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광고는 더 이상 눈살을 찌푸리며 스킵하는 불필요한 콘텐츠가 아닙니다. 점점 더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법으로 하나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대배우가 출연해 정형적인 포맷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형식이 아닌, MZ 세대의 시선에 맞춰 가볍고 유쾌한 주제의 ‘B급 감성’ 광고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영상 내 광고를 표시하지 않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일부러 해지하거나, 광고를 직접 검색해 시청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광고가 점차 벽을 허물고 대중과 가까워지면서 광고를 패러디하거나 분석하고자 하는 니즈도 커졌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광고제에서 수상한 해외 광고 리뷰에 주목할 때, ‘최초 국내 광고 리뷰’라는 타이틀을 달고 유튜버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

 

“유후~ 흥이 나고 신이 나는 광고를 소개하는 시간, 유후흥신소의 후니입니다”

 

듣기만 해도 힘이 나는 멘트와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주옥같은 국내 광고를 소개하는 ‘유후흥신소’의 이야기입니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스친 인상 깊은 광고,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 광고, 중독성 있는 음원이 궁금한 광고 등을 유튜브에 검색하다 보면 한 번쯤 만나게 되는 채널인데요. 무려 5년 동안 국내 광고라는 한 우물만 파온 유후흥신소는 어느덧 구독자 1만 5천 명을 넘긴 중견 유튜버로 자리 잡았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의 본캐와 광고 유튜버 부캐의 이중생활로 1만 구독자를 만들어 낸 유후흥신소. 그는 누구일까요? 모비인사이드가 유후흥신소 후니 님을 만나 유후흥신소 채널의 취지와 유튜버 부캐의 삶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Q. 기획, 더빙, 번역, 편집 다 잘하는 다재다능한 크리에이터이신데요, 본업이 궁금합니다. 광고/마케팅 업계에 종사하고 계신가요?

 

유후흥신소의 ‘후니’는 저의 부캐이고, 본캐는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브랜드든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고민이 있을 텐데요, 그것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새로운 것들을 제안하고, 또 설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경계가 없이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과 협업하다 보니, 다양한 광고들을 통해 트렌드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Q. ‘유후흥신소’ 광고 리뷰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채널 운영의 취지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광고들을 아카이빙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후흥신소 채널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능력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광고인들이 피땀 흘려 만든 광고가 좀 더 오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15초, 30초 정도 되는 짧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 비용은 물론이고, 백그라운드에서 광고를 만드는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정말 많이 들잖아요. 이렇게 만들어진 광고가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광고의 재미있는 요소들을 얘기하는 채널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광고계의 출발 비디오 여행이 되자!’는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어요.

영화를 모아 보여주는 채널이 영화 OST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영화가 계속 꾸준히 사랑받는 것처럼, 광고에서도 이런 즐거움들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광고 테마나 모델별로 모아 보여준다거나, 광고 배경 음악을 찾아 업로드하는 등 광고를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 채널 이름이 왜 ‘유후흥신소’인가요? 영상 시작할 때 반복적으로 나오는 트레이드 마크, “유후~” 멘트가 중독성 있어요. 또, 정말 국내 최초의 광고 리뷰 채널인가요?

 

저는 ‘유후’라는 단어가 참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신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내는 소리라는 점에 집중했고, 좀 더 신나는 일들을 많이 담아보자는 뜻에서 ‘흥이 나고 신이 나는 광고를 소개한다’를 줄여 ‘흥신소’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저한테는 ‘유후’라는 단어가 주는 마법같은 힘이 있어요. 텐션이 다운됐을 때 “유후~!”라고 말하면 즐거워지는 힘이 있어서 저의 시그니처로 삼아 ‘유후흥신소’라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어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있어요. 이 서브 브랜드가 본캐인 ‘이지훈’이라는 사람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라고 생각해서, “유후~!”라는 힘을 주는 말을 통해 ‘이지훈과 함께 하는 콘텐츠는 굉장히 즐겁겠구나’ 라는 생각을 드리고 싶어요.

 

 

 

 

또 제가 운영하는 채널이 국내 광고 리뷰 채널로서는 ‘최초’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제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당시 해외 광고를 소개하는 채널은 꽤 있었는데, 그런 콘텐츠를 보면서 ‘왜 국내 광고에 대해서는 아무도 큐레이션하거나, 리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년 쏟아져 나오는 광고들이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게 안타까워서 현 시대의 광고를 기록하는 기록자의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또 앞으로도 국내 광고를 가지고 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향후에는 광고 모델이 실제로 출연해 본인의 지나간 광고를 함께 리뷰하거나, 광고 제작사와 새로운 감각으로 광고를 재구성하는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Q. 1만 5천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계신데요, 유튜브 운영을 통해 수익도 발생하나요?

 

현재 취미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많은 분들에게 국내 광고를 소개해 드리는 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수익이 조금 발생하기는 해요. 하지만 사실 ‘유후흥신소’의 후니는 저의 부캐이기 때문에 본업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죠. 제가 일을 하면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다시 광고를 보면 새롭게 또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처럼 저도 클라이언트들이 요청하는 것에 따라 볼 수 있는 폭이 넓어져서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광고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현재의 저를 반영하는 콘텐츠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유튜브 수익과는 별개로, 본업에 집중하면서 더욱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 서로 시너지를 얻고 있어요.

 

 

Q. 본업에 집중하면서 부캐에도 진심이신데요, 요즘 부캐를 만들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이 굉장히 많은데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어떤 일을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솔직히 퇴근 후에 몸을 움직이기조차 너무 싫잖아요. 저도 프로젝트가 끝나고 집에 가면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되게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는 그냥 광고를 봐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가 들어가 있는 광고를 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광고를 찾아보면서 여가 시간을 보내곤 해요. 그러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계속 눈에 띄어서, 이 광고들을 묶어서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콘텐츠를 만들어요.

부캐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싶은 분들이 있으시다면, 저는 하루에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의 경우는 ‘오늘 퇴근하고 나서는 이런 광고들을 찾아봐야지’ 하고 하루는 자료를 모으는 편이고, 또 하루는 그냥 ‘대본을 한 번 써 볼까’ 하고 대본을 써요. 또 하루는 ‘녹음을 해 볼까’ 하고 녹음을 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저도 정말 조급하게 마음을 먹고 하루 안에 다 완성해서 업로드까지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예 영상을 안 만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이 제일 필요해요.

또 본인이 영상에 등장해야 한다든지 나레이션을 넣어야 한다든지 하는 부담이 있으실 텐데, 자신이 부담되는 부분들은 빼고 일단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시는 게 좋아요. 저도 초반에는 제가 나와서 광고를 직접 소개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구독자 분들이 그 영상들을 많이 보지 않으셨어요. 구독자 분들이 원하는 영상과 제가 만들고 싶은 영상이 달랐던 거죠. 그래서 이제는 그런 것들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저도 스스로 만드는 과정이 즐거운 형태로 프로세스를 많이 줄였어요. 구독자 분들도 제가 편하고 쉽게 만들어서 올리는 영상들을 더 좋아하고 많이 시청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일단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는 거예요.

 

 

Q. 유튜브를 시작하신 지 벌써 5년이 되셨어요. 구독자 수 1만이 넘을 때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요.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제가 스스로 정해 놓은 타임라인에 맞추지 못하는 경우였어요. 부캐를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했던 조언도 사실 제가 거쳐왔던 시행착오거든요.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한 완벽주의자 스타일이어서 때로는 ‘보는 사람들도 없는데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저 스스로를 위해 콘텐츠를 올렸기 때문에 부담을 내려놓고 지속할 수 있었어요.

이제 구독자가 1만 명이 넘으면서 조금씩 조회 수나 댓글을 통해 반응들이 오는데, “광고 때문에 검색해서 찾아온 건 처음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해야겠다”와 같은 댓글들이 큰 힘이 되더라고요. 아직 정식으로 음원 발매가 되지 않은 광고 음악의 경우 따로 들으러 찾아왔다고 댓글 남겨주시는 경우도 있고요. 최근에는 댓글에 구독자 분들이 남겨 주신 ‘레전드’ 광고들을 반영해 중독성 광고 모음집을 올리기도 했어요. 이런 콘텐츠를 보시면서 구독자 분들이 광고가 방영됐던 당시의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댓글창에서 소통하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힘들었던 때도 많았지만, 구독자 분들의 이런 작은 반응들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유후흥신소 영상에 달린 구독자들의 댓글

 

 

△ 170만 뷰를 찍은 중독성 광고 1탄 이후, 구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새롭게 업로드한 중독성 광고 2탄

 

 

Q. 브랜드 광고를 리뷰하는 채널인데, 기업과 얽힌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궁금해요. 유료 광고 요청이나 광고를 내려 달라는 요청 등이요. 또 광고 저작권 문제는 없나요?

 

기업과 관련해서는 예전에 모 은행의 광고를 패러디한 콘텐츠를 업로드한 적이 있었어요. 이정재 배우가 나와서 다른 출연진과 이야기하는 부분에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을 넣어 바꿔보았는데, 해당 광고를 담당하는 브랜드에서 연락이 와서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내려줄 수 있느냐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셨어요. 그래서 영상을 바로 내렸고, 이후로는 본래의 광고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해요. 공식적인 허가를 받는 절차 없이는 광고를 본래 작품 그대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유료 광고는 전혀 안 하고 있는데요, 유료 광고보다는 기업과 협업을 통해 광고라는 콘텐츠를 좀 더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최근에는 요소수 광고 노래가 굉장히 중독성이 있어서 리믹스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했거든요. 이런 식으로 광고를 가지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다 보면 브랜드 측에서 함께 즐거운 것들을 해보자는 제의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광고나, 눈 여겨 보고 있는 광고 대행사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브랜드 채널에서 실제 광고 영상들을 많이 봐요. 또 광고 제작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방문해 잘 몰랐던 광고들을 보면서도 참고하고 있어요. 아직 유명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광고 제작사들을 제 채널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특히 저는 ‘모이스트플레이‘라는 광고 제작사를 추천하고 싶은데요. 대학생 때 우연한 기회로 모이스트플레이 정시웅 대표님과 대외 활동을 함께 했던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도 정시웅 감독님이 정말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를 가지고 새로운 영상들을 많이 만드셨던 기억이 나요. 그 때 모이스트플레이의 감성이 굉장히 특별하다는 생각을 해서, 이 회사는 뭘 해도 무척 신기한 걸 할 것 같았어요. 역시나 모이스트플레이는 요즘 많이 쓰는 크로마키로 복사, 붙여넣기를 하는 방식의 광고를 처음으로 시도했어요. B급 감성으로 유명한 트로피카나 광고가 모이스트플레이에서 제작한 광고예요. 개인적으로는 모이스트플레이에서 다양한 광고를 많이 시도하면서 광고를 대중화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너무 재밌어서 패러디 하고 싶다”, “이 정도 퀄리티면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는 식으로 밈을 만든 게 모이스트플레이가 제작한 광고가 계기가 되지 않았나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모이스트플레이에서 만드는 크리에이티브한 영상들을 보면서 콘텐츠 제작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곤 해요.

 

 

△ 모이스트플레이에서 제작한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광고 망고 편

 

 

Q. ‘유후흥신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후니’의 목표와, 인간 ‘이지훈’으로서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오늘이 즐겁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브랜드 컨설턴트라는 일도 어떤 브랜드와 협업을 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미리 플랜이 짜여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즉시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여러 기회가 연결돼서 일어나는 파급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콘텐츠를 올렸을 때 조회 수가 갑자기 오르는 것은 기대하지 않아요. 다만 콘텐츠를 올리고 1년 정도 있으면 차차 다양한 이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제 영상을 보게 되실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국내 광고에 집중하면서 더 다양한 콘텐츠로 만나 뵙고 싶은데요.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어서 다양한 협력체들과 함께 좀 더 재미있는 판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같은 채널에 출연해 광고를 리뷰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목표도 있어요. 아직까지 광고계는 대중들과 다소 단절돼 있는데, 그 벽을 허물 수 있는 매개로서 유후흥신소 채널을 재밌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간 이지훈으로서도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여유 있게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모비인사이드 구독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 드려요.

 

현재 모비인사이드가 다양하게 도전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유후흥신소와 즐겁게 컬래버레이션해서 더욱 더 흥이 넘치고 신이 나는 콘텐츠들로 모비인사이드에서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계속해서 구독해주시면 성장해 나가는 유후흥신소와 모비인사이드를 통해 구독자분들도 한층 더 성장하시는 보람과 재미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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