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을 숫자로 판단하는 숫자녀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 웹드라마 ‘숫자녀계숙자’는 올해 초 옥수수를 통해 첫 공개된 이후 현재까지 400만 뷰를 달성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아시아 국제 웹영화제인 ‘2018 서울웹페스트’에 초청돼 베스트 웹드라마상을 수상하고, 여주인공으로 활약한 배우 전혜빈 씨에게도 배우로서 첫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겼다. 특히 이번 수상은 인지도가 낮은 신생 스타트업이 기획,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숫자녀 계숙자’로 단숨에 주목 받는 기업이 된 (주)형미디어-메익스(MAKETH)의 김형규 공동대표를 만나보았다.

 

형미디어 메익스 김형규 공동대표

 

대학 동기로 만난 두 사람… 콘텐츠 사업 위해 뭉치다

형미디어 메익스(MAKETH)는 2015년에 설립된 웹, 모바일 드라마를 기획 및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메익스가 제작하는 콘텐츠에서는 스낵컬쳐 트렌드와 ‘웰메이드’ 드라마가 갖는 가치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철저한 웹포맷팅(기획)과 합리적인 제작 과정들을 통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메익스 김형규 공동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방송사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에 대학 동기인 김형섭 대표가 저에게 콘텐츠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연출해보자고 했었죠. 제안한 사업 내용이 평소 제가 생각했던 부분들과 상당수 일치했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또, 한창 웹∙모바일 기반의 동영상 콘텐츠들이 뜨고 있던 시기였는데, 앞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구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방송영상을 전공한 김형규, 김형섭 대표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지만, 서로가 갖는 장단점은 분명히 달랐다고 한다.

“저는 경영학에도 나름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것이든 변수가 생기는 것을 예측하고, 수치화하길 좋아하죠. 학교를 졸업하고 잠깐이지만 마케팅 사업부서에서 일해본 경험도 있고요. 대학 동기로 만난 김형섭 대표는 저와는 다르게 오로지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데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연출과 감독을 맡아 완성물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했죠. 그래서 각자 역할을 나눠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저는 마케팅이나 사업 전략 등 경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0만 원으로 시작한 사업에서 엔젤투자 유치까지

그렇게 대학 동기로 만난 김형규, 김형섭 공동대표는 2015년 6월에 메익스를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듯 이들도 초기 투자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수중에 있는 돈 3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막상 사업은 꾸렸지만 열악했죠. 다행히 창업하던 그 해 하반기에 서울산업진흥원(SBA)가 진행하는 ‘1000 프로젝트 챌린지’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상금 1천만 원을 지원받고, 콘텐츠 피칭에서도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2천만 원의 추가 상금을 받았습니다. 이 상금으로 ‘숫자녀계숙자’ 파일럿을 제작할 수 있었고, 본편 제작을 위한 투자 펀딩의 기회도 얻었었죠. 이뿐만 아니라 SBA의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입주지원을 받으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초기 투자의 길이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메익스는 SBA 지원 외에도 2016년 10월에 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정부 지원금 외에도 해외투자의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드배치 여파로 한한령 움직임이 일면서 중국 쪽의 투자 진행이 막히게 된 것. 어쩔 수 없이 김형규 대표는 해외투자는 잠시 접어두고, 국내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방안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어렵게 연결된 해외투자였는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게 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 시국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을 지속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생각이 많았습니다.”

한동안 어려움이 지속됐지만 쉽게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메익스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잡는다. 2017년 2월에 전파진흥협회(RAPA)가 진행한 UHD 지원 사업에서 방송용 콘텐츠 제작지원금을 얻게 된 것.

“정말 동아줄을 붙잡는 심정으로 심혈을 기울여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더 이상 남은 (사업)예산도 없었고, 지원받지 못할 경우 꿈 하나만 쫓으며 버텨왔는데 이마저도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하늘도 저희 노력을 가상하게 여겼는지 결국, 최종 팀으로 선발돼 정부 지원 제작지원금 2억원,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3억원의 융자형 투자를 비롯해 1억원 규모의 엔젤투자까지 유치하게 됩니다.”

 

‘숫자녀 계숙자’ 포스터

 

첫 판권 계약 콘텐츠 ‘숫자녀 계숙자’

메익스는 철저하게 기획된 스토리로 승부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 그리고 저작권(IP)을 확보해 여러 수익모델을 낸다는 점에서 다른 콘텐츠 제작사들과 차이를 둔다.

“메익스 제작사와 개인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웹드라마는 5~10분 내외의 스낵콘텐츠가 대부분인데 지속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한번 보고 마는 것으로 끝나버리죠. 저희 같은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모델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시청자들이 꾸준히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판권을 판매해야 수익을 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스토리’를 강조한 30분 이상의 중편을 기획하게 됩니다. 일본 드라마식 문법을 차용했다고 보시는 게 이해가 쉽겠네요.”

우여곡절 끝에 탄생된 웹드라마 ‘숫자녀 계숙자’는 메익스가 최초로 판권 계약을 한 제작물이다. 특히 오랜 시간 사전 제작을 거친 작품으로, 파일럿 에피소드를 먼저 제작한 뒤 피드백을 통해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숫자녀 계숙자’는 과거의 상처로 모든 것을 수치화 시켜 판단하는 완벽주의자 계숙자가 한 남성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올해 3월에 옥수수를 통해 최초 방영된 드라마인데 사실 2년 전에 시나리오는 이미 완성된 상태였죠. 당시만 해도 국내 이름있는 케이블 방송사가 공동제작을 먼저 제안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었고, 중국 쪽에서도 제작지원과 투자 문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 제작까지 갈 수 없었죠.”

김형규 대표는 대중들로 하여금 웹 시리즈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일반 드라마, 영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고, 대중적인 관심도가 낮다는 것이 그 이유다. 따라서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예산 확보, 배우 캐스팅, 유통,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벽이 많았는데, 실제로 계숙자 배우를 섭외하는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배우 섭외를 위해 수십 군데의 엔터테인먼트와 방송사를 찾아다녔습니다. 무관심은 물론 문전박대까지 당했었죠. 그도 그럴 것이 무명 제작사에서 무명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라 내세울 것은 기획(시나리오) 뿐이었거든요. 결국엔 시나리오만으로 배우 전혜빈 씨의 마음을 움직였고 캐스팅까지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콘텐츠 유통이 문제였다. 무명 제작사라는 핸디캡 때문에 방송국과 접촉할 수 있는 경로가 부족했고, 더욱이 기존 드라마는 편당 60분, 16부작을 원칙으로 하는데 ‘숫자녀 계숙자’는  30분, 10회차 분량이라 문법에도 맞지 않았다.

“유일하게 *옥수수에서만 드라마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숫자녀계숙자를 2018년 대표작으로 선정하기를 희망했는데, 저희도 좋은 기회인 것 같아 협상했습니다. 저희는 오리지널 콘텐츠 IP 확보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해외 판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도 옥수수는 국내에서만 콘텐츠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저희에게는 유리한 조건이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2018 서울 웹페스트’ 수상 기념 촬영 사진

 

방영 5개월 만에 ‘베스트 웹드라마’ 수상 기쁨 누려…

판권 계약 이후 총 10부작으로 방영된 ‘숫자녀 계숙자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탄탄한 스토리로 현재까지 400만이 넘는 누적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첫 방영부터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옥수수는 일주일에 1회 방영을 고수하는데 계숙자는 3화부터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현재 시나리오로 끌고 가기에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메익스는 옥수수측에 1,2화 동시 방영을 요구했다. 아니나 다를까 방영 이후 시청자들로부터 지루하다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고, 다행히 3화부터는 빠른 스토리 전개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숫자녀 계숙자’는 지난 8월에 ‘2018 서울웹페스트’에 초청돼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베스트 웹드라마로 선정되는가 하면, 여주인공으로 활약한 배우 전혜빈 씨에게는 첫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기기도 했다. 그 밖에 멜버른웹페스트에서 아시아 작품 최초로 베스트드라마에 노미네이트 된 것을 비롯해 오는 10월에 있을 마르세유국제웹페스트 영화제에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등 잇단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많은 분들의 사랑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2를 요청하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는데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현재 새 시즌을 제작중에 있습니다. 시즌 1이 계숙자의 과거와 상처를 극복하는 에피소드에 집중했다면, 다음 시즌은 주변 사람들의 로맨스와 숫자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아낼 계획입니다. 그리고 올해 11월에는 반려견 뉴미디어 드라마 ‘우리집 개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파일럿으로 1화만 제작해 방영하고, 펀딩을 통해 내년에 촬영과 온에어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에 충실한 ‘웰메이드’ 콘텐츠 제작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

마지막으로 김형규 대표는 미뤘던 해외 진출에 다시 나서고 *클리커블 솔루션을 시도하는 것 외에도 핀테크, AI 기술력을 갖춘 일반 기업들과도 제휴해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웹드라마, 브랜드 홍보 동영상을 통해 가격, 컬러, 소재 등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유사한 아이템을 다양하게 추천 한다.

“메익스는 대중들과 소통하고, 오래 사랑받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 국내 제작사로 안정적인 정착을 하고 해외로 진출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그래서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 공통의 감성을 자극하는 트렌디한 콘텐츠를 세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드라마 본연의 가치인 ‘스토리’에 충실하고, 저희의 기획력과 제작력이 곧, 브랜드가 되는 웰메이드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메익스의 앞으로의 행보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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