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템상 사기 발각 힘들고 피해 구제 방안 없어
  • 정식 자산, 투자대상 되려면 제대로 규제 필요

 

글로벌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Louis Vuitton)까지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음악, 드라마,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 아니라 디즈니 등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들이 일제히 NFT 대열에 합류한 데 이어 명품 패션 브랜드까지 NFT 발행 붐이 이는 추세입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 디지털 자산에 고유 인식 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거래가 가능하고 고유성도 인정받습니다. 저작권자의 경우 2차 거래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크리에이터들의 선호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죠.

지난 14일 보그 비즈니스(Vogue Business)에 따르면 루이뷔통, 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임에 새로운 퀘스트와 NFT 보상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게임 이용자는 루이비통의 마스코트 ‘비비엔(Vivienne)’의 모습이 담긴 NFT를 모으게 되며, 8월 4일까지 NFT 10종을 모은 이용자는 공식 NFT 추첨 행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2022년 8월 4일은 창립자 루이 비통의 탄생 201주년입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8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루이: 더 게임’을 첫 출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 확장판은 기존 판에 ‘빛나는 도시’, ‘하늘 높이’ 레벨을 추가했습니다. 이용자들은 확장판에서 기존 판과 동일한 레벨까지 깨고 나면 새로운 레벨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벌써 무려 200만 다운로드가 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디지털 패션과 NFT의 만남.. MZ세대 겨냥

 

루이비통의 NFT는 ‘NFT의 제왕’ 비플의 스타트업 ‘위뉴 랩스(Wenew Labs)’와 협업해 개발됐습니다.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Luxury goods company)의 CEO는 지난 1월 “메타버스 거품에 대해 조심스럽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루이비통의 NFT 게임 확장에 이어 지난달 티파니는 38만 달러(약 4억 7300만 원) 가치의 NFT 작품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패션과 NFT의 만남은 MZ세대의 친밀도와 참여도를 높이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꼽힙니다. 특히 루이비통이 최근 자사 모바일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에 NFT 기능을 추가한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등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 이용자를 겨냥한 실험을 이어 나가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죠.

물론 아직 쏟아지는 NFT와 관련 프로젝트들이 ‘목적’을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즉, NFT에 흥미를 두는 특정 세대나 비즈니스는 관심이 있을 수 있어도 일반인에게 ‘효용’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죠. 

또 기업들이 ‘가치’를 높게 보이게 하기 위해 NFT의 가격을 지나치게 높이다보니 크립토로 벼락처럼 돈을 번 ‘젊은 부자들의 취미’란 인식도 퍼지고 있고요. 그럼에도 이 같은 열풍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루이비통뿐만 아니라 구찌와 버버리, 지미추, 돌체앤가바나, 나이키 등은 이미 NFT 상품을 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NFT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같은 브랜드는 현실 세계에서도 희소성이 큰 만큼 디지털 세계에서도 소장 가치가 크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는 것이죠.

 

 

 

 

불록체인 시장조사업체인 댑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 작품과 패션 등 전 세계 NFT 거래액은 총 250억 달러(30조 원)로 2020년 거래액 9490만 달러(1130억 원)보다 26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24년까지 80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딜로이트는 또한 NFT와 접목되는 메타버스 패션 업계는 2030년까지 550억 달러(약 6조 8570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했습니다.

 

 

NFT 시장 공략에 속도 높이는 디즈니, 관련 조직도 강화

 

앞서 디즈니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NFT 제품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마블 시리즈부터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 원천 콘텐츠가 가장 많은 디즈니가 비즈니스에서도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2021년 디즈니의 날(11월 12일)에 맞춰 디즈니는 자사 모바일 디지털 수집품 NFT 플랫폼 베베(Veve)를 통해 통해 ‘골든 모먼트(Golden Moments)’라는 이름의 디지털 수집품(digital collectibles)을 공개했습니다. 월트 디즈니, 월E, 픽사, 마블 히어로 등 디즈니 제품 중 기념할 만한 아이템들을 디지털 NFT로 만든 것입니다.

아이템별로 가격이 달랐는데 인기 NFT였던 영화 스타워즈의 유명 안드로이드 로봇R2-D2는 60달러에 판매됐습니다. NFT 구매자들에게 디즈니는 3개월에서 12개월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이용권도 제공했습니다.

디즈니는 픽사(Pixar)와 마블 프랜차이즈(Marvel), 심슨(The Simpsons)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디지털 수집품(Digital Collectibles)도 잇달아 내놓고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를 확장해 디즈니의 3차원 가상공간 메타버스(Metaverse)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디즈니(Disney)는 최근 NFT 등 IP를 이용한 디지털 자산의 기획과 유통을 담당할 사업 개발 매니저를 뽑는다는 구인 공고도 냈습니다. 디즈니는 해당 공고에서 해당 매니저의 업무를 ‘NFT시장 모니터팅 및 전략 설정, 다양한 협력 담당’ 등으로 명시했는데요, 이어 자격으로는 ‘디지털과 NFT분야에 열정과 지식’이라고 적시했습니다.(knowledge of and passion for digital and NFT categories) 이 업무는 영업 부서(Business Development)에 속해 있습니다.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 바이어컴CBS(ViacomCBS), 라이언스게이트(Lionsgate) 등 할리우드 다른 스튜디오들도 NFT 시장에 이미 들어왔습니다. 특히 영화계의 경우 잇따라 NFT를 발행하고 나섰는데요. 지난해 11월 워너브라더스는 영화 ‘매트릭스(Matrix)’ 신작 공개(Matrix Resurrections)를 기념해 등장인물 아바타를 중심으로 한 NFT 10만 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영화 ‘스페이스 잼: 뉴 레거시’도 NFT 시장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비아컴 CBS도 자사의 쇼와 영화의 캐릭터를 활용한 NFT 아웃렛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사는 자신들이 가진 IP와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디지털에서 수집과 유통이 가능한 NFT를 대거 발행했거나 발행할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의 C3PO를 형상화한 황금빛 NFT. 출처 : medium.com

 

 

NFT 문제는 없을까.. 허위 정보, 불법복제, 바이러스 유통 등에 취약

 

NFT는 디지털 세상과 그 안에서 생활이 실제 생활과 연계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의 경제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도 관심이 높습니다. 다만, NFT의 전 세계적인 열풍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늘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악용사례는 불법 복제 파일을 NFT로 거래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8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세르비아의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애니메이터 쇼림(Sholim)은 오픈씨(OpenSea) 등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자신의 작품 122개가 불법 복제, NFT화 돼 판매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불법 복제된 작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역시 사기 피해를 입었고요.

NFT는 컴퓨터 악성코드 전파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도 있습니다. 유명 디지털 아티스트 Fvkrender는 악성코드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해 6월 NFT로 된 파일을 받아 오픈했는데, 파일 안에 있던 악성코드가 디지털 지갑(digital wallet: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는 서비스)을 공격해 400만 달러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탈취당한 바 있습니다.

 

 

사기 추적, 발각 힘들어법의 보호도 부족

 

이런 사기 사건이 일어나고 피해를 입어도 추적하기가 힘든 점이 더 문제입니다. NFT화 된 파일이 아티스트들의 동의 없이 불법 복제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만든 진품인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건데요,

NFT 마켓에서 적극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은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해 디지털 아트의 진품 여부를 인증하는 기업들과 계약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기업에는 베리스아트(Verisart), CXIP, 시즈아트(Seezart), 코덱스(CODEX)등이 있습니다.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 분산 금융)의 발달도 사기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금융 거래 내역이 분산 처리돼 사기 사건 당시의 거래 정보, 거래자 추적이 힘듭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NFT 사기를 당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경우 NFT 거래는 법적으로 공인된 시장에서 투자가 아닙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나 금융산업 규제국(FINRA)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한국 역시 NFT 거래와 관련된 보호법이나 사례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까지 NFT는 자산 가치 변동성 외에도 저작권 분쟁 리스크 또한 존재합니다.

 

 

오른 NFT 저작권 분쟁미라맥스, 타란티노 감독 고소

 

대체불가토큰(NFT)을 둘러싼 소송전도 펼쳐졌습니다. 저작권 이슈 때문인데요. 주인공은 영화 ‘펄프픽션’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제작사 미라맥스(Miramax)입니다. 영화 펄프픽션은 타란티노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세계적으로 히트를 한 작품입니다. 배우 존 트라볼타와 우마 서먼이 춤을 추는 장면으로도 잘 알려진 영화입니다.

 

 

 

 

지난해 11월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라맥스는 타란티노 감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계약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펄프픽션 최종 편집에 포함되지 않은 7개의 미공개 장면 대본과 음성 해설 등을 NFT로 발행해 경매에 부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미라맥스가 여기에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소송에 불이 붙었습니다. 

당시 타란티노 감독은 “나의 정신과 창조적인 과정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NFT는 온라인 장터인 오픈시(OpenSea)에서 경매에 부쳐진다고 하는데요. 이 NFT 소유자만이 미공개 장면 등을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미라맥스 측은 “타란티노 감독이 미라맥스의 영화 판권을 일방적으로 자본화하기 위해 NFT를 부적절하게 홍보하고 배포했다. 고의적이고 계획적으로 돈을 챙긴 사실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NFT와 관련한 모든 권리를 방어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시대 흐름 뒤처진 규정피해는 누구 ?

 

NFT는 소유권과 저작권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옵니다. 성소라 전 워싱턴대 교수는 그의 저서 ‘NFT 레볼루션’에서 NFT와 소유권을 논의할 때 저작권 문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고 지적했는데요. 

NFT가 판매되면 NFT 소유권은 구매자에게 이전되지만, 자산 자체에 대한 저작권까지 이전되지는 않습니다. 저작권은 원작가가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구매자에게 소유권만 넘기는 형태입니다. 

소유권과 저작권을 분리해 거래되도록 한 것이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성 교수는 분석했는데요. 성 교수는 “원작자와 구매자 사이에 의도치 않는 법적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서 “제도적인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