이 발생하는데 성장의 정체를 겪는 회사 거나 매출은 늘고 있지만 주주들에게 이익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경우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일부 기업에서 대표는 법인 명의의 좋은 리스차를 타고 있지만 작은 투자에도 인색한 경영자, 그 성향이 그래서 그런 기업도 있습니다.

투자를 멈춘다는 것에 대한 경영진의 기대심리는 어떤 걸까요? 실무자들은 당장 이런 프로세스를 투자를 통해 혁신하기를 원하는데 경영진은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할 용의가 전혀 없습니다. 새롭게 돈 되는 시장이 열려서 하나씩 들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거기 일단 지켜보자고도 말하죠. 당장 투자에 드는 자금을 줄이면서 재무적으로 여유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미래의 실적을 현재로 바꾼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1. 돈이 없어도 사업 모델은 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사업 모델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면 적은 돈으로 비슷하지만 나쁜 투자를 시작하지 않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사업 모델에서는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콘텐츠의 차별화된 시장에 맞는 고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역량을 기업의 최대 경쟁력으로 정의하는 온라인 커머스 기업이 있습니다. 이 기업은 당연히 비슷한 콘텐츠를 단순히 중개래주고 수수료를 받는 기업과는 고객 분석을 하는 시스템 자체가 달라야 합니다. 이에 역량 있는 직원도 필요하고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시작부터 필요합니다. 그런데 돈이 시작부터 없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사업 모델 시작은 일단 콘텐츠를 판매하면서 필요 자금을 모으거나 처음부터 투자를 더 받아서 고객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픈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돈은 없는데 이런 것을 하고 싶다고 사업 모델이 나오지 않는데도 명분을 위해 무리한 결정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가령 고객 분석을 위한 솔루션을 아주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들여오는 것입니다. 물론 투자에 대한 지출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솔루션이 확장성이 떨어지거나 예측력이 나쁘다면 들인 돈에 비해 맞는 매출이 나오지는 않겠죠. 나중에 고객 수가 증가한다고 해도 기존 시스템을 드러내고 새로운 시스템을 다시 설치하는데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매출 자체가 정체가 시작되면 처음 들인 싼 값의 솔루션에 대한 비용조차 아쉬울 수 있겠죠.

기대했던 매출이 나오기 위해 필요했던 사업 모델에 대한 투자가 처음부터 이뤄지는 게 좋습니다. 주택을 신도시급으로 지을 계획이 있는 땅이라면 도로도 왕복 2차선이 아니라 왕복 8차선으로 미리 깔아 두는 게 좋죠. 70년대에 어느 광역시 시장이 시청 앞에 8차선 도로를 차가 별로 없을 때 계획하고 엄청 민심이 안 좋았었는데 불과 십여 년 만에 교통량이 늘어나 그렇게 구획한 도심이 그나마 차량 이동이 좋았다는 내용을 교통이 안 좋은 지역의 신문 기사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투자의 힘이죠. 그런데 사업에서는 어떻습니까?

매번 중요한 이벤트마다 뻗는 서버를 놓고 매출을 바라고 있으면 결국 그 지점을 넘어서 고객에게 인지 되기 어렵습니다. 검색창은 있으나마나한 성능의 포탈이 얼마나 고객의 선택을 받을까요? 그것도 자체 개발 능력은 없어서 소싱해 온 것이라면 핵심 기능이 이미 뒤떨어지는 것부터 이 서비스의 한계는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돈은 썼지만 유지 보수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겠죠. 그럼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지금 매출을 돈을 쓰지 않고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 경영학 맹신론자들이 경영진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2. 경영학 프레임이 투자 없는 성장을 담보할까

‘사고의 전환’이 비용 대비 높은 효율을 보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시장의 판세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이미 사업 모델의 전부입니다. 어차피 들일 돈으로 타겟팅을 다르게 함으로써 정확한 타겟을 통해 더 많은 매출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잘 안 되는 유통망에 계속 들이붓는 격으로 영업 전략을 세우기보다 콘텐츠에 잘 맞을 고객층을 발견하고 영업망을 재편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새는 돈을 찾고 거두어들여서 새로운 성장을 만들 수 있는 곳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경영학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효능 중 일부입니다.

이렇게 성공한 기업에 대해 브런치를 통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전략적 선택을 다르게 하면서 성공한 사례는 서점에 가면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예들은 항상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어차피 들일 돈으로 만드는 상품’, ‘어차피 잘 안 되는 유통망’, ‘새로운 성장을 만들 수 있는 곳에 투자’ 같은 것이죠.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업의 성과를 잘 분석해보면 러닝되고 있는 일에 대부분의 비용이 반복적으로 지출되면서도 이것에 대한 피드백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경우를 봅니다. 돈을 땅에 붓는 사업은 따로 있는데 애꿎은 직원 복지에 드는 비용이나 이제 키워봐야 할 유망한 신사업에 드는 예산을 줄이기도 하죠. 꼭 필요한 기능이지만 쓰는 법을 모르는 조직을 영업을 안 한다고 없애는 촌극도 벌어집니다. 하지만 늘 나가는 돈, 늘 들이붓는 양적 개념의 계약들에서 우리는 답을 찾아야 합니다. 어차피 새는 돈은 거기 있는데 그걸 잡지 않고 새로운 투자만 눈에 드러난다고 뭐라고 하고 막는 격이죠.

하지만 성공에는 분명한 투자가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미국 내부에서 매장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때 든든한 투자자가 먼저 있었습니다. 창업자 하워드 슐츠도 자신의 책에서 투자자와의 만남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말합니다. 넷플릭스도 새로운 투자를 통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기존 시장의 강자인 ‘블록버스터’를 물리치고 온라인 기반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영화를 유통했어도 100만 달러를 걸고 고객 예측 알고리즘을 높이는 경진대회를 열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추천 서비스를 발전시켰습니다. 사업의 정체성에 맞는 일이라면 지금 돈이 없어도 투자를 받아서라도 기회를 잡고 늘려 나갔습니다. 스타벅스나 넷플릭스나 어딘가에서 멈추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비 오는 날 라떼를 즐길 수 있는 슈워츠의 바람도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고 내게 맞는 남들이 잘 모르는 영화를 추천받아 보는 넷플릭스의 재미도 없었을 것입니다. 사업모델에 맞게 투자는 계속되었죠.

망하는 투자도 있습니다. 돈이 없다고 하면서도 양적 성장만 노리는 투자 말이죠. P&G나 LEGO가 어려웠을 때는 상품의 종류만 늘렸습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처음 고객이 열망했던 포지션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과샴푸는 혁신의 결과물인가)

이런 식이죠. 주력 제품인 청소기가 잘 안 팔립니다. 그러면 청소기 성능의 핵심인 모터 등을 혁신하는데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습니다. 그 시점에 스탠딩 다리미도 만들고 물걸레 청소기도 만들어 봅니다. 당장 주력 제품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올라오는데 거기보다는 내부적 이해관계에 더 큰 귀를 기울이는 것이죠. 이게 안되면 저걸 만들면 된다는 식의 투자는 생각보다 산업 지식이 부족한 큰 기업에서도 왕왕 일어나는 일입니다. 관리자를 앉혀놓고 관리를 하라고 하면 업계의 방향은 모른 채 관리만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3. 오늘의 실적을 위해 내일을 버린다

주주들은 속기 쉽습니다. 지금 이익이 나와주니까요. 투자 예산을 줄이면서 이익 계산서에는 지출이 줄면서 원하는 재무상태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오늘 경영상의 결정을 쉬면 내일은 그 쉰 것의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게 됩니다. 지금 투자 들어가야 할 것을 놓치면 시장의 형국은 바둑판에서 한 수를 쉬는 것 같이 어려워지죠. 특히 다이렉트로 고객을 상대하는 산업, 글로벌 기술 쟁탈전을 벌이는 기업은 더 그렇습니다.

(참고: 늘 신규 사업을 해야 한다)

주주는 오늘의 성장에 도취해서 경영진을 높게 평가하지만 내부적으로 투자 등에서 경직된 기업이 문화적으로 모든 것에 경색되면서 벌어지는 내부의 분위기는 알지 못합니다. 먼저 실무 인재, 중간관리자 중에서 전문가가 떠나는 것을 모릅니다. 보고하는 사람은 그대로니까요. 그리고 다음 먹거리가 없는 기업은 여지 없이 매출의 정체 혹은 실수로 인해 매출이 감소합니다. 그리고 그다음 사람이 와서 떨어진 실적을 이전 수준이나 이전 수준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맞추어 놓습니다. 주주는 이 사람의 성과에 또 안도합니다. 그렇지만 그 몇 년간 사업의 질적인 진보는 없습니다. 양적인 실적을 비용이나 영업을 통해 조금 건드려서 보통인 상태로 맞춘 것이니까요. 이런 일은 반복되고 소모되는 것은 실무자들입니다.

투자를 해야 성과가 나옵니다. 모든 시선이 투자 없는 성장을 바라서는 곤란합니다. 투자도 양적 투자가 아닌 질적 투자를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기업의 역량이라는 무형자산은 결국 질적 투자의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말과 행동이 유리된 기업이 많습니다. 그리고 경영 이론을 거들먹거리면서 투자 없이 생각으로만 가능한 혁신이 있다는 거짓을 말하죠. 실무자의 책상 앞에는 관리 회계 지표들이 가득하고 이 중에 무엇을 안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만이, 보고서에는 정말 바라는 대안이 아닌 보고용 대안만이 남습니다. 어떤 그림이 그다음에 올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목표를 세우면 경영계획에 어떻게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함께 준비하십시오. 이제 곧 경영계획 시즌입니다. 올해도 가는 길이 없는 목표를 위해 야근을 하지 말고 전사적으로 가는 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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