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시장의 품질 좋은 아동복들을 할리우드 스타의 자녀들에게 입힌 서비스가 있다. 아동복 역직구 플랫폼 ‘쓰리클랩스(3claps)’. 태민 서소크, 팬시 트리하우스, 아벨라 블레이즈 등의 마음을 열었던 쓰리클랩스는 놀랍게도 육아, 패션과 거리가 멀었던 김민준 대표가 창업한 서비스였다. 

쓰리클랩스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패션 커머스 시장에서 ‘아동복’ 이라는 비어있던 카테고리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김민준 대표는 창업 후 약 2년 6개월 만에 ‘인사이트디자인랩’에 서비스를 매각한다.

그리고 김 대표는 다시 ‘플라잉캣’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플라잉캣에서 ‘10분 내외로 주문 상품을 배달해준다’는 퀵커머스 ‘10분 특공대’ 서비스로 또 한번의 도전을 시작했다. 플라잉캣은 최근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2022년 겨울 배치 프로그램에 유일한 한국 스타트업으로 선발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플라잉캣 김민준 대표




할리우드 인플루언서들이 인정한 ‘동대문 아동복’

  

 

아동복 역직구 플랫폼으로 창업하신 계기가 궁금하다.


실패를 딛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모색하던 와중에 당시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었던 패션 커머스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중 국내에서 제품을 소싱하여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 구조가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성장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동대문’이라는 한국 특유의 패션 도매 인프라가 큰 강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시장을 더 깊게 살펴보다가 ‘아동복’ 카테고리에 아직 기회가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동대문의 아동복을 해외에 수출하는 역직구 플랫폼 사업, 쓰리클랩스의 창업하게 됐다. 

 

 

유명 할리우드 스타나 패션 블로거들을 통해 입소문을 탔다. 국내 아동복이 그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하루에만 100가지가 넘는 아동복 신상품이 국내 도매 시장에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생산 속도, 퀄리티, 가격 경쟁력 등 모든 측면에서 세계 어느 시장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한국 시장만의 고유의 경쟁력이었다.

 

 

매각 이후 브런치에 쓰신 회고 글에서 미혼 남성으로서 ‘여자 아이를 키우는 미국과 홍콩의 어머니’를 타깃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에 여러 고충이 있었다고 하신 것을 보았다. 에피소드가 있었나.


동대문의 오랜 역사를 가진 아동복 업체들로부터 품질이 보증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했지만, 해외 시장에서 쓰리클랩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전까지는 미혼 남성으로서의 내 개인의 프로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미혼 남성이 아동복을 잘 알겠어?’라는 괜한 편견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이를 위해 고객 대응 업무에 ‘멜라니’라는 여성 이름을 닉네임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가상의 직원 역할까지 하면서 성장시킨 서비스인데, 어떻게 매각을 결심하게 됐나. 

 

나는 우리 회사의 비전을 ‘테크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실제로 페이스북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해보기도 했고, 이를 쓰리클랩스 서비스에 적용해보려는 시도도 했다. 하지만 어떤 철학을 갖고 긴 호흡으로 브랜드를 쌓아 나아가야 하는 패션업에 효율과 숫자 중심의 마케팅을 대입하는 우리의 전략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나와 기업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쓰리클랩스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잘 성장하고 있었지만 ‘테크를 기반으로 한 빌리언 달러 컴퍼니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 사입 유통을 넘어, 제조를 직접 하는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패션은 기술과는 접근 방법이 다른, 예술의 영역이기도 했다. ‘빌리언 달러 컴퍼니’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잘 하기에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패션 브랜드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쓰리클랩스를 더 잘 키워줄 곳이 있다면 매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어 매각을 결심하게 됐다. 

 

 

쓰리클랩스 당시 사진 ⓒ플라잉캣 김민준 대표





플래시 세일’이 이끈 매각, 그리고 커머스에서의 재도전  

 

 

선사입 없는 시스템을 서비스에 적용한 것이 매각에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아동복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여느 패션 커머스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전적으로 재고부담을 질 수 밖에 없는 ‘선사입, 후판매’ 구조였다. 그래서 한 시즌에 매출이 잘 나와도, 다음 시즌에 재고가 쌓이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플래시 세일(Flash Sale)’이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일 주일 혹은 이 주일 동안만 소수의 브랜드를 특가 판매 형태로 선 주문 받은 뒤에, 주문 받은 만큼만 사입해서 판매하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이렇게 구조를 바꾸니 패션 커머스 특유의 ‘현금 묶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패션 업계에서 우리의 접근 방식이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2017년 초중반에는 한 달 사이 네 번의 인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주문 받은 만큼 파는 형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도매 업체들과의 신뢰가 중요했을 것 같다.

 

이미 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쌓인 신뢰가 있었고, 미국향 서비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시즌이 지난 재고 상품들이지만 시점을 잘 맞추면 해외에서는 신제품이 될 수 있었다. 이에 착안하여, 업체가 보유한 재고 리스트를 받아 재고 상품을 판매해주겠다고 제안하여 신뢰를 쌓았다. 그 중 1위 업체가 우리와 협업하게 되면서 이 구조가 업계에 쉽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매각 절차가 약 3개월 만에 진행됐다고 들었다. 인사이트디자인랩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기준이 있었나. 

 

플래시 세일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인수 제안을 받기 시작했다. 다양한 곳에서 제안을 해주셨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이 비즈니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만큼 패션업을 잘 이해하는 곳에 매각하고 싶었다. 인사이트디자인랩은 오프라인 패션 커머스에서 업력을 쌓아온 곳이라서, 쓰리클랩스의 온라인 커머스 역량과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퀵 커머스’라는 아이템으로, 매각 후 다시 한번 커머스 분야에서 신규 서비스를 내놓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창업가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보다는, 이미 규모가 있는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포착하고 해결하면서 기회를 만드는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커머스 시장에서 가격, 소비자 경험, 배송 등의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이 많이 남아서 이 아이템에 도전하게 됐다. 

 

 

10분특공대 서비스 사진








‘매각은 비즈니스와 창업자 스스로를 분리해 볼 수 있는 계기’

 

 

매각이 새로운 도전에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나의 경우에는 매각한 금액을 그대로 신규 서비스 준비에 투입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매각 과정에서 그동안 일군 비즈니스를 좀 더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 매각이 갖는 의미인 것 같다. 

대부분 초기 창업자들은 사업을 자신 스스로와 동일시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사업이 잘 되면 나도 잘 되는 것 같고, 사업이 잘 안 되면 나도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매각을 하고 나면 그게 전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업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크게 성장해왔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기존 사업을 넘어 더 큰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매각을 염두에 둔 창업자 분들께 조언해주신다면.

 

초기 단계의 창업자 분들 중 성장의 정체를 겪고 계신 분들이라면, 초기 이후의 스케일업 보다는, 초기 단계의 ‘제로 투 원’을 하시는데 특화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회사나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각 성장 단계에 맞는 인재나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다. 매각은, 이러한 점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매각 과정에 소요되는 리소스가 작지 않기 때문에, 운영과 매각을 동시에 진행하며 번아웃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양쪽의 균형을 잘 맞추어 매각 과정에 임하시길 바라며, 일희일비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원한다.

 

 

해당 콘텐츠는 온라인 브랜드 인수 운영 플랫폼 넥스트챕터와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되는 제휴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