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Together: Pair writing

 

 

UX 라이팅에 대한 정의는 넘쳐난다. 어디에 방점을 두는지에 따라 표현도 가지각색이다. 100개의 정의에는 100개의 인사이트가 담겨있다. 이 일을 시작하던 때는 타인이 내린 정의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라 마치 내 생각인 양 삼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미숙하더라도 다양한 경험 속에서 나만의 정의를 찾고,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 그런 만큼 밖으로 꺼내고픈 이야기가 많이 생겼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일’ 관점에서 UX 라이팅(터)을 바라보며 든 생각의 조각들을 늘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는 나름의 목마름이 담겨 있다. ‘UX 라이터라면 이렇게 한번 일해봐야지’하는 일종의 로망도 담겨 있다. 녹록지 않은 일터에서 깨달은 심심풀이 교훈도 덧붙였다.

 

 


 

 

UX 라이터가 독고다이 하지 않으려면

  

 

“버리세요”

 

 

 

 

① 이분법(좋다/나쁘다)으로 가치 판단하기

UX 라이팅에 정답은 없다. 상황별로 더 나은 표현만 있을 뿐. 상대를 설득하려면 ‘이 표현’이 왜 더 나은지를 고민한 깊이만큼 전하면 그만이다. 표현방식에 있어 옳고 그름 식의 평가야말로 옳지 않다.

 

② 확증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결국은 사용자를 위한 글을 쓰는 일이다. ‘내’가 알고, ‘내’가 느낀 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과한 믿음은 버려야 한다.

 

③ 자기 기준에 따라 결정 내리고, 그 기준을 뒷받침할 궤변 찾기

작성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나갈 때 자기 생각만 고집하다 보면, 결국 일관성이 무너진다. 논리 없이 궤변으로 쌓은 벽은 쉽게 무너지는 법이니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답이 아닐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편견에 빠지지 않는다.

 

④ 나라면 이렇게 썼을 거야 식으로 쉽게 말하기

창작은 어렵지만 비평은 쉽다. 다른 사람의 결과물에 대한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다.

 

⑤ 대상에 대한 애정 없이 글쓰기

자신의 일에 애정이 있다면 단순 워싱도 기계적으로 하지 않는다. UX 라이팅에 대한 애정 없이 ‘할 수 있으니까’ 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가지세요”

 

 

 

 

 

최상의 UX 콘텐츠를 도출해야 하는 건 UX 라이터의 책임이지만,

최선의 표현을 할 수 있는 인물은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 Let UX writers pair write

 

UX 라이터의 업무범위는 곧 라이터에게 기대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여러 업무 관계에서 그냥 writer가 아닌, UX writer로서 참여하려면 ‘같이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나에겐 UX 라이터 동료나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등과 ‘페어링’하는 글쓰기가 혼자 쓰는 것보다 더 나은 효과를 가져올 거란 믿음이 있다. 함께 생각을 나누다 보면 통찰력이 생기고, 작업과정 자체도 수월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통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 무엇보다도 UX 라이터의 머리에서만 최선의 표현이 나오리란 법도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 더 나은 표현을 이끌어 낼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괜찮지만, 뭔가 조금 부족한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함께 브레인스토밍 하면서 디벨롭시켜 나가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나보다 둘이 낫다는 진리. 사일로를 허물고, 동료와 함께 쓰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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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와 디자인 사이의 괴리를 메우려면

UX 라이팅과 UX 디자인의 결합이 필요하다.

 

 

# Writing is designing

 

■ 올해부터 조금씩 피그마로 디자인 툴을 다뤄보고 있다. 이걸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디자이너의 마음이 되어보기 위해서다. 글쓰기 도구 중 하나로 디자인상에서 텍스트를 편집하는 툴과 과정을 경험해 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전에서도 디자이너와 같은 툴을 활용하면 더 빠르게 텍스트를 수정할 수 있기도 하고, 보다 정확한 맥락에서 플로우를 바라볼 수 있다. 물론 UX 디자이너와 UX 라이터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무엇보다도 아이디어를 시각화한다는 개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워드 파일에 글을 쓰는 것과 다른 모습(방식)으로 텍스트를 인지할 수 있어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다.

 

■ UX 라이팅 스펙과 디자인 스펙이 공존하는 환경이라면,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UX 라이터가 선택한 워딩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설득하는 일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 백문이불여일견인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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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늘 눈앞에 나타나는 다른 반짝이는 대상을
쫓아가겠다며 위협한다.
궁금해 하는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 마음은 오래도록 머문다.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이 글의 시작은 나의 목마름에서 비롯됐다. 반쪽짜리 UX 라이터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자 갈피를 잡기 위한 방향키로 삼고자 쓴 글이다. 나는 UX 라이터의 일에 궁금한 마음이 크다. 단순 호기심이 아니다. 날마다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때론 벅차다. 하지만 내가 궁금해 하는 그 세계로 가기 위해선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 느지막이 뛰어든 이 세계에 좀 더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Maudie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