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엄청난 강진이 덮쳤습니다.

 

 

건물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엄청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반도체에 관심을 갖고 있으신 분들은 이 소식부터 주목하셨을 것 같은데요.  바로 “TSMC는 무사한가?”일 것입니다. TSMC는 대만 사람들에게 ‘호국신산’이라고 불릴 만큼 대만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입니다.

 

 

 

 

위 그래프는 대만의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기업을 정리한 것인데요. TSMC가 압도적인 1위입니다. 2위 폭스콘과 비교해도 약 10배의 차이를 보이죠. 그야말로 TSMC가 대만 경제에 차지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23년 4분기 기준하여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의 61% 이상이 TSMC를 통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파운드리 업계에 있어서 TSMC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지진은 TSMC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이번 대지진은 대만 전역을 진동하게 했습니다.

 

 

 

 

이 지진으로 인해 TSMC 공장도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지진은 대만 동남부를 강타했습니다. 하지만 강도 7.2의 강진이 강타를 하면서 대만 전 지역을 흔들었고 TSMC 주력 공장이 위치한 신주 과학단지 주변, 타이중 공업단지 주변에도 약 4.5~5 정도의 진동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TSMC의 첨단 반도체 장비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TSMC는 지진이 발생하자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각 공정들이 굉장히 유기적으로 얽히고 섥혀 있습니다. 반도체 회로 패턴은 최첨단 공정의 경우 3나노미터에 달하는 초 미세 공정입니다. 만약 공정에 웨이퍼가 투입되어 제조 공정 중에 있었다면 지진으로 지면이 흔들리는 와중에 공장 가동까지 중단된 상황이라면 회로 패턴이 틀어지겠죠. 그야말로 투입되었던 웨이퍼 전체는 폐기 처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반도체 공장에 몇 분간 전기가 정전 되는 사태만 벌어져도 피해 규모가 수천억에 달하고 공장이 정상화 되는 데에도 몇 개월이 걸린다는 뉴스를 드물게 접하셨을 것입니다. 일본의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도 정전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은 바가 있습니다. 자동차 기업이야 정전으로 공정이 멈추더라도 전기가 다시 들어오면 공정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는 달라요. 실리콘 웨이퍼에 전기적 성질을 띠게 만들기 위해 수많은 약품이 첨가되고요. 나노미터 단위의 세밀한 회로 패턴이 새겨지게 됩니다. 전기가 멈췄다가 다시 들어오면 이어서 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안 됩니다. 투입되었던 웨이퍼는 모두 폐기고요. 장비들도 정전으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정비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정전만 되어도 몇 천억 단위의 큰 손실이 일어나는데 TSMC 공장은 한 달에 수십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가팹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지진때문에 진동이 일어났죠. TSMC의 공정에는 ASML의 EUV 장비가 투입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EUV 노광기의 핵심은 중심의 EUV 광원을 쏘아주는 플라즈마 발생기와 이를 반사시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수많은 반사경들의 조합에 있습니다. EUV 광원은 매우 단파장의 강력한 플라즈마입니다. 하지만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요. 불화 아르곤 광원이나 불화 크립톤 광원처럼 렌즈를 거쳐 집광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플라즈마가 렌즈에 흡수되어 집광이 되지 않고 산란되어 버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EUV 광원은 렌즈를 통해 집광하지 않고요. EUV 광원이 대기로 인해 입는 산란과 손실을 최소화하고 회로 패턴이 새겨진 포토마스크에 정확하게 조사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반사경을 설치합니다. 반사경은 EUV광원이 포토 마스크에 제대로 조사되도록 각도를 조정하고, 그 강도를 증폭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반사경의 각도도 매우 치밀하게 계산되어 설치되었기 때문에 매우 조금의 틀어짐도 허용할 수 없죠.

 

그런데 지진으로 인해 공장 전체가 흔들려버렸습니다. ASML에서 수리팀을 급파했다는 뉴스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장비에 타격을 입은 것임을 직감할 수 있죠. 현재 공정 가동률이 80% 정도까지 복구 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도 현재 투입되어 있는 모든 웨이퍼를 폐기처분하고 새로운 웨이퍼가 투입되어 제품이 양산되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3개월에서 4개월이 걸립니다. 안 그래도 엔비디아 AI 가속기 등은 전 세계적으로 로딩이 걸려 있는 상황인데 TSMC가 강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으면서 당분간 공급 부족사태가 이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일단 메모리 부문과 파운드리 부문을 분리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TSMC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파운드리 부문을 살펴보겠습니다.

 

파운드리 부문은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TSMC가 투입된 웨이퍼를 폐기처분하고 공장을 정비한 뒤 생산 공정을 재가동시켜 양산품이 다시 나오기 시작하는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삼성에게는 기회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TSMC라는 가장 탁월한 선택지가 난항을 겪는 현 상황에서 팹리스 기업들이 선택 가능한 선택지는 삼성과 인텔이 있을 것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3나노 GAA 공정을 양산 중이고, 인텔은 4나노 미티어레이크 양산에 성공하였지만 공정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에는 첨단 공정의 칩을 생산하기 위해선 TSMC와 삼성 이라는 양자택일 구도였지만 이제 인텔이 첨단 공정에 가세하면서 3자 택일 구도로 재편되었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아직 첨단 공정의 생산 케파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즉 아직까지는 양자택일 구도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TSMC와 계약관계에 있는 팹리스들을 빼앗아 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신규로 칩을 맡기려고 하는 빅테크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게다가 현재 빅테크들은 탈 엔비디아를 외치면서 자체 칩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MS 등은 이미 자체 AI 칩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TSMC라인이 차질을 빚는다면 다음 낙수효과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인텔은 첨단 공정 케펙스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한 물량을 삼성에서 커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으로서는 기회의 전기를 마련한 만큼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남의 불행에 편승한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TSMC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에 가려 기술력을 과시할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던 만큼 지금처럼 삼성에게 큰 기회의 장이 열리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정화를 이룬 4나노 공정을 중심으로 3나노 GAA로 고객군을 확대해 나가는 쪽으로 전략을 세운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반면 SK 하이닉스의 경우에는 된서리를 맞은 격이 되었습니다.

 

엔비디아, AMD, 인텔 등 TSMC에 외주를 맡기고 있는 주요 팹리스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특히나 엔비디아 같은 경우 H100, B100 등 주요 AI 가속기들을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더 컸습니다.

 

이와 함께 된서리를 맞은 우리 기업은 현재 H100에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 하이닉스입니다.

 

 

 

 

당장 큰 손실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라인의 생산이 차질을 빚은 만큼 HBM 공급에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곧 시장의 불안감으로 표출되었습니다.

 

 

 

 

하이닉스의 4월 5일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대만 지진의 여파라고만 설명될 수는 없는 현상이긴 하지만 큰 영향을 끼쳤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대만 지진과 관련한 반도체 업계의 현황을 리뷰해 보았습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수혜기업 리스트에 올랐지만 전체적으로 반도체 주의 약세속에서 큰 상승을 보이진 못했습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의 지진으로 인한 가동 중단의 여파는 당분간 AI 반도체 열풍에 부정적 영향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 이슈가 불거진 만큼 안그래도 비싼 AI 가속기의 가격이 한층 더 비싸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TSMC는 라인 복구를 거의 마무리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생산했던 웨이퍼를 폐기하고 새롭게 생산하기 위해선 적어도 4~5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여파가 쉽게 가시진 않을 것입니다.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만큼 이번 지진을 계기로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남의 불행에 편승하여 기회를 논하기는 조금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부디 대만이 지진의 아픔으로부터 빠르게 헤어나올 수있길 기원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강성모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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