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침투한 브랜드 마케팅 사례

 

 

“잠들기 전 듣던 라디오

영화 속 주인공이 갖고 있던 CD 플레이어”

 

기성세대가 ‘오디오’하면 떠올리는 장면, 현재보다는 과거의 향수를 일으킵니다. 이미지와 영상 중심의 소셜미디어가 트렌드가 되면서 오디오 콘텐츠는 대부분 저무는 듯 보였습니다. 빠르고 직관적인 콘텐츠를 좋아하는 1020이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고요. 그런데, 오디오 콘텐츠는 MZ세대의 마음을 대변하며 오히려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앞서 더에스엠씨콘텐츠연구소는 MZ세대의 모바일 미디어 소비 조사를 통해 Z세대가 ‘보는’ 유튜브를 ‘듣는다’고 전했습니다. 왜일까요? 소셜미디어의 등장과 동시에 이들은 이미지와 영상 콘텐츠의 각축전에 휩싸였습니다. 즉, 각 잡고 집중해야 하는 시각물 콘텐츠에 지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반면 오디오는 수용자 관여도가 낮기 때문에 오로지 콘텐츠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돼요. 멀티태스킹이 생활화된 MZ세대에게 이동하면서, 공부하면서, 쉬면서 등 모든 상황에 ‘백그라운드’ 역할을 하는 오디오 콘텐츠는 가히 안성맞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Z는 ‘들으면서’ 한다

 

미디어 소비가 늘어나며 콘텐츠의 홍수가 된 2021년. 오디오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는 자체 팟캐스트를 제작했고, 트위터는 실시간 오디오 방송이 가능한 ‘트위터 스페이스’ 기능을 도입했으며, 애플은 이용자 취향에 맞는 팟캐스트를 추천하는 스타트업 <스카우트FM>을 인수했죠. 심지어 넷플릭스마저 팟캐스트와 넷플릭스 콘텐츠의 OST를 모아둘 <N플러스>를 론칭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요. 

 

 

 •오디오 라이브쇼, 네이버 나우

 

 

네이버 나우

 

 

<네이버 나우>는 2019년 9월부터 출범 후 1년 만에 누적 시청자 수 20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유명 아이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10대 시청자 비율이 가장 높고요. 네이버 나우는 ‘플레이리스트’ 형식과 ‘보이는 라디오’ 두 유형의 콘텐츠로 구성됩니다. 전자는 네이버 뮤직앱 <바이브>와 만남으로 시너지를 낸 결과인데요. 바이브의 음악 추천 노하우를 적용, 기분/장르/시간대에 따른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이며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죠. 여러분이 이 글을 읽는 시점엔 ‘집중력 올라가는 잔잔 로파이(Lo-fi) 음악’이 플레이되고 있겠군요.

한편 ‘보이는 라디오’형 콘텐츠는 영상 콘텐츠의 장점을 차용해 MZ세대 청취자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어요. 먼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답게 채팅창으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합니다. 출연자들은 아이패드로 청취자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며 즉각적인 티키타카를 이루어내죠. 가수 적재가 호스트인 ‘야간작업실’은 실시간 채팅을 통해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공연을 선보입니다. 더군다나 고화질 라이브화면으로 온라인 콘서트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하죠. 기존 온라인 음악 콘텐츠가 음원을 기반으로 하는 스트리밍 방식이었다면, 네이버 나우는 오디오와 라이브쇼를 결합해 차별점을 주었습니다.

 

 

•오디오형 프로슈머, 스푼라디오

 

콘텐츠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인 MZ세대. 오디오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스푼라디오>는 Z세대 사이에서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지, 부담 없이 라디오 DJ가 되어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입니다. 18~24세가 전체 이용자의 73%를 차지하고 있고 월평균 이용자는 300만 명에 달합니다. 그중 20만 명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방송을 하는 생산자(DJ)이고요. 

이들이 스푼라디오에 참여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콘텐츠 제작에 있어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얼굴이 노출되지 않는 데다 영상 콘텐츠와 달리 편집 능력이 없어도 되고 장비 부담도 덜하죠. 둘째,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콘텐츠 스펙트럼도 넓어요.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은 시사·경제와 관련된 기성세대의 콘텐츠가 메인이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는 게임처럼 하나의 전문 분야가 있어야 시도해볼 수 있죠. 하지만 스푼라디오는 공부/수면/일상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릅니다. 청취자는 취향에 맞춰 방송을 선택할 수 있고요. 셋째, 청취자가 적극적으로 콘텐츠에 참여합니다. 라이브 내내 댓글 창은 업데이트되고 편지 기능으로 사연을 보낼 수 있죠. 게다가 스푼 내 라이브 콜 기능을 활용해 DJ와 함께 목소리를 내곤 합니다.

 

 

•듣는 OTT, 윌라 오디오북

 

 

윌라 오디오북

 

 

최근 오디오북 시장이 힘을 키우며 ‘듣는 독서’, ‘듣는 OTT’라는 새로운 문화가 탄생했습니다. 국내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는 2020년 전년 대비 전체 회원 수가 약 394% 증가했으며, 유료 구독자 수는 800%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오디오 콘텐츠 구독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윌라가 오디오북 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오를 수 있던 건 소비자의 UPS(User Problem Solving)를 캐치했기 때문입니다. 그간 오디오북에서 이용되었던 TTS(Text To Speech) 시스템은 기계음으로 낭독되어 중간에 이탈하는 청취자가 많았죠. 하지만 윌라는 전문 성우의 낭독으로 전달력과 몰입감을 높였고, 그 결과 평균 완청률은 40%대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MZ세대에게 익숙한 소비 패턴인 구독 서비스를 오디오북에 접목했어요. 이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멀티태스킹을 하며 충분히 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온전히 책만 읽기엔 부담스럽지만, 책을 들으면서 일상을 소화하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요.

 

 

브랜드를 오디오 콘텐츠에 녹이고 싶다면

 

 

•대한항공 유튜브 채널 blank

 

 

Youtube ‘blank’

 

 

MZ세대가 온종일 유튜브를 ‘귀’에서 놓지 않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이들은 때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들으며 일상 속 배경음악으로 활용하거나, 다른 일을 하며 오디오를 계속 틀어놓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근래 많은 브랜드는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기 위해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다루는 브랜드 채널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유튜브 채널 <blank>를 통해 국내 여행을 주제로 한 오디오 콘텐츠를 업로드합니다. MZ세대 사이 힐링 솔루션으로 통하고 있는 ASMR을 콘셉트로, 국내 여행지 풍경과 그곳에서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를 또렷하게 들려주는데요. 여행지의 이미지를 청각화해 담아내는 기법이 꽤나 흥미롭습니다. 일례로 ‘강원도 대관령 양떼목장’ 콘텐츠는 풀 뜯어 먹는 양들의 울음소리와 바람 소리만 1시간가량 플레이되지만 조회 수는 75만 뷰(2021년 7월 기준)를 넘어섰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라는 댓글이 다수입니다. 구독자에게 양떼목장 한가운데에 있는 간접 경험을 선사하고, 그곳으로 떠나고자 하는 숨어있던 원츠까지 자극하는 거죠. 우리 브랜드가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라면? ASMR 콘셉트의 제품 리뷰 콘텐츠로 MZ세대의 관심을 유도하는 건 어떨까요.

 

 

• 빙그레 요플레 유튜브 채널 토핑뮤직 

 

Youtube ‘토핑뮤직’

 

 

빙그레 요플레는 자사 제품인 ‘요플레 토핑’에서 착안해 스트리밍 채널 <토핑뮤직>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상황에 맞는 음악을 플레이리스트로 제공하는 간단한 로직을 따르는데요. 여기서 핵심은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함께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음악이 재생되는 동안 영상 한쪽에는 3D 캐릭터 ‘토핑가이’가 음악에 맞춰 토핑을 부숩니다. 메인 캐릭터에게 제품을 만들어주고요. 여기서 구독자들은 해당 제품에 토핑이 메인이며, 어떤 토핑이 들어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Lo-fi 음악(Low Fidelity,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음악)을 선곡했는데요. 해당 음악은 LP로 재생되는 듯한 음질과 분위기로, 아날로그 감성을 선호하는 MZ세대가 꾸준히 찾는 장르입니다. 그러므로 우연히 토핑 뮤직을 접한 소비자라도 Lo-fi 음악을 듣기 위해 브랜드 채널로 재방문할 수 있죠. 실제 댓글에는 “다시 찾아왔는데 역시나 노래 좋네요”라는 반응이 이어지거든요. 이렇게 빙그레를 경험한 구독자는 ‘브랜드가 영(Young)하고 트렌디하다’라고 인식하게 될 테고요.

 

 

•에버랜드 유튜브 시리즈 테마송 플레이리스트

 

 

Youtube ‘에버랜드’

 

 

“환상의 나라로 오세요 즐거운 축제가 열리는 곳” 꿈과 희망의 나라 에버랜드가 테마송 플레이리스트를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습니다. 설렘, 즐거움, 짜릿함, 사랑과 같은 정서를 음악으로 구현하여 에버랜드를 연상하도록 한 건데요. 해당 콘텐츠 댓글을 살펴보면 그 효과가 더욱 와닿습니다. 어렸을 적 에버랜드를 방문했을 때 좋았던 추억을 빼곡히 적은 댓글과 곧 에버랜드에 방문해서 ‘돈쭐’을 내주겠다고 선포한 구독자를 볼 수 있거든요.

우리는 이러한 기법을 소셜미디어형 ‘모래-자갈-바위’ 전략으로 바라봅니다. 오디오 콘텐츠는 ‘모래’ 단계에 해당합니다. 다량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다양하게 변주도 가능하죠. 작은 규모지만 일상 곳곳에 침투해,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대세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죠. “환상의 나라로 오세요 즐거운 축제가 열리는 곳”이라는 반복되는 멜로디가 에버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기폭제가 되도록 발판을 까는 겁니다. 

이렇게 닦은 토대는 자갈(connect), 바위(inspire) 단계를 거치며 단단해집니다. 에버랜드 테마송을 BGM으로 활용해 숏폼 챌린지를 기획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와 같은 자갈형 콘텐츠는 참여와 공유로 확장되며 에버랜드와 소비자와 간 접점(connect)을 만듭니다. 성공적인 숏폼 챌린지 영상을 재편집해 디지털 광고 영상을 제작한다면? 앞선 단계에서 미약하게 작용했던 감동, 추억 등의 감정이 거대한 울림(inspire)으로 발현될 겁니다. 앞선 단계에서 에버랜드에 대한 인지와 우호를 쌓은 소비자일수록 실제로 에버랜드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겠죠. 모래 콘텐츠를 주축으로 자갈과 바위 콘텐츠를 이어가는 전략, 더에스엠씨그룹도 함께 연구 중입니다.

 

 

Summary, 한 장으로 정리하기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1. 영상 콘텐츠에 지친 MZ세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오디오 콘텐츠. 이들은 부담 없는 소비 방식으로 오디오 콘텐츠로 힐링 받고 있음
  2. 빅테크 기업의 오디오 시장 진출이 예고되고, 국내 오디오 플랫폼이 MZ세대 사이에서 큰 호응을 받으며 오디오 시장의 규모는 확장되는 중!
  3. 브랜드는 오디오 콘텐츠를 통해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기 위한 전략을 구상해야 함

 

 

김용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