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미국 경제의 심장

그 어느 계절보다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봄이 찾아왔지만, 전혀 그 온기를 느낄 수가 없다. 기온이 낮아서가 아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피폐해진 우리의 일상이 체감온도를 한없이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심장인 뉴욕 맨해튼에서도 코로나19로 사망자 급증으로 영안실이 부족해 임시 영안실로 쓸 냉동 트레일러가 주차하고 있고, 센트럴파크에는 임시 응급병동이 차려졌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차려진 임시 응급병동; 출처: Associated Press

 

뉴저지에 사는 지인은 미국 육가공업체에서 영업으로 매일 거래처를 방문하는데 지금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지인은 작년에 제약회사를 퇴사하고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손님이 없어 정부 지원금 대상에 자신의 기업체가 해당하는지 정부 기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되었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이름을 알린 클라우드 기반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이다.

 

줌; 출처: zoom

 

 

우버보다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

줌은 최근 몇 주간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되는 앱 중 하나로 부상했으며, 하루 사용자 수는 연초 대비 40배 가까이 상승했다. 1월에는 글로벌 다운로드 수가 하루 5만 6천 회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하루 230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불과 지난해 상장하였지만 최근 줌의 고공성장은 두드러져 구글, 아마존, 애플 같은 거대한 테크 기업이 지루해 보일 정도이다. 도대체 이 미친 성장력을 가진 서비스는 누가 만든 걸까?

 

줌의 창업자 에릭 유안; 출처: TechSpot

 

줌을 설립하고 서비스를 개발한 에릭 위안은 사실 현재 줌의 라이벌 격인 화상회의 솔루션 ‘웹 엑스’의 창업자 중 한 명이다. 2007년 회사가 시스코에 인수되었고, 그곳에서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을 맡았다. 조금 더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11년 시스코를 나와 줌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2019년 4월 회사는 상장하였고 거래 첫날 72% 상승하며 기업 가치는 1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줌은 420억 달러 규모로 차량 공유 업체 우버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우버와의 가장 큰 차이는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는 테크 기업이란 것이다.

사실 줌은 일반인보다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라우드 기반 B2B 서비스에 더 가깝다. 이용자들은 화상회의 혹은 웨비나와 같은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줌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차원에서 문을 닫은 사무실과 교실 등 업무공간뿐만 아니라 파티장, 데이트 장소 등 사교 공간을 대체하고 있다. 또한 정부 기관에서도 줌을 이용하는 모습이 곳곳에 포착되고 있다. 영국 보리스 총리는 지난 3월 27일 트위터에 줌을 기반으로 국무회를 주재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영국 보리스 총리 줌을 활용한 디지털 회의; 출처: 보리스 총리 트위터 계정

 

국내에서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월 25일 일부 시·도 교육감과 화상회의를 진행 시 줌을 이용했다. 심지어 유 부총리는 ‘온라인 개학’이 불가피하다면 줌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다른 대체제도 많은데 이용자들이 유독 줌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스카이프보다 줌을 선택하는 3가지 이유

줌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가격이다. 줌은 유료 버전과 무료 버전이 모두 존재하지만 무료 버전도 상당히 유용하다. 예로, 스카이프 무료 모델로는 한 번에 50명까지 화상 회의에 참여시킬 수 있지만 줌은 100명까지 참가가 가능하다. 대신 최대 40분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개인 회원은 한 달에 14.99달러, 기업 회원은 한 달에 19.99달러를 낸다면 시간제한 없이 이용 가능하다.

 

줌의 가격; 출처: zoom

 

만약 줌이 B2B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개인 회원에게 서비스를 열어두지 않았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서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개인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기업용 메신저보다 더 선호하듯이 평소에 친숙한 서비스를 회사와 집 구분 없이 사용하기를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또 다른 경쟁 우위는 사용성이다. 웹과 모바일에서 쓸 수 있는 화상 회의 서비스는 줌 이외에도 시스코의 웹엑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소유한 스카이프도 있지만, 이용자들의 관심은 줌으로 크게 쏠렸다. 줌을 내려받는 것은 아주 간편하고, 설치 또한 쉽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미팅에 초대하는 것도 링크를 보내는 것만큼 편하다.

 

정말 필요한 것만 담은 줌의 UI; 출처: zoom

 

또한 줌은 노트북, 아이패드, 아이폰, 데스크톱 그리고 안드로이드 휴대폰까지 모두 지원해 접근성을 높였다. 그리고 줌에 탑재된 뷰티 필터는 재택근무로 무장해제한 이용자를 조금이나마 사람답게 보여주려 배려한다.

마지막으로, 줌을 흥미로운 서비스로 자리매김시킨 것은 의외로 재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과 유럽을 본격 강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힘든 시간을 유머 감각으로 이겨내자”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어권 유머 사이트엔 “신종 코로나 자체는 절대 우스운 일이 아니지만, 웃지 않고는 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겠느냐”라는 문구와 함께 ‘신종 코로나 유머 10선’ 등의 포스팅이 올라오고 있다. 스카이프가 화상회의 시 뒷배경을 흐리게 할 수 있다면 줌은 뒷배경을 우주나 해변 등 전혀 생각지 못한 장소로 설정할 수 있다.

 

줌 백그라운드이미지 개인화 설정; 출처: Business Insider

 

이러한 소소한 재미요소가 이용자들로 하여금 줌으로 대동단결시키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인들의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보안 이슈에 발목 잡힌 줌

최근 줌이 많은 주목을 받으며 줌의 취약한 보안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용자가 급증하자, 줌은 공격적인 콘텐츠 게시나 행동을 일삼는 ‘인터넷 트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 유대교 집회 모임에 침입해 모욕적인 언행을 퍼붓고 로그아웃 하거나, 중고등학교 온라인 수업에서 포르노 사진을 펼쳐 드는 등 일반 사용자가 겪는 인터넷 트롤 피해가 속속 발생했다. 또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으로 줌을 이용 시 사용자 기기에 대한 정보를 페이스북에 전달하는데 페이스북 계정이 없는 사용자들 관련 정보도 포함되었다. 논란이 일자 줌은 하루 만에 페이스북에 데이터 전송을 중단했다. 나아가 미국 국가안보국(NSA) 해커는 악의적인 행위자들이 줌 사용자들의 마이크와 웹캠을 통제할 수 있고 애플 아이맥에도 접근할 수 있다는 보안 문제를 찾아냈다. 

 

스페이스X와 NASA의 줌 이용 금지; 출처: CNBC

 

급기야 지난 2일 미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는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사내 ‘줌’ 이용 금지를 선언했고, 같은 날 FBI는 미국민들에게 ‘줌’ 사용을 자제할 것과 범죄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독일 외교부도 유선 컴퓨터로 연결되는 줌 사용을 제한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줌을 통해 원격 회의를 해왔던 대만 정부도 줌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줌 대표는 모든 개발 업무를 중지하고 보안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줌이 과연 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앞으로 코로나19 이후에도 어떻게 성장세를 이어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Untact: 비욘드 뉴 노멀(Beyond The New Normal) 시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는 뉴노멀 시대 성장과 효율을 위한 4차산업 혁명, 일하는 방식의 혁신 등이 화두였다. 뉴 노멀(New Normal)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인 표준’을 뜻한다. 2008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거치며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라는 3저 시대를 맞았다. 당시 미국은 버블 경제의 거품이 빠지며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악화된 경제 상황은 이전과는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뉴 노멀’은 기존의 경제 규칙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새로운 원칙들이 정립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코로나19사태에 직면한 세계는 이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미래를 맞아 ‘뉴 노멀’을 넘어 비욘드 뉴 노멀(Beyond The 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활발하고 셧다운에 따른 업무 마비를 막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비대면과 비접촉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비욘드 뉴 노멀’의 한 현상이다. 개인주의와 고령화로 인해 원래 심화되던 추세였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한층 더 각성되고 강화되고 있다. 그 결과, 화상회의를 포함한 협업 툴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전에 소개한 채팅 API 솔루션 기업인 센드버드는 지난 4월 1일 영상 회의 서비스 스타트업인 ‘라운디’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업자 수가 불과 이 주일 만에 1,000만 명 늘어나던 시점이었지만 바이러스 확산을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시하면서 라운디의 영상 스트리밍 기술력이 앞으로 점점 가치를 발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화상회의 솔루션 ‘웹 엑스’는 최근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웹엑스 인터페이스; 출처: 웹엑스 헬프 센터

 

현재 유료 버전과 동일하게 최대 1,000명까지 접속 가능한 화상회의 미팅을 90일간 무료로 제공한다. 개인 및 소규모 조직인 경우, 온라인으로 계정을 신청하면 최대 100명까지 동시 접속을 지원하는 화상회의 미팅을 시간 및 기간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하다. 이러한 프로모션의 효과로 지난 3월 한 달 동안 웹엑스 미팅 사용량은 약 7천300만 건을 넘어서며 코로나19 사태 이전 평균 하루 최대 사용량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돌아보면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수용되는데 트리거 역할을 종종 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인공지능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곧 AI 음성인식 스피커가 MP3 플레이어만큼 흔해졌다. ‘비욘드 뉴노멀’시대는 우리 삶의 얼마 남지 않은 아날로그 파트마저 디지털로 바꾸고 있다. 언젠가 사람과 사람 간의 오프라인 만남이 되려 어색하고 심지어 위험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비욘드 뉴노멀’시대의 정점에 이를수록 화상회의와 홈스쿨링은 더욱더 확산되며 우리 삶의 큰 파트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