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을 이야기하기 전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요. 바로 ‘브랜드’라는 단어의 의미죠.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한동안 유행하다가 이제는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죠. ‘브랜드 가치’, ‘브랜드 전략’, ‘리브랜딩’ …
이제 이런 단어를 흔하게 들을 수 있지만, 정작 브랜드가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주변에서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도대체 브랜드가 뭐야?”
그러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브랜드에 대한 정의를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브랜드에 대한 오해가 많다는 걸 새삼 느끼곤 합니다.
대표적인 오해 몇 가지를 살펴볼게요.
1. 브랜드 = 로고/디자인
브랜드를 시각적인 요소(로고, 패키지, 색상)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로고는 브랜드를 표현하는 도구일 뿐, 브랜드는 고객 경험, 신뢰, 감정적 연결을 포함한 관계를 형성해야 하죠.
2. 브랜드 = 명성
브랜드를 단순히 기업의 평판이나 인지도로만 생각하는 오해가 있어요. 실제로 브랜드는 기업이 고객에게 하는 약속과 소비자가 느끼는 인식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살아있는 개념이에요.
3. 브랜드 = 이름
제품명이나 회사명만으로 브랜드가 완성된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이름은 브랜드의 한 부분일 뿐, 그 뒤에 핵심 가치와 남다른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브랜드가 됩니다.
4. 브랜딩 = 단기 캠페인
브랜딩을 일회성 홍보나 디자인 변경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브랜딩은 오랜 시간에 걸쳐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며,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해야 해요.
5. 브랜드 = 외부 제작물
브랜드 구축을 외부 대행사에 맡기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진정한 브랜드는 내부 문화와 구성원들의 행동에서 비롯되며, 임직원들이 브랜드 가치를 실천할 때 비로소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만들어져요.
그래서, 대체 브랜드가 뭐냐고요? 사실 하나로 딱 정해진 건 없어요. 학자마다,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죠.
데이비드 아커(David Aaker)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이름이 아닌 충성도, 인지도, 지각된 품질, 연상, 독점적 자산으로 구성된 자산(Brand Equity)이며,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연결고리다.” 미국마케팅협회(AMA) “이름, 용어, 디자인, 상징 등으로 구성되며, 경쟁사와의 차별화 및 소비자 인지 강화를 목표로 한다.” 케빈 레인 켈러(Kevin Lane Keller) “브랜드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떠올릴 때 활성화되는 감정, 경험, 믿음의 총체이며, 강력한 연상이 충성도로 이어진다.” |
그런데 여기선 한 단어로 정리해 볼게요. 시대별로 달라지는 브랜드의 의미를 살펴보면 한 단어로도 이해가 될 거예요.
시대별로 달라지는 브랜드의 의미

1. 선산업 시대 – ‘표식’
브랜드는 ‘이건 내 거야’라는 표시였어요.
이 시기는 자급자족과 수공업 중심의 사회였어요. 물건은 손으로 직접 만들었고, 거래는 가까운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졌어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얼굴을 아는 구조였기 때문에 신뢰는 인간관계 안에서 보장됐죠. 하지만 점차 거래 범위가 넓어지고, 비슷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건 내가 만든 거야’를 표시할 필요가 생겼어요. 그래서 불에 달군 쇠를 찍거나, 자신만의 문양을 새겼어요. 이 시대의 브랜드는 말 그대로 표식이자 낙인이었어요. 누가 만들었는지를 구분하는 도장이었고, 위조를 막고 신뢰를 지키기 위한 장치였죠.

중세 유럽의 장인 문양이 대표적인 예시예요. 중세 시대의 장인들은 자신이 만든 제품에 고유한 문양을 새겨 넣어 자신의 작품임을 표시했는데요. 이는 초기 형태의 브랜드였습니다.
2. 산업화 시대 – ‘출처’
이 시기 브랜드는 ‘이 제품은 이 회사 거예요’라는 출처였어요.
1850년대 이후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인류는 처음으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게 됐어요. 제품은 손이 아니라 기계로 만들어졌고, 철도와 운송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전국 단위 유통이 가능해졌죠.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가 이제 생산자를 직접 알 수 없게 됐다는 것이에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졌고, 신뢰는 더 이상 인간관계로 설명되지 않았어요. 이때 브랜드는 출처의 증명 수단이 되었어요. 이 제품은 어떤 회사에서 만들었고, 이 로고가 있으면 일정한 품질을 기대해도 된다는 보증의 역할을 했죠.

코카-콜라의 컨투어 병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1900년대 초에 코카-콜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요. 경쟁사들이 유사품을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당시 병은 직선 형태라 모방하기 쉬웠거든요. 이를 막으려고 병에 로고를 새겼지만, 그마저도 똑같이 따라 했어요. 그래서 만든 게 1915년에 디자인된 코카콜라의 독특한 병 모양이에요. 병을 통해서 브랜딩을 했고, 그 목적은 출처를 명확히 하는 것이었죠.
3. 대중소비 시대 – ‘약속’
이 시기에 브랜드는 ‘믿을 수 있는 약속’이 되었어요.
1920~50년대는 광고의 시대였어요. 라디오, 신문, 잡지 같은 매스미디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기업은 브랜드를 전 국민에게 알릴 수 있게 됐어요. 게다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지나며 중산층 소비가 본격화됐고, 사람들은 한 번 써본 물건을 다시 찾는 반복 구매의 흐름에 익숙해졌죠. 이 시기 브랜드는 언제 사도, 어디서 사도 같은 품질을 보장하는 약속이었어요. “이 마크가 있으면 믿을 수 있어.” 브랜드는 점점 기대를 만들고, 습관이 되고, 결국 충성이 되는 구조로 진화했어요.

캠벨 수프의 빨간색과 흰색 라벨이 대표적인데요. 1898년에 도입된 이 디자인은 브랜드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상징하며,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미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4. 마케팅 전략 시대 – ‘차별화’
이 시기 브랜드는 ‘고유한 위치’가 되었어요.
60~80년대는 물건도 넘쳐나고 광고도 넘쳐났어요. 뭘 만들어도 비슷한 제품이 이미 있고, 소비자는 선택에 지쳐가는 시대였죠. 이 시기 브랜드는 선택의 기준점으로 작동했어요. “우리는 다른 브랜드와 무엇이 다른가?”, “이 브랜드는 어떤 사람에게 적합한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게 브랜드 전략이었어요. 광고 문구, 슬로건, 디자인, 콘셉트까지 모두 브랜드의 ‘전략 자산’이 됐죠.

BMW의 “The Ultimate Driving Machine”, 1975년에 도입된 이 슬로건은 BMW의 고성능 차량 이미지를 강화하고, 브랜드의 고유한 위치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어요.
5. 소비자 정체성 시대 – ‘정체성’
그리고 지금, 브랜드는 ‘나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어요.
90년대 이후, 브랜드는 단지 ‘좋은 제품’을 뜻하는 걸 넘어섰어요. 사람들은 브랜드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하려고 하죠. 브랜드가 ‘소비재’가 아니라, 정체성을 담은 상징이 된 거예요.
더글라스 B. 홀트(Douglas B. Holt)는 <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죠.
“아이코닉 브랜드는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판매한다. 그들은 특정 시대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문화적 신화’를 창조한다.”
브랜드는 정체성을 담는 기호가 되었어요. 사람들은 브랜드를 통해 “나는 이런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야”,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봐”라고 말하기 시작했죠. 브랜드는 더 이상 제품만을 뜻하지 않고, 그걸 고른 소비자의 취향, 태도, 가치관까지 상징하는 도구가 됐어요.

Apple의 기기를 사는 사람은 단순히 전자기기가 아니라, 창의성과 반문화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었어요.
Muji는 절제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대표적 취향 브랜드죠.
Patagonia는 환경주의와 윤리 소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브랜드예요. 옷을 팔기보다 철학을 전달하죠.
브랜딩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맥락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시대가 바뀌면서 그 역할이 점점 커졌으니까요. 표식에서 출처로, 약속에서 차별화로, 그리고 정체성으로. 그래서 결국, “브랜드가 뭔데?”라는 질문에 한 단어로 답하면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랜드는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고, 그 존재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에요. 겉모습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방향과 태도, 그리고 믿음까지를 포함해요.
결국 브랜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응축된 대답이에요.
결국, 퍼스널 브랜딩도 정체성의 문제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개념도 이 시대별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퍼스널 브랜딩이 단순히 ‘멋지게 보이는 포장’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과거엔 소속이 나를 말해줬어요. 어디에 다니는지, 어떤 타이틀을 가졌는지가 중요했죠. 그다음엔 능력과 차별성이 브랜드가 되었어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가 중심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가, 살아가고 있는가, 이게 사람의 브랜드가 되었어요. 퍼스널 브랜딩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예요.그리고 그 이야기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서부터 시작되죠.
느낀표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