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Marketing>을 읽고

 
 

헤겔의 변증법으로 많이 알려진 ‘정-반-합’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실 헤겔의 철학을 이처럼 단순 명료하게 도식화한 것은 하인리히 모리츠 살리베우스이다)

 

 

정반합을 언급하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사진 출처 : 유튜브 ‘디글’

 

 

쉽게 말하면 최초의 명제(정, Thesis)가 그것을 부정하는 명제(반, Antithesis)와 충돌한 후 일정한 합의점에 도달하여 새로운 명제(합, Synthesis)가 되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1. 매일 운동을 하자. (정, Thesis)
  2. 매일 집에서 휴식을 취하자. (반, Antithesis)
  3. 주 3일은 운동을 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자. (합, Synthesis)

 

이렇게 정-반-합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 이유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이 ‘정’에 해당하는 기존의 마케팅 이론들을 대차게 까는 일종의 ‘반’에 가까운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시 팔리는 것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R.E.D. Marketing>이다.

 

 

사진 출처 : Amazon.com

 

 

이 책의 저자인 그레그 크리드와 켄 멘치는 미국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선도한 마케터들로, KFC와 타코벨의 두 자릿수 성장을 이끌며 본인들의 마케팅 역량을 증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 책에서 먼저 기존 마케팅 이론과 마케터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천명하고 시작한다. 대략 다음과 같다.

 

 

  1. 고객을 이성적인 메시지와 방식으로 설득해야 한다?

훌륭한 이야기다. 단, 인간은 뿌리 깊게 비이성적이며 대부분의 경우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모르고, 당신에게 그것을 표현할 수도 없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행동 경제학 분야가 이러한 (잘못된 가정에 의한) 수수께끼로부터 탄생했다.

 

  1. 고객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물론 당신은 때때로 어떠한 물건/서비스를 사랑하기 때문에 구매를 할 것이다. 그런데 마케팅 메시지를 이러한 감정으로부터 도출하려고 한다면? 결국 실패할 것이다. 결과물은 필연적으로 독특하지 않을 것이며, 터무니없을 정도로 감상적일 테니까 말이다.

 

  1.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 목적의식이 당신(상품과 서비스를)을 독특하게 만들고 당신이 그러한 메시지를 처음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파타고니아(Patagonia)나 도브(Dove)가 아니라면 다른 부분에 집중해서 메시지를 찾길 바란다.

 

– <R.E.D. Marketing> 중 –

* 본인 번역 (일부 편집 및 요약)

 

 

아마 책 초반부터 팩폭이라고 느끼는 마케터가 많을 것이다. 저자가 틀렸다고 말한 세 가지 모두 현재 마케팅 업계에서 많은 빈도로 이야기되고 또한 그것을 근거로 많은 마케팅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대안이 없는 비판은 공허해지기 마련인데, 저자들은 지체 없이 본인들의 대안을 제시하여 공허함이 들어올 여지를 바로 차단해버린다. 바로 R.E.D.를 통해서.

 

 

  1. R(elevance): 연관성

1-1. 문화적 연관성

사람들은 본인과 문화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집단에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브랜드를 가치 있게 여긴다. 대세가 되어가는 문화적 코드를 당신의 브랜드에 독특한 방식으로 주입하라.

 

1-2. 기능적 연관성

브랜드를 성장시킨다는 것은 브랜드의 CUO(Category Use Occasion, 카테고리 사용 사례)를 성장시킨다는 말을 의미한다. 당신의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의 CUO를 면밀히 측정하고 쉽게 접목할 수 있으면서도 브랜드에 적합한 CUO는 무엇인지 확인하라.

 

1-3. 사회적 연관성

사람들이 당신의 브랜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높은 확률로 당신의 브랜드를 구매할 것이다. 파티에서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할만한 거리를 만들고 당신의 특이한 브랜드 자산(DBA, Distinctive Brand Assets)에 레버리지를 일으켜라.  * 우리나라에 적용하자면 브랜드는 인싸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1. E(asy): 용이성

2-1. 기억 용이성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당신의 브랜드에 대한 기억 구조를 심어야 광고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니 (광고를 할 때) 틈새시장을 겨냥하지 마라. 당신의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저비용 매체를 활용하라. 또한 광고는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서 기억에 남게 해라.

 

2-2. 접근 용이성

(고객이) 쉽게 접근해서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승리한다. 구매과정에서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그런 것들이 있다면 없애거나 최소화하라.

 

  1. D(istinctiveness): 특이성

독특하면서(unique) 고유성이 있으며(ownable) 일관성을 갖는(consistent) 브랜드 자산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브랜드는 지각적 효용(mentally available)이 크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있어서 변화를 우선하는 브랜드보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브랜드가 우위에 선다. 마케터로서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특이한 브랜드 자산(DBA)을 찾고 그것을 일관성을 갖고 밀어붙여라.

 

– <R.E.D. Marketing> 중 –

* 본인 번역 (일부 편집 및 요약)

 

 

 

사진. 코카콜라 홈페이지 캡처

 

 

R.E.D. 를 설명하면서 저자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특이한 브랜드 자산(DBA)‘이다. 이 DBA를 만드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하는데 간략하게는 다음과 같다.

 

 

특이한 브랜드 자산(DBA) 만들기

 

  1. 캐릭터를 만든다 (예: 진로의 두꺼비)
  2. 독특한 브랜드 세계(관)를 만든다 (예: 애플의 브랜드 생태계)
  3. 일관성 있는 광고 구조(Ad Framework)를 만든다 (예: 스니커즈의 “출출할 때 넌, 네가 아니야” 광고)
  4. 기억에 오래 남는 CM송, 메시지, 슬로건(Taglines)을 만든다 (예: 나이키의 Just Do It)
  5. 고유한 대표 사운드(Key Sounds)를 확보한다 (예: 넷플릭스의 오프닝 사운드)
  6. 고유한 상품/서비스를 확보한다 (예: 상품명이 일반명사가 된 스카치테이프)
  7. 특이한 스턴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예: 레드불의 성층권에서의 자유낙하)
  8. 고유한 대의명분을 자산화한다 (예: 환경을 생각하는 파타고니아)
  9. 특정한 모양을 자산화한다 (예: 코카콜라의 병 모양)
  10. 특정한 행동을 자산화한다 (예: 써니텐의 “흔들어주세요”)

 

– <R.E.D. Marketing> 중 –

* 본인 번역 (일부 편집 및 요약)

* 일부 예시는 본인이 작성

 

 

이 외에도 저자들이 R.E.D. 를 주장하는 근거와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들이 이 책에 나와있다. 일부는 기존의 마케팅 이론과 결을 같이 하나 상당수는 결을 달리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정-반-합에서 ‘반’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정’에 해당하는 기존의 마케팅 이론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 가득한 책이니 말이다. 이제 독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합’을 만드는 일이다. 기존의 마케팅 이론과 이 책에 나온 대안을 면밀히 살피고 이 둘의 충돌지점에서 유일무이한 나만의 마케팅 전략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제 나만의 마케팅 합(Synthesis)을 만들어 그것을 다시 정(Thesis)으로 제시할 때다.

 

 

캡선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