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을 통해 본 IT 기업 페이스북의 콘텐츠 마케팅 이야기

 

 

콘텐츠 기획은 마케터에게 중요한 능력입니다. 메시지를 콘텐츠에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콘텐츠가 가진 메시지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없다면, 콘텐츠는 그대로 생명을 잃어가니까요.

B2B 서비스를 하는 IT 기업의 SNS 채널을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했었습니다.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페이스북 등 주요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페이스북과 블로그는 Owned Media 역할로 자사 서비스 소식을 비롯해 IT 트렌드와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글을 실었습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블로그와 네이버 포스트를 활용하기도 하고, 직접 기획을 통해 카드 뉴스 이미지를 제작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고민이 들었습니다.

콘텐츠 기획, 제작 과정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이 저 자신의 ‘느낌’에 따라서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죠.

어떤 이미지와 텍스트를 사용할 때, 더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좋아한다면, 왜 그 콘텐츠를 좋아할까요?

저는 이 주제에 대해 좀 깊은 탐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실제 데이터를 갖고 진행했던 연구 논문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당시에 나름대로 흥미롭게 진행했던 연구라 즐겁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연구 가설

 

먼저, 제가 생각했던 가설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자세한 독립 변수 도출 과정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상세 내용은 해당 논문 전문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페이스북 콘텐츠 소재(난이도, 자사 관련성, 실생활 관여도)는 전체 클릭 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2. 페이스북 콘텐츠 구조(실사 사용 여부, 해시태그 사용 여부)에 따라 전체 클릭 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3. 페이스북 메시지 스타일(경어체, 격식)에 따라 전체 클릭 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추가 연구>

4-1. 메시지 격식(Casual vs. Formal)과 실생활 관여도에 따라 전체 클릭 수에 미치는 영향이 차이가 있을 것이다.

4-2. 메시지 경어(높임말 vs. 낮춤말)와 소재 난이도에 따라 ‘좋아요’에 미치는 영향이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림으로 보면, 이런 모형으로 표현 가능합니다.

 

연구 모형

 

좌측의 각 독립 변수가 사용자 행동인 클릭 수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입니다. 단, 페이스북의 자체적인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 도달 수는 통제 변수로 설정해 변수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독립 변수와 종속 변수의 의미를 잠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용 변수 설명

 

일반적으로 실무 제작자가 고려하는 것을 담고자 했습니다. 콘텐츠가 우리 타깃에게 너무 어렵거나 쉽지는 않은지, 실생활과 관련된 콘텐츠가 더 좋지는 않을지, 이미지도 실제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지, 전하는 어투는 반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존댓말로 하는 것이 좋을지 등을 고려했습니다.

자, 이제 각 연구 가설을 증명해 보일 차례입니다.

 

 

연구 결과

 

연구는 회귀 분석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독립 변수에 ‘소재 난이도’, ‘자사 관련성’, ‘실생활 관여도’, ‘실사 사용 여부’, ‘해시 태그 사용 여부’, ‘경어체’, ‘격식체’ 등을 입력했습니다. 또한, 가설 4의 추가 연구를 위해 ‘격식체 X 관여도’ 등의 인터랙션 변수를 추가로 입력했습니다.

 

 

그럼, 회귀 분석 결과로 이런 표를 얻을 수 있습니다. 회귀 분석은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분석 방법입니다. 궁금해 하는 ‘무엇이 ~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의 검증을 할 수 있죠. 표를 어렵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단순하게 살펴보면 유의 확률이 의미하는 0.05 미만일 때, 해당 가설은 채택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럼, 채택된 가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페이스북 콘텐츠 소재(난이도, 자사 관련성, 일상 관여도)는 전체 클릭 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재 난이도는 이용자의 클릭과 큰 연관이 없었습니다. 자사의 서비스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나의 실생활과 얼마나 연관이 되는지가 중요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업 페이지이니,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과 나에게 관여될 만한 소식은 의미가 있었네요.

 

2. 페이스북 콘텐츠 구조(실사 사용 여부, 해시태그 사용 여부)에 따라 전체 클릭 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사 사용 여부와 해시 태그 존재 여부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실사 사용 이미지는 그렇지만, 해시 태그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조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해시 태그 센스 있게 쓰기 위해 고민한 시간이 허무해진 달까요?

 

3. 페이스북 메시지 스타일(경어체, 격식)에 따라 전체 클릭 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단순히, 경어체와 격식 활용 여부는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추가 검증을 위해 가설 4-1을 이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4-1. 메시지 격식(Casual vs. Formal)과 실생활 관여도에 따라 전체 클릭 수에 미치는 영향이 차이가 있을 것이다.

추가 연구로 진행했던 인터랙션 변수인 ‘격식*관여도’는 유의미한 영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단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일변량 선형모형을 진행했습니다.

 

 

Y축의 숫자는 전체 클릭 수를 나타냅니다. X축은 실생활 관여도에 따른 Formal한 형식과 Casual한 형식의 전체 클릭 수를 비교합니다. 그대로 해석하면 실생활 관여도 낮은 상태에서는 형태가 큰 의미가 없었으나, 실생활 관여도가 높은 콘텐츠의 경우 Formal한 콘텐츠가 더 높은 클릭 수를 기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4-2. 메시지 경어(높임말 vs. 낮춤말)와 소재 난이도에 따라 ‘좋아요’에 미치는 영향이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해당 추가 연구는 ‘좋아요’를 종속 변수로 두고 연구를 진행했고, 결과를 보았습니다. 그중 유의미한 결과를 보인  ‘경어체*난이도’를 같은 방식으로 살펴보았습니다.

 

 

Y축은 ‘좋아요’의 숫자, X축은 소재 난이도에 따른 높임말 콘텐츠와 낮춤말 콘텐츠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위 표를 보면 소재 난이도가 낮을 때는 큰 차이가 없지만, 소재 난이도가 높을 때 낮춤말보다 높임말로 쓰는 것이 더 유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읽기 그리고 얻은 인사이트

 

연구 결과, 예상대로였던 것과 새롭게 생각해 볼 만한 점이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자사 연관된 콘텐츠, 실생활과 연관된 콘텐츠는 중요했습니다. 실제 사진 활용과 해시 태그는 큰 의미가 없기도 했죠.

 

새롭게 생각해 볼 부분은 메시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하나는 실생활 관여도가 높을 경우 일반적인 Formal한 형태로 메시지로 전달했을 때, 친밀감을 나타내는 Casual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보다 높은 클릭 수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콘텐츠 메시지를 제작할 때 주로 이용자와 친밀감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들과 가까워져야 우리를 더욱 긍정적으로 느끼고 잠재 고객이 진성 고객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연구 결과는 이와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우리의 삶과 관련된 내용에 과도한 친밀감을 보이면, 이용자는 오히려 반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소재 난이도가 높은 메시지는 반말로 쓸 경우보다 높임말로 쓸 경우가 더 높은 ‘좋아요’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낮춤말(반말)로 난이도 높은 콘텐츠를 쉽다는 듯이, 가볍게 이야기하면 오히려 반감을 샀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왜 이렇게 일어났을까요?

저는 두 번째 결과, 낮춤말로 난이도 높은 콘텐츠를 쉽게 이야기한 것이 더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를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 자신의 ‘좋아요’ 기록이 콘텐츠에 남습니다. 상대방의 타임 라인에서 ‘좋아요’를 눌렀는지 명시가 되죠. SNS의 대표적인 특징인 ‘자기 표현’의 행위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자기 표현(self-expression)이란 타인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리는 행동입니다. 이 과정에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인위적으로 부정적인 면을 숨기고 바람직한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행동한다고 합니다. (Goffman, 1959)

이러한 행위는 ‘과시 행위’로 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장점을 과장하며 잘난 체하기도 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도 완화해 표현하는 ‘환심 사기(ingratiation)’, 자신의 능력이나 수행 업적, 성과물을 보이는 ‘유능함 보이기(Competence)’의 표현을 보입니다. (J.Dominick, 1999)

저는 이 두 가지 관점으로 이용자의 행동을 해석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려운 콘텐츠임에도 쉽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무게감을 갖고 높임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건, 내가 이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른 것을 제삼자가 보았을 경우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삼자에게 누른 사람이 ‘굉장히 수준 있는 글을 읽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라고 보았습니다. 일종의 자기 과시 측면이 있다는 것이죠.

 

 

통계 분석으로 살펴본 콘텐츠 마케팅, 어떠세요?

 

본 연구는 제가 발표했던 졸업 논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아마 읽으시면서도 재밌어 보이긴 하는 데 그 페이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닌가, 실무에서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지 않나 하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간혹 해석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고요.

맞습니다. 이 연구는 그런 한계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정 페이지 기반의 데이터를 활용했고, 광고 상품 방식 그리고 ‘좋아요’를 누르고 콘텐츠를 ‘클릭’하는 행위 동기에 대해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향후 연구를 진행할 기회가 있다면, 콘텐츠 제작 고려 사항을 더욱 세분화하고 이용자의 행동 해석에 대한 연구도 추가로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저에게 흥미로웠던 점은 SNS 데이터를 통계 분석을 통해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미 다양한 AB 테스트 도구가 있기에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통계적인 정보까지 제공하더라고요.)

그래도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각각의 독립 변수들이 이용자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각 변수의 인터랙션을 통해 상황을 쪼개볼 수 있었습니다. 통계 도구에 더욱 익숙하시다면 갖고 계신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만들어 보실 수도 있겠죠.

조금이라도 글을 통해 잠깐의 흥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형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