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G 세계 최초 타이틀보다는 “뛰어난 품질로 최고의 소비자 경험 중시
  • “다음은 AR 글래스·애플카…하드·소프트웨어·서비스 통합한 “차세대 주력 제품될 것”

 

팀 쿡 애플 CEO, 애플 제공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콘텐츠 모두를 합해 놓고 봤을 때,
애플 외에 다른 제품을 선택할 자신이 있나요?”

 

2019 년 9월 10일 아이폰11 언팩 행사에서 팀 쿡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폰11이 공개되자 M자 탈모의 아이폰X 노치에 이어 후면 카메라가 “인덕션 같다”는 조롱을 받았는데요, 당시 카메라 성능과 속도가 향상된 것을 제외하면 “전작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면서 “애플의 혁신도 끝났다”는 실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대신 이날 애플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할리우드 배우 등을 무대에 올리며 애플TV+와 애플 뉴스, 게임 아케이드를 선보였습니다. 콘텐츠 서비스 회사로 변신을 선언했는데요, 이로부터 약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애플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습니다.

애플은 지난 4분기에 매출 1114억 4천만 달러(125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입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난 335억달러(약 37조원)를 올렸습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36조원)을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원격수업이 늘어나면서 PC와 태블릿 등 하드웨어 판매가 급증한 것도 있지만 아이폰 매출만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656억 달러입니다. 노치, 인덕션에 이어 이번엔 깻잎 통조림이란 비판을 받은 아이폰12가, 역설적으로 최근 5년간 아이폰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Riku Ogawa / Hypebeast

 

특히 아이폰12는 아이폰 최초 5G 스마트폰인데요, 삼성전자가 최초로 2019년 4월 5G폰을 출시한 것에 비해 1년 반이나 늦은 행보입니다. 화웨이 등 중국 5G 공습에도 애플 5G폰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애플은 5G폰을 출시하자마자 판도를 뒤엎은 모양새입니다.

이번 애플 실적에서 주목할 점은 아이튠즈를 비롯해 애플TV와 아케이드 등 구독 서비스에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입니다. 기술 혁신과 성능 향상에 많은 연구 개발비를 쏟아내야 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서비스 부문은 157억 6천만 달러로 같은 기간 24% 상승했습니다.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과 홈, 액세서리 등 다른 제품군 매출은 129억 7천만 달러로 같은 기간 29% 늘었습니다. 홈트도 ‘구독’하는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 등은 애플워치, 에어팟 등과 연계돼 집콕 시대 전반적으로 매출을 견인했습니다. 즉 아이폰을 매개로 한 각종 디바이스와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아우르는 ‘아이폰 유니버스’ 그리고 최초 경쟁보다는 최고를 향하는 애플의 전략은 팬데믹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사용’ 애플은 ‘사랑’… ‘강력한 아이폰 사이클’ 애플 시총, 코스피 합보다 커
아이폰 12와 프로 모델이 출시된 날짜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플 가로수길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갤럭시폰은 소비자가 사용하지만, 아이폰은 ‘사랑’한다고요.

29일(현지시간)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 3400억달러로 ‘넘사벽’ 1위입니다. 사우디 국영기업인 아람코(2조달러)를 제외하면 3위 마이크로소프트(1.7조달러), 4위 아마존(1.6조달러)보다 훨씬 앞섰습니다. 테슬라(8025억달러) 시가총액이 예상 이상으로 올랐다지만 애플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애플 한 곳의 시가총액이 더 많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한 해에만 80% 넘게 올랐습니다. 팬데믹에도, 또 급변하는 시장에서 애플은 이렇게 건재할 수 있을까요?

모네스크레스피 하트의 브라이언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건실한 대차대조표와 브랜드 상징성, 급성장하는 서비스 사업과 혁신 파이프라인으로 팬데믹 위기를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프리스의 카일 맥닐리 애널리스트도 “아이폰의 강력한 사이클은 더 많은 서비스와 웨어러블 매출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애플이 신뢰를 얻고 사랑을 받는 데는 ‘애플의 신중함’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애플은 늘 후발주자입니다. 역대급 제품들 중 애플이 가장 먼저 개척한 시장은 없었습니다. MP3와 스마트워치, 태블릿, 스마트폰 등 애플이 장악한 시장은 모두 선발주자들이 따로 있었습니다.

애플은 기존 업체들이 시장에 먼저 진입해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지켜본 후 뛰어난 디자인과 품질로 승부해 빠르게 점유율을 키웠습니다. 어찌보면 ‘밉상’일수도 있겠지만 당초 ‘최초가 아닌 최고가 되는 것’이 애플의 전통적인 전략인 것이죠. 아이폰을 필두로 한 애플 생태계와 브랜드 상징성도 충성고객에겐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애플뮤직, 애플TV 등 구독 서비스 부문은 꾸준한 성장이 기대됩니니다. 실제로도 서비스 부문의 총매출이익률은 2017년 57.8%에서 2019년 59%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애플이 10년 이상 시장을 독점해 온 오디오 기반 무료 컨텐츠 서비스인 팟캐스트를 구독 개념의 유료버전으로 바꾸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에어태그·미니LED 아이패드·무선충전 탑재 맥북에어·프로 등 출시 예정
애플의 M1 칩을 탑재한 신형 애플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맥미니 PC

 

맥북. 연합뉴스역대 최고 실적에도 애플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합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더 이상 아이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2019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지만, 애플의 주 수익원인 아이폰의 매출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고 경쟁사들의 저가형 모델이 점유율을 키우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IDC에 따르면, 2015년 2억 3150만대이던 아이폰 출하량은 2019년 1억 9100만대로 줄었습니다. 매출총이익률도 2017년 38.8%에서 2019년 37.5%로 매년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4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 수준이라지만, 이 역시 뜯어보면 팬데믹으로 인한 PC 매출 증가 등 일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애플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만 하는데요, 애플은 올해부터 3년 내, 에어태그 위치추적기,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증강현실(AR) 안경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어태그는 열쇠와 지갑 등 분실하기 쉽고 자주 찾는 물건에 부착하면 아이폰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디바이스입니다. 정확한 기기 추적을 위해 초광대역 UI 칩이 탑재되는데요, 물건뿐 아니라 어린 자녀 팔찌나 목걸이로, 반려견 의류 등에 붙여 행여 놓쳤을 때 쉽게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맥북에어 및 맥북프로를 출시할 예정인데요, 보급형인 13인치 맥북에어는 화면 크기는 동일하지만, 베젤을 줄이고 자석을 이용한 무선충전 기술(맥세이프)도 다시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맥북프로도 대폭 개선하고 SD카드 전용 슬롯도 다시 적용한다고 합니다.

블룸버그 이같이 보도하며 “애플은 고객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출시될 맥북 라인은 충성 고객들에게 새롭게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밖에도 최초로 미니LED를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 실리콘 이어팁을 갖춘 3세대 에어팟, 아이폰13도 올해 출시될 전망입니다.

 

 

다음은 AR 글래스·애플카…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통합한 “차세대 주력 제품될 것”

애플이 가장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분야는 ‘AR 안경’과 ‘애플카’입니다. 애플은 AR 안경 출시 전 사전 단계로 VR 헤드셋을 내년에 먼저 내놓는다는 계획입니다. 애플카는 현재 우리나라의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여러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논의 중인데요,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이르면 2025에서 2027년에는 출시될 전망입니다.

물론 그대로 출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무리 애플이라지만 기술적 한계도 있는데요, 먼저 AR 안경은 인터넷 연결과 강력한 배터리 수명을 지원하면서도 일반 안경처럼 가벼워야 할 뿐만 아니라 착용감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렌즈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컴포넌트 소형화, 제작·콘텐츠 제작에 대한 오랜 작업이 필요하고요.

즉, 개발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구글이 지난 2012년 내놓은 구글글래스는 높은 가격과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3년 만에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저마다 AR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전무합니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애플이 AR 안경 전에 VR 헤드셋을 먼저 출시하는 것도 과연 이 시장이 가능성 있는 분야인지 확인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말하는데요, 애플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해 ‘타이탄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애플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AR 안경과 전기차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진입한다는 사실입니다.

애플이 아이폰 다음으로 AR 안경과 애플카 역시 매의 눈으로 ‘될 만한’ 시장인지를 보고 있는 셈이죠. 투자자들은 이런 애플의 경험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고요. 다른 전기차 소식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애플카 소식에만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 볼 수 있습니다.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애플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합한 애플의 차세대 주력제품이 될 것”이라면서도 “수년 후 기존 자율주행차들이 그간 축적한 대량의 빅데이터와 향상된 AI 기술을 내놓을 때 후발주자인 애플이 어떻게 그 격차를 메울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애플이 직접 설계한 M1 칩셋의 위력은 부정적인 전망을 조금은 희석시킵니다. 10년 이상 인텔 칩을 사용해온 애플이 자체 칩으로 바꾸면서 비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성능 또한 뛰어나기 때문인데요,

M1은 단순히 중앙처리장치(CPU)만 있는게 아니라 그래픽처리장치(GPU), 뉴럴엔진, 통합 메모리 등을 한 곳에 모은 칩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칩이 ‘반도체 생태계를 파괴할 만큼 강력하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M1을 시작으로 애플이 내놓을 향후 칩들은 애플의 다양한 제품 개발 과정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봅니다.

 

기자 김연지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