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브랜드에게 다수의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확보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고객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제품 관련 콘텐츠는 그 자체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가 됩니다. 

그 재료들을 조금만 다듬으면 비싼 돈을 들여 찍은 광고보다 브랜드의 가치를 더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죠. 

 

 

하지만 작은 브랜드가 좋은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꾸준히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고객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이 부분에서 많은 갈증을 느꼈는데요. 지금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퀄리티 있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 고민에서 출발한 제 작은 아이디어를 공유해드리려고 합니다. 아직 초안 수준의 아이디어이니 혹시 더 좋은 의견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이디어는 꽁꽁 숨길 때보다 함께 나눌수록 그 힘이 더 커지는 법이니까요. 

 


 

1. 문제

 

지금의 마케팅 환경에서 필요한 콘텐츠는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콘텐츠입니다. 때로는 한 명의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찍 숏폼 영상 하나가 마케팅팀이 기획해서 만든 10개의 영상보다 더 큰 바이럴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제 모든 콘텐츠를 브랜드가 혼자 다 만드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고객과 함께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작은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를 다수 얻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통 처음에는 고객에게 부탁하기 어려워 직접 만들어봅니다. 어떻게 든 고객의 관점에서 찍어보려 기획과 연출을 해보지만 실제 고객의 촬영물만큼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러다 몇몇 고객들에게 부탁도 해보는데 결과물이 아주 조금씩 아쉽습니다. 우리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양한 고객들의 모습을 편집해 SNS 피드에도 올리고 싶고, 숏츠도 만들고 싶고, 광고 소재도 만들고 싶은데 그 재료가 될 영상이나 사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작은 기업의 마케터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겁니다.

 

‘누가 우리 제품 쓰면서 매일 영상이나 사진 좀 찍어서 보내줬으면 좋겠다…’

 

 

 

2. 지금의 대안

물론 지금도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보통 아래 4가지 방법을 많이 이용합니다. 

 

  1. 브랜드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사용자가 되어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2. 다양한 채널의 인플루언서들에게 제품과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 제작 + 발행을 요청한다
  3. 2.의 작업을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대행사에 의뢰해 제품, 비용, 수수료까지 지불한다
  4. 사진/영상 리뷰 OR 바이럴이 될만한 촬영물 제공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직원들을 갈아 넣는 1)의 방법을 계속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자연스러운 고객의 이야기보다 회사 내부의 시선이 더 많이 담기기도 할 거고요. 2), 3)의 방법은 건 단위로 비용이 계속 듭니다. 보통 예산이 적으면 다수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과의 일회성 협업(그들의 채널에 업로드하는 방식)을 진행합니다.

좋은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얻는다기보단 특정 키워드 검색 시 노출량을 확보하는 게 목적입니다. 일부 인플루언서의 경우 본인의 콘텐츠를 브랜드가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추가 금액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투자 대비 효율이 너무 떨어집니다. 4)의 방식도 단편적인 방법은 될 수 있지만 다수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지금보다 우리 브랜드에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높은 퀄리티의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꾸준히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3. 해결책 

식사 시간대만 되면 바쁘게 동네를 누비는 수많은 배민 라이더분들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우리 브랜드의 신규, 기존 고객들의 부업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일상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간단한 콘텐츠를 꼭 인플루언서들만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 주변만 봐도 웬만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보다 스마트폰 사진이나 영상을 더 잘 찍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자신의 채널을 수익의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을 뿐이죠. 

만약 브랜드가 자신의 고객들과 관계를 맺고 일상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어떨까요? ‘돈을 줄 테니 당신 채널에 한 번 올려달라’가 아니라 ‘저희 제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써보면서 느껴지는 것들을 기록해서 전해주시면 보상을 드릴게요’의 관점으로 접근해 보는 거죠. 

모든 리뷰 콘텐츠가 얼굴이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니 한 사람이 여러 콘텐츠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배경과 상황만 바뀌면 또 다른 콘텐츠가 되니까요. 일회성 리뷰로 끝나지 않으면 고객도 콘텐츠에 대해 고민을 여러 번 할 겁니다.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도 점점 높아지겠죠. 이럴 때 고객들이 참고할 수 있는 촬영 팁이나 기획 아이디어를 함께 제공해 주면 콘텐츠의 평균 퀄리티도 더 높아질 겁니다. 좋은 콘텐츠에는 더 큰 보상을 주는 게임 요소도 적용해 볼 수 있겠네요. 

브랜드가 만들 콘텐츠에 쓰일 사진과 영상을 모으는 데는 이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참여하는 고객들과는 더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을 거고요. 작은 브랜드의 마케터라면 아래처럼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몇 차례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일정 금액으로 보상을 해서라도 얻고 싶은 사용자 콘텐츠의 기준과 수량을 명확히 정한다
  • 고객들이 콘텐츠를 촬영해서 우리에게 보낼 통로를 설계한다 (처음에는 카톡 등의 기존 서비스 활용)
  • 스마트폰 하나로 소소한 부수익을 올리고 싶은 10~20명의 고객들을 모집한다
  • 한 차례 짧은 모임을 통해 간단한 교육을 제공한다 (보상 가이드, 최소 수량, 촬영 혹은 기획 팁 등)
  • 고객들은 일상의 다양한 장소, 상황, 공간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영상, 사진 등을 촬영해 우리에게 보낸다
  • 월 단위로 보상 기준에 부합하는 콘텐츠에 보상금을 지급한다
  • 약 3개월 후에 다시 1)로 돌아가 또 다른 고객들을 모집해 다양성을 더하고 + 첫 프로세스에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최적의 프로세스를 찾는다

 

블로그,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한 번의 콘텐츠 업로드를 기준으로 약 2~5 만원 사이의 금액을 받습니다. (채널의 크기에 따라 다릅니다.) 브랜드의 고객에게 여러 장의 사진과 짧은 길이의 영상을 무편집으로 제공받는다면 이보다 훨씬 더 저렴한 금액으로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다수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내가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 디자인해서 콘텐츠로 활용하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 더 커질 수 있을 거고요.

 

4. 아예 사업화를 한다면

글을 적다 보니 아예 플랫폼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맘에 드는 브랜드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부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고객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까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시작할 수 있으니 진입장벽도 낮고요. 

브랜드 입장에서도 ‘콘텐츠 생산자로서’ 자신의 제품에 관여해 줄 적극적인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한 번쯤은 참여해보고 싶을 겁니다.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제품, 서비스의 매력도를 냉정하게 평가받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요.   

 

만약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면

  • 작은 브랜드 : ‘우리 브랜드를 직접 써보고 꾸준히 콘텐츠를 제공해 줄 고객을 만나는 플랫폼’
  • 고객 : ‘매력적인 브랜드의 제품, 서비스를 써보면서 사진, 영상을 제공해 부수익도 올리는 플랫폼’
  • 촬영한 사진, 영상을 해당 브랜드에게 쉽게 원본으로 전할 수 있는 기능 
  • 브랜드와 고객이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별 페이지 개설 기능
  • 경쟁력 있는 촬영물을 만드는 팁을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 제공
  • ...

(그냥 아이디어라 쉽게 적어놨지만 플랫폼을 만드는 게 뚝딱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당연히 훨씬 더 깊이 있는 시장분석과 서비스 기획,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 등이 필요합니다. 그냥 ‘이럴 수도 있겠다’는 가벼운 생각 정도로만 받아들여 주세요.) 

 

 

적어도 3번의 해결책은 브랜드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바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엄청난 촬영 인력과 연예인 모델들을 섭외해 만드는 대기업들의 광고도 결국 그 알맹이는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이야기’입니다.우리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우리의 광고, 콘텐츠에 실어보세요. 화려함만 살짝 내려놓으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도 알맹이를 챙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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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