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에서 세 개의 상을 한꺼번에 가져오고, 유니프랑스가 주관하는 배급·마케팅 성과 평가에서 전 세계 1위에 오른 회사. 그 이면에서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마켓에서 한 편 한 편 직접 살펴보고, 관객과의 접점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2년 첫 배급작 <시스터>를 시작으로 <가버나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애프터썬>, <추락의 해부> 등 국내 아트하우스 관객에게 굵직한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그린나래미디어. 올해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작 <센티멘탈 밸류>까지 더해지며 이름값을 다시 한번 증명했는데요.

 

그린나래미디어에서 13년 넘게 수입·배급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병규 팀장님을 만나 작품을 고르는 기준, 불가항력적인 변수들과 맞서는 방식, 그리고 빠르게 재편되는 시장 속에서 독립 수입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습니다.

 

 


 

 

비전공자이기에 오히려 가능했던 것

 

 

Q.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그린나래미디어를 소개해 주세요.

 

A. 안녕하세요, 그린나래미디어에서 수입 및 배급 업무를 맡고 있는 박병규 팀장입니다.

 

그린나래미디어는 2012년 영화 <시스터>를 시작으로 배급을 시작했고, 저 역시 이 작품을 계기로 회사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내일을 위한 시간>, <폭스캐처>, <프란시스 하>, <패터슨>, <가버나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펜서>, <애프터썬>, <더 웨일>, <슬픔의 삼각형>, <추락의 해부>, <이처럼 사소한 것들>, <그저 사고였을 뿐>, <센티멘탈 밸류> 등 다양한 작품을 수입·배급해왔습니다.

 

특히 2024년에는 <프렌치 수프>로 유니프랑스가 주최하는 프랑스 영화 지원작 가운데 전 세계 배급·마케팅 성과 1위를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 노미네이트,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센티멘탈 밸류>를 수입·배급했습니다.

 

그린나래미디어(Green Nare Media)는 서울 기반의 독립 영화 수입·배급사로, 주로 유럽과 미국의 예술영화 및 감성 외화를 전문적으로 다뤄왔다. 유니프랑스(UniFrance)는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와 프랑스 영화 제작자들이 지원하는 기관으로, 프랑스 영화의 해외 홍보와 배급을 지원한다. 매년 해외 배급사들의 성과를 집계해 우수 배급사를 선정하는데, 2024년 그린나래미디어는 전 세계 지원 배급사 가운데 배급·마케팅 종합 성과 1위를 기록했다.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Q. 어떤 계기로 그린나래미디어와 함께하게 되셨나요? 수입·배급 실무자로서 이 일의 어떤 점이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키게 만들었는지 들려주세요.

 

A. 저는 그린나래미디어 대표님과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이전 회사를 퇴사한 뒤 새로운 일을 고민하던 시기에 수입·배급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업계에 계신 많은 분들과는 조금 다른 계기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보통은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나 열정으로 이 분야에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은데, 저 역시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이를 직업으로 삼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기회를 통해 영화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영화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고자 하는 마음과 일에 대한 욕심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제 성격상 어떤 일이든 꾸준히, 오래 해내는 편이기도 하고, 이 일이 저와 잘 맞았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출발은 조금 달랐지만, 오히려 외부인의 시선으로 산업을 바라볼 수 있었던 점이 균형 잡힌 판단과 지속적인 동기 부여로 이어졌고, 그것이 이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었던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안목이 전략이 되는 순간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 <센티멘탈 밸류>, <광야시대> 포스터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Q. 제78회 칸 영화제에서 그린나래미디어가 수입한 작품들이 황금종려상, 그랑프리, 특별상을 석권하며 탁월한 안목을 증명했습니다. 작품에서 가능성을 포착하는 그린나래미디어만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요?

 

A. 무엇보다 대표님의 타고난 안목과 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직관과 경험에서 나오는 판단력이 큰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대부분의 작품 선정은 그린나래미디어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각자의 시선에서 작품의 완성도와 가능성을 살피고, 시장에 맞는 방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제와 마켓 현장에서의 과정도 중요한데, 직접 작품을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켓 담당자들의 꾸준한 리서치와 네트워크, 그리고 현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더해지면서 작품의 가능성을 포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그린나래미디어만의 선택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제78회 칸 영화제(2025)에서 그린나래미디어는 수입 작품 3편이 주요 부문을 수상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황금종려상은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그저 사고였을 뿐>, 그랑프리는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탈 밸류>, 특별상은 비간 감독 <광야시대>가 받았다. 단일 배급사가 같은 회차 칸에서 여러 주요 부문을 동시에 석권하는 것은 국내 독립 수입사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다.

 

 

Q. <가버나움> 수입 당시, 처음에는 난민 소재, 비전문 배우라는 시장성 문제로 회의적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15만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는데, 초기의 회의론을 뚫고 작품의 울림을 배급 전략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어떠했나요?

 

A. <가버나움> 수입에는 개인적으로도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칸영화제 마켓에서 시사를 보신 뒤, 이 작품은 꼭 가져와야겠다고 판단하시고 구매를 결정하셨어요. 출장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있는 저에게는 “돌아가면 서프라이즈가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만 남기신 채 비행기를 타버리셨어요.

 

당시 배급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비전문 배우, 국내에서 흥행 사례가 많지 않은 난민 소재, 그리고 감독의 낮은 인지도까지, 전통적인 기준으로 보면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접한 이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상영이 끝난 뒤 관객들이 눈물을 닦으며 극장을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이 가진 감정의 힘과 관객과의 접점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 ‘울림’이야말로 이 작품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느꼈습니다.

 

배급 전략은 이 지점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시사 현장에 모금함을 설치해 영화 속 난민들의 현실에 공감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고, 엔딩 크레딧에 배우들의 영화 출연 이후 삶의 변화를 담은 자막을 추가하는 시도도 했습니다. 해외 제작사와 감독의 동의를 얻어 진행한 작업이었는데, 영화의 진정성과 여운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관객의 감정을 끝까지 끌고 가는 장치로 기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버나움>은 전통적인 흥행 공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던 작품이었지만, 영화가 가진 본질적인 힘을 중심에 두고 관객과의 접점을 설계한 전략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진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가버나움(Capernaum)>은 레바논 감독 나딘 라바키의 2018년 작품으로, 제71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빈민 아동과 이주 난민 문제를 다루며, 주연을 포함한 대부분의 배우가 연기 경험이 없는 실제 거리의 아이들과 이주민들로 구성됐다. 국내에서는 2019년 개봉해 1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당해 외화 예술영화 중 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영화 <가버나움>,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포스터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Q. 팬데믹 시기, 대형 배급사들이 개봉을 줄줄이 미루던 상황에서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의 개봉을 강행해 18만 관객을 기록하며 장기간 외화 부문 1위를 지켰습니다. 높은 수입가와 마케팅 비용 부담이 있었음에도 그 시기에 개봉을 밀어붙인 판단의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A. 팬데믹 시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극장 개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한국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극장 개봉이 가능했고 일부 작품들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습니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2020년 7월 초 개봉했는데, 직전 개봉작인 <#살아있다>와 이어지는 <반도>의 성과를 보면서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높은 수입가와 마케팅 비용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판단이 필요했지만, 팬데믹이라는 불확실한 시기에 지금이 아니면 개봉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점이 개봉 결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공동 배급 파트너였던 홈초이스의 두 분의 도움이 컸습니다. 현 울랄라스토리의 김현정 대표님, 현 레드아이스 강문경 팀장님과의 긴밀한 협업이 당시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추진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관객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Bombshell)>은 2019년 제이 로치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미국 폭스뉴스 내 성희롱 폭로 사건을 실화 기반으로 다뤘다.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가 주연을 맡았으며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다수 외화 배급사들이 개봉을 보류하던 2020년 7월 개봉해 18만여 명을 동원, 해당 시기 외화 흥행 1위를 장기간 유지했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함께 일하는 법

 

 

Q. 안목의 승리가 항상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출연 배우, 감독을 둘러싼 외부 논란이나 시장 해석 등이 흥행을 가로막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배급 실무에서 어떻게 방어하고 대응하시나요?

 

A. 안목만으로 비즈니스 성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배급 실무에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당 작품은 감독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개봉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수입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슈였고, 외화의 경우 스크립트 단계에서 선구매가 이루어지는 구조상 이러한 리스크에 무방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특히 민감한 이슈인 만큼, 일부 관객들의 강한 반대 의견이 극장 편성에도 영향을 미쳤고, 초기와 달리 개봉 시점에는 전반적으로 신중한 분위기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가 집중한 부분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작품 자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언론 시사와 배급 시사를 통해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극장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봉 시점을 조정하며 대응했고 시사 이후의 긍정적인 반응이 극장 편성에도 일부 영향을 주면서 개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에 대해서는 완벽한 ‘방어’보다는 상황에 맞는 ‘조정과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국 가장 기반이 되는 것은 작품 자체의 힘과, 이를 끝까지 설득해 나가는 실무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트하우스 시장 전체로 관객 저변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지만, 잘 되는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 사이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흥행 가능성이 불확실한 작품에 배급의 옷을 입히는 실질적인 전략이 있다면요?

 

A. 아트하우스 시장의 저변은 분명히 확대되고 있지만, 동시에 작품 간 성과의 편차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개별 작품을 어떻게 ‘극장에서 보고 싶은 경험’으로 설계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그린나래미디어는 예술영화를 하나의 장르로 고정하기보다는, 각 작품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중심으로 관객과의 접점을 다시 정의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GV나 컨셉 시사 같은 전통적인 방식은 물론이고, 굿즈 제작이나 아티스트 협업 등 관객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요소들을 함께 고민합니다. 이러한 시도들을 단순한 부가 이벤트라기보다, 작품의 정서와 메시지를 보다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시도가 유효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정 자체를 일종의 ‘검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은 기대보다 반응이 제한적일 수 있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관객과 맞닿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접근의 시도와 경험 축적이 결국 다음 작품의 전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흥행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인 작품의 경우 극장 개봉을 반드시 전제로 두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유통 방식에 대한 선택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배급 역시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외화와 한국 독립영화 사이

 

 

영화 <남매의 여름밤>, <십개월의 미래>, <홈리스> 포스터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Q. 그린나래미디어는 해외 예술영화 수입을 주축으로 하면서도 <남매의 여름밤>, <십개월의 미래>, <홈리스> 등 한국 독립영화 배급을 꾸준히 병행해 왔습니다. 두 영역을 다루는 실무적 접근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두 영역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기보다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예술영화의 경우에는 시장성과 관객 접점을 중심으로 비교적 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반면, 한국 독립영화는 제작사와 감독에게 훨씬 더 밀접한 의미를 가진 창작물이라는 점을 더 크게 의식하게 됩니다. 특히 많은 독립영화들이 제작사나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출발점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유일한 작품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배급 과정에서 느끼는 책임감의 밀도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개봉을 진행하는 것을 넘어서, 가능한 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략과 실행 모두에서 조금 더 세심하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창작과 더불어 비즈니스적인 부분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립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다소 놓치기 쉬운 영역일 수 있지만, 이러한 비즈니스 적인 이해와 시각이 더해지면 프로젝트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이후 배급사와 협업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도 보다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기도 합니다.

 

결국 작품의 도달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창작을 넘어 산업적인 관점에서 한 번 더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제작사나 감독님들의 시야도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작품에 대한 비즈니스 적인 이해도도 한층 깊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Q. <십개월의 미래> 배급 당시에는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158개 스크린을 확보했습니다. 외화 배급에서 쌓은 노하우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들려주세요.

 

A. <십개월의 미래> 배급 당시,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158개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팬데믹으로 영화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한국영화와 블록버스터 외화의 부재가 오히려 독립영화와 작은 외화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시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그린나래미디어가 그동안 감성적이고 취향 있는 외화를 수입·배급하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국내 독립영화 배급에도 적용했습니다. 외화와 독립영화의 문법은 다를 수 있지만,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영화의 매력을 전달하는 전략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외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이고 이국적인 색채를 독립영화의 신선한 이야기와 결합해 배급과 마케팅 전략을 설계함으로써, 독립영화지만 보다 많은 스크린과 관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의 변화와 지속가능성

 

 

Q. 지난 2월 베를린에서 열린 EFM(European Film Market)에 직접 참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현장에서 느낀 작품 거래 흐름이나 시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해마다 여러 마켓을 참가하시면서 배급 실무자로서 변화를 체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A. 최근 마켓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반적인 작품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OTT 플랫폼과 드라마 시리즈 제작이 확대되면서 장편 영화 제작 편수가 감소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경쟁력 있는 작품들은 초기 단계에서 스튜디오나 글로벌 플랫폼과 월드와이드 계약으로 선점되는 경우가 많아, 독립 수입사들이 검토할 수 있는 작품의 풀 자체가 점점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올해 EFM 현장에서는 규모가 있는 상업 영화는 예년에 비해 다소 줄어든 반면, 예술영화 섹션에서는 전반적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들이 꾸준히 눈에 띄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상영이 쉽지 않아 보이는 작품 중에도 구매 욕심이 나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시장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탐나는 작품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또 이 업계의 매력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한편, 최근 업계에서는 플랫폼이나 대기업 계열 콘텐츠 회사들이 배급과 유통 영역에 관심을 보이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 전반의 유통 구조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다만, 작은 독립 수입사와 개별 플레이어들이 그동안 구축해온 영역이 줄어들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존재합니다. 저희 같은 독립 수입사들은 오랜 시간 다듬어온 안목으로 작품을 발굴하고, 세심하게 시장과 관객을 고려한 전략을 세워 왔기 때문에, 변화 속에서도 이러한 경험과 선택권이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우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형 플랫폼과 극장, 독립 수입사 간의 상생 구조를 찾을 수 있는 길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각 플레이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존중하면서 산업 전체의 다양성과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마켓을 경험하면서 단순히 ‘좋은 작품을 찾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작품과 시장의 접점을 정교하게 판단하며, 동시에 장기적인 산업 구조와 상생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갈수록 더 많이 느낍니다. 이런 고민들이야말로, 작품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하고 지속적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배급 실무자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Q. 해외 예술영화 수입·배급사는 국내 관객의 안목을 넓히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제도적 지원이나 논의 구조 안에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불편하게 느껴지는 제도적 공백은 무엇인가요?

 

A. 현장에서 느끼는 제도적 공백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해외 예술영화에 대한 지원 구조가 사실상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한국영화나 독립영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가 존재하지만, 해외 예술영화의 수입·배급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해외에서 이미 작품성과 가치를 인정받은 영화를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과정 역시 상당한 리스크와 비용이 수반되는데, 이를 온전히 민간의 부담으로만 감당해야 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자국 콘텐츠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동시에 다양한 예술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 역시 산업의 균형과 확장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정한 기준과 취지를 갖춘 지원 논의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상영 환경, 특히 스크린 접근성의 문제입니다. 현재 예술영화는 전용관이나 일부 독립극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 구조만으로는 관객 저변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멀티플렉스의 편성과 협력이 중요한데, 제한된 스크린 대부분이 대형 상업영화에 집중되면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는 상영 기회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예술영화는 상업영화에 비해 관객 유입 속도가 느리고, 상대적으로 긴 호흡의 상영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상영 기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이 마련된다면, 극장과 배급사 모두에게 보다 지속 가능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제도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산업 전반의 장기적인 관점입니다. 극장은 단순한 상영 공간을 넘어, 관객의 취향과 소비 방식을 형성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편성이나 가격 정책 등은 단기적 성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객을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미래의 시장이 건강하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하려는 제도적 마련과 실무적인 다양한 시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안목을 갖춘 배급사의 다음 질문

 

 

유니프랑스 배급상 수상 사진 혹은 영화 <프렌치 수프> 포스터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Q. 그린나래미디어는 유니프랑스 배급상 수상과 78회 칸 3관왕 등의 성과를 통해 국내외에서 안목 있는 배급사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팀장님이 그리는 그린나래미디어의 다음 챕터는 무엇인가요?

 

A. ‘안목 있는 배급사’, ‘취향이 분명한 회사’라는 평가는 그린나래미디어가 오랜 시간 쌓아온 방향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챕터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구축해온 그린나래미디어만의 색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 노력이 보다 명확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의미 있는 작품들을 소개해왔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에서 보다 큰 확장성을 가진 성과를 만들어내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규모의 성장을 의미하기보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설득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은 목표가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지속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좋은 작품을 안정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을 오래 이어가는 것이 결국 회사의 다음 단계를 만들어가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린나래미디어의 다음 챕터는, 지금까지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한 단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그 과정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Q.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하거나 꿈꾸며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을 기르고 싶은 이들에게, 배급 실무자로서 솔직하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요?

 

A.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생각하세요. 배급 실무를 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보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이해가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좋은 작품만 좇는 것보다, 다양한 장르와 접근을 접하고, 때로는 불편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경험까지 포함해 폭넓게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좋은 작품과 콘텐츠의 가치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즐기는 단계를 넘어, 왜 좋은지, 무엇이 매력적인지, 어떻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다양한 경험들이 쌓이면, 불편하고 어렵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판단의 힘이 생기고, 좋은 것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깊은 안목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통해 판단력과 안목을 점차 넓혀가면서, 작품과 관객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내는 능력을 쌓는 과정 자체가 배급 실무자의 핵심 역량인 것 같습니다.

 

결국, 꾸준히 보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시선과 판단력을 다듬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쌓인 경험과 고민이 좋은 작품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산업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말이 인터뷰 내내 여러 맥락으로 이어졌는데요. 이는 작품을 고를 때도, 전략을 세울 때도, 시장을 바라볼 때도 — 정해진 공식보다 각 작품의 고유한 접점을 찾는 것. 그것이 그린나래미디어의 태도였습니다.

 

<가버나움>의 모금함과 크레딧 자막, <밤쉘>의 팬데믹 강행 개봉, 158개 스크린을 확보한 독립영화 배급까지. 이 모든 선택들이 ‘방어’가 아닌 ‘조정과 대응’이었다는 설명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일상인 배급 현장의 현실적인 전략이자 철학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독립 수입사가 검토할 수 있는 작품 풀은 줄어드는 지금. 그럼에도 좋은 작품과 관객 사이의 접점을 정교하게 설계하려는 일은, 누군가는 계속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 그 일을 그린나래미디어가 계속해나가기를 기대합니다.