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백화점 산업 진출 배경과 전망

 

 

최근 리테일 역사상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아마존이 드디어 월마트를 제치고,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 유통 업체로 올라선 겁니다. 지난 6월까지 1년을 기준으로 아마존의 거래액은 약 713조 원으로, 661조 원의 월마트를 처음으로 넘어섰는데요. 백화점 체인 시어스를 할인점 월마트가 추월했듯이, 이제는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쇼핑의 시대가 열린 겁니다. 

 그런데 동시에 다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마존이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백화점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겁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아마존은 즉각 부인했지만, 후보 지역으로 오하이오와 캘리포니아가 꼽힐 정도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시점에 아마존은 백화점 진출을 선언한 것일까요? 그리고 아마존이 만들 백화점은 어떤 모습에서 또다시 혁신을 불러올까요? 기존 아마존의 행보 유통업계 트렌드를 기반으로 아마존이 백화점을 만들게 이유와 예상되는 전략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01 아직도 사람들은 오프라인 쇼핑을 좋아합니다

 

  아마존이 백화점 론칭을 검토 중인 이유는 사실 매우 간단합니다. 여전히 고객들이 오프라인 쇼핑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미국 전체 소매 시장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3.6%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오프라인 쇼핑을 더욱 선호하고, 심지어 미래 세대인 Z세대 마저 오프라인 쇼핑을 온라인 쇼핑보다 선호한다고 합니다.

 온라인 쇼핑이 더욱 편리한 것도 사실이고, 향후 전체 소매 시장 내 비중도 더 늘어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오프라인 쇼핑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더 먼 미래에 오프라인이 줄 수 있는 경험과 동일한 것을 온라인에서도 느낄 수 있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아마존은 심지어 헤어살롱을 열 정도로 오프라인에 진심입니다 (출처 : 아마존)

 

 

 이처럼 온라인에서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오프라인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존은 과거부터 꾸준히 오프라인 채널에서 테스트를 해왔습니다. 아마존 북스, 아마존 포스타, 아마존 고, 아마존 프레시 같은 자체 브랜드들을 론칭하였고,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 마켓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아마존이 백화점을 오픈하는 것은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02 옴니채널 구축만이 초격차를 가져올 수 있다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점유율 40% 정도를 유지하며 수년 간 압도적인 시장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수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아마존에게도 위협이 되는 경쟁 회사는 존재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시 월마트입니다. 월마트는 비록 왕좌를 내주기는 했지만, 절치부심하며 이커머스 내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특히 수많은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사용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식료품의 온라인 구매가 늘어난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이베이를 제치고 2위까지 올라선 월마트는 아직 6% 내외로 아마존 대비 초라하긴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탈 아마존을 선언하는 D2C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골칫거리입니다. 나이키로 대표되는 이들 브랜드는 아마존을 벗어나 자체 채널을 통한 직접 판매로 전환 중인데요. 이는 아마존 장기집권의 걸림돌로 작용할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브랜드들이 쇼핑몰을 오픈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쇼피파이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쇼피파이 중심 연합군이 형성되면서, 아마존에게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월마트도 쇼피파이의 주요한 우군 중 하나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아마존은 후발주자들과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당연히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 중 하나가 오프라인 거점 구축을 통한 옴니 채널 전략인 겁니다. 오프라인 매장들을 보유하게 되면 당연히 고객들의 로열티는 강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해지니 말입니다. 또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주요 파이프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아마존은 디지털 광고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출처 : eMarketer)

 

 

 추가적으로 더 다양하고 심도 있는 고객 데이터 확보가 가능합니다. 이는 다른 유통업체들과의 경쟁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기업과의 차별화에도 유용합니다. 아마존은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 내 점유율이 10%인 3위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1,2위인 구글, 페이스북과 격차가 상당하나 오프라인 데이터만 확보한다면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개인정보 수집이 더욱 어려워지는 때에 오히려 차별화 강점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03 도심으로 더 가까이, 규모는 더 슬림하게

 

 그렇다면, 아마존이 만드는 백화점은 어떤 혁신을 가져올까요? 월스트리트 저널에 의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마존이 계획 중인 매장의 면적은 3만 평방미터로 일반적인 백화점의 1/3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숫자로 들으시면 감이 잘 안 오실 텐데요. 미국은 대형 매장 위주로 성장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백화점 면적이 얼마 오픈한 현대 서울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그러면 아마존이 준비 중인 백화점 크기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정도입니다.

 우선 이렇게 사이즈는 줄이고, 대신 더욱 도심으로 파고들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최근 유통 트렌드와 부합합니다. 특히 북미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대세는 교외형 대형 쇼핑몰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스타필드와 같은 형태가 일반적이었던 겁니다. 할인점도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매장에 더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고요. 기본적으로 차량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은 미국의 특성도 한몫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 매장 전략은 온라인 쇼핑 비중이 늘어나는 시대에 알맞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편의성 측면에서 너무 뒤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론 아예 스타필드처럼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도 있겠지만요. 매장 크기는 다소 줄이더라도, 조금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옮기는 것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케아 랩은 작지만 특유의 쇼룸은 물론 푸드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출처 : 이케아)

 

 

 대표적인 사례가 이케아입니다. 이케아는 대형 매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곳입니다. 하지만 2019년부터 뉴욕 맨해튼에 소규모 매장을 오픈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은 소형 매장을 3년 동안 30개 오픈할 것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이러한 테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졌는데요. 파리에서도 소형 매장을 오픈하였고, 국내에서도 도심형 매장인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와 이케아 랩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전략이 꼭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롯데는 지난 2016년 일찌감치 도심형 미니 백화점인 엘큐브를 론칭하기도 했지만, 결국 폐점하며 실험은 실패로 끝나버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마존이기에 기대하는 바는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규모 자체가 엘큐브보다 10배 이상 크기 때문에, 오프라인의 체험적 요소를 충분히 줄 수 있을 것이고요. 과거 자동 계산 기능인 저스트 워크아웃으로 충격을 줬던 아마존 고처럼 테크적인 역량을 활용한 차별화 요소를 준비 중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04 상품은 압축하고, 재고는 없애고

 

 물론 이 시점에서 아마존이 준비 중인 신기술을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만들 매장의 내부 특성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매장 크기와 함께 알려진 유일한 내용은 해당 매장이 아마존 PB를 전시하는 곳으로 적극 활용될 것이란 겁니다.

 아마존은 앞서 말씀드린 D2C 브랜드 이탈을 대비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PB 브랜드를 운영 중이며, 꾸준히 이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PB 브랜드는 진열 상품 수를 줄이는 역할을 담당하여 매장의 효율을 상승해 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리바바가 만든 허마션셍의 창고형 매장인데요. 허마X회원점의 경우 전시 상품 수가 1,500개로 코스트코나 샘스클럽의 4,000여 개에 비해 적습니다. 하지만 PB비중이 40%로 대신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지요. 이마트의 히트상품인 노브랜드 전문점도 이와 유사합니다. 진열 구색보다는 PB 특유의 가성비로 승부를 봅니다. 

 또한 아마존은 재고가 없는 매장들을 선보일 가능성도 큽니다. 얼마 전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에는 재고가 없는 의류 매장 샵 16이 있는데요. 16개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했지만 사이즈 별 재고가 하나씩이라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습니다. 이러한 매장의 원조는 미국으로, 노드스트롬이 2017년에 선보인 것이기 때문에 아마존 역시 유사한 형태를 선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와 같은 쇼룸형 스토어는 좁은 공간에도 많은 상품을 진열할 수 있습니다 ( 출처 : 데일리트렌드)

 

 

 이렇게 구색과 재고를 줄인다면, 결국 기존 매장보다 작더라도 충분한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오프라인 만의 강점인 체험형 요소를 살리는 데 활용할 수 있지요. 이처럼 아마 아마존이 선보일 백화점은 도심형으로 접근성은 좋으면서, 여느 교외형 매장보다 탁월한 체험을 주는 공간이 가능성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아마존의 백화점 산업 진출 배경과, 진출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나름대로 예측해보았는데요. 현재까지의 행보를 볼 때 아마존이 백화점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을 테스트할 개연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매장의 공간 활용이 매우 효율적일 거라는 것도요.

 다만 기대되는 것은 아마존이 선보일지 모르는 리테일 테크 기술인데요. 지난 아마존프레시나 아마존 살롱은 솔직히 아마존 고가 우리에게 주었던 충격에 비해선 약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존 백화점이 하루빨리 그 모습을 드러내고, 아마존 고가 그랬듯이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오길 기대해 봅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